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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박이야기/비박이야기

운문~가지산 비박 첫째날

산행일 : 2012년 10월 13일~14일

산행지 : 운문산~가지산

산행코스 : 석골사-상운암-운문산-아랫재-가지산(1박)-석남터널

산행이야기:영남알프스군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가지산..그곳에서의 비박을 계획한다.처음엔 이사람 저사람 발을 담그시더니만,원래 션찮으신분은 이번엔 허리가 션찮아서 안되고,우리우리하신분은 장비가 부족해서 안되고,평소 산에서 펄펄 날아다니시는 분은 연약해서 안되고..이런저런 핑계로 다들 꼬리내리고,결국은 딱 3명으로 압축된다.  

 

밤11시 40분 언양행버스를 타기위해 동서울로 가는데,택시아저씨가 묻는다.

서울부근에도 산들이 쌔고 쌘데,오밤중에 저 짐을 메고 왜 거기까지 내려가느냐고..

둘다 그냥 웃는다.뭐라 답이 없다.

 

석골사입구에서 날이 새기를 기다렸다가 천천히 움직인다.

체질인가?? 처음멘 80리터배낭이 등짝에 착 달라붙어 큰 무게감을 못느낀다.

괜히 막 폼도 나고..ㅎ 

 

 

계곡을 수어차례 넘나들고 너덜길을 치고 오르니,처음으로 조망이 터진다.

아침빛에 단풍은 더 곱게 빛나고,그 너머로 산줄기들은 아련하게 펼쳐지고..  

 

 

상운암

 

물보충할 수 있는 상운암..

바스락거리는 소리에 스님이 나와 반기시고,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데,등산용품사장님 저리가라다..

아크테릭스가 어떻고 그레고리가 어떻고 신발은 어느 브랜드가 좋고..신상품은 고리모양이 어떻고..완전 깜놀..

하도 산객들을 많이 만나니 자연적으로 아랫세상일에 젖으셨나보다..

 

 

우리 셋중 가장 덩치가 크다는 죄로 상운암에서 보충한 물 6리터는 몽몽님 배낭에 넣고..

상운암부터는 뒤뚱뒤뚱하면서 걸음걸이부터 달라졌다.이러다 우리 몽몽님 잡겠네...

이렇게 무거운건 힘쓸데 없으신 솔맨형 배낭에 넣어야하는데말이지..  

 

운문산 1188m

 

두해전 이곳에서 맞이했던 비온 후의 저녁풍경을 잊지못한다.

섬이 된 산위로 노을빛이 물들고 구름은 파도처럼 출렁거리고..사방 보이는 풍경은 정말이지 그림이었고,

그와같은 풍경은 두번다시 볼 수 없었다.

   

 

 

 

운치있고 쓸쓸한 길..

낙엽밟는 촉감이 참 좋다.

등로옆으로 순백의 구절초도 많고 용담도 많은데..

배낭때문에 쪼그려앉기가 힘들다.한번 앉았다하면 끙끙 소리가 절로나니..

어쩔 수 없이 쿨~하게 통과... 

 

 

운문산에서 아랫재까지 내리꽂고..다시 가지산을 치고 올라야하는 시점...

두 분은 더이상 못가겠다며 배째라하시고..

아까까지만해도 능동산까지도 갈 기세더니만..

 

 

지금은 짜라짜짜짜 짜파게티타임~~~

우리들의 전담요리사 몽쉐프님이 퍼지는바람에 솔맨형이 대신 요리를 하시는데..영 션찮다.

결국..물조절에 실패해 면과 짜장이 따로 놀고..완전 떡이 되고..

그래도 시장이 반찬이라 바닥까지 싹싹 긁어 꿀맛으로 먹어치운다.

그리고는..셋다 퍼져서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잠을 잔다..  

 

 

 

서서히 가지산정상이 다가오면서 주변의 산들이 시야에 들어온다.

능동산부터 천황산까지..우리가 걸어온 운문산도 뾰족하게 보이고...

바위지대가 나올때마다 그냥 지나치는법 없이 다 들러 놀다간다.  

 

 

 

 

 

일찌감치 가지산에 도착한다.오늘은 이곳에서 묵기로 한다.

굳이 쌀바위까지 갈 이유가 없어졌다.

샘터가 있는 쌀바위까지 가려고했는데,가뭄으로 물이 안나온다고..

대피소마당에 터를 잡기로 산장지기님한테 허락받고나서,배낭멘채로 정상을 간다.

배낭메고 태극기 휘날리는 정상에 서야 폼이난다나 뭐라나..ㅎ 폼생폼사..

 

 

 

 

 

집짓기 시작~~~

먼저 솔맨형이 패러글라이딩 원단업체에 특별주문제작하신 타프를 친다.

고리마다 일일이 끈을 매달으셨다고..참 할일도 없으셔..

어쨌든 실용성은 최고... 

산장지기님까지 나오셔서 무슨 운동회 열거냐시고..

 

 

뚝딱 뚝딱 완성~~

 

식탁에 둘러앉아 싸짊어지고 온 음식들을 풀어헤친다.

오늘메뉴는 오삼불고기 되시겠습니다요.

상추에 김한장올리고 고기한점넣은 안주에 복분자넣은 막걸리로 부드럽게 시작..

그 다음은 매실주..그 다음은 이슬이..그리고 그 다음은..술 떨어졌다..

그래도 걱정없다..매점이 바로옆에 있으니까..

 

 

산장지기님까지 합세해 주거니받거니..

환상적인 노을속에서 저녁분위기가 무르익는다.

이쯤에서 산장안에 꼬불처둔 자연산 표고버섯 등장이요..입안가득 향이 확~퍼지고..

내일저녁때 입맞춤하면 그 때까지도 입에서 향이 남아있을꺼라신다. 

 

하루해가 저물어간다.

기분좋은 취기에 금세 잠이 든다..

더없이 포근한 이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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