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 : 2013년 5월 17일
산행지 : 지리산 서북능선
산행코스 : 성삼재-만복대-정령치-고리봉-세걸산-팔랑치-바래봉-덕두봉-구인월
산행이야기:지난 겨울,나무마다 달린 고드름 부딪는소리를 들으며 지리 서북능선을 걸어보려고 했는데 기회를 만들지 못하다가,이 봄이 되어서야 날을 잡았다.`종주산행`이라는 기분좋은 긴장감과 `지리산`이 주는 설레임과 기대를 안고 나선다.
몇번의 경험끝에 터득한 지혜라고나 할까??
정차하는 역마다 왕왕거리는 안내방송과 북적거리는 기차안에서 4시간이상을 버티는 방법은?
알콜을 마시고 곯아떨어지는것..
그래서 마신다.맥주 두캔을..술마시는 이유도 참 가지가지...ㅎ
구례구역부근 음식점에서 아침을 든든히 먹고 성삼재로 이동한다.
성삼재에 발딛는 순간..매서운 바람이 몰아친다..
잠깐 등산채비를 하는데도 손이 곱아오고 온몸이 달달 떨려온다.
대부분의 산객들이 노고단으로 향하고..
우리 넷만 서둘러 도로를 따르다 좌측산길로 들어선다.
안개비 내리는 새벽길이 촉촉하다.
몸이 어느정도 달아오를때까지 속도를 내어 쉼없이 걷는다.
어느만큼 올랐을까?
어스름하게 날이 새면서 사위분간이 될 시간이 되고..
나뭇가지사이로 낮게 드리워진 운해가 나타난다.
오전내내 안개속를 헤맬것 같았던 불안감이 일순간 기대감으로 바뀌고,
숲을 벗어나기 위해 작은고리봉을 향해 부지런히 오른다.
주능선아래로 운해가 장관을 이루고,노고단에서 성삼재아래로는 운해가 폭포가 되어 흘러내린다.
작은고리봉에서 바라본 만복대방향..
작은고리봉에 서서 언제 또 만날지 모를 지리의 풍경들을 담는다.
오늘같은 행운의 날을 선물받음에 감사하며...
해뜰때까지 기다리며 풍경에 취하다 못내 아쉬워하며 작은고리봉을 내려선다.
찬란한 아침풍경이 진한여운으로 남아 먼길 걸어야할 발걸음이 가볍다.
아침햇살이 내려앉으며 산색은 더 아름다워졌다.
골마다 깊게 그림자가 드리워지고,어딜 둘러봐도 하늘금이 선명하다.
상위마을
만복대가 점점 가까워져온다.
지리의 주능선은 점점 더 넓게 시야로 들어온다.
익숙한 이 길..
산벗들과 걸었던 지난겨울을 추억한다..
만복대
`만복이 깃드는 산` 만복대..
삼세번만에야 비로소 이름에 딱 맞다고 인정한다.
처음에 왔을땐 완전 회색세상이었고,두번째 왔을땐 보일듯말듯 약올리는 날이었는데...
드디어 삼세번만에 일망무제로 사방팔방을 보여준다.
지리의 주능선은 물론이고,이웃해있는 무수한 산들과 남덕유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장쾌하다.
배낭 벗어던지고 마냥 즐긴다.
왜냐? 오늘같은날은 날이면 날마다 오는게 아니니까..
근데..복면을 한 그대는 뉘신지??
블님들이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저 사람..풍아저씨닷!!
놀래켜주려고 일부러 말도 안하고 뒤따라 오셨다고...
반갑고 반가우이,갑장님아..
풍아저씨의 깜짝등장으로 지금부턴 다섯명이 동행한다.
정령치
백두대간 시산제를 올렸던 곳인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던 그 때와는 달리 조망이 시원스럽다.
휴게소니까 쉬어가는게 예의..
시원한 여수막걸리한잔 들이키고..신발끈도 다시 고쳐맨다.
고리봉
간간이 철쭉이 피어있는 소롯한 길따라 평온한 풍경이 이어지고.
정령치를 출발한지 30분만에 고리봉에 닿는다.
백두대간 마루금은 여기에서 고기삼거리로 떨어지고..우리는 세걸산방향으로 직진한다.
지금부턴 미답의 길..
바래봉이 8.6킬로 남았다.
길이 궁금해서인지 거리에 대한 부담감이 조금도 없다.
(할미꽃)
(쥐오줌풀)
세걸산
고리봉에서 세걸산까지는 이정표를 보고 거리가늠을 하면 안된다.
금방나올거같은 길은 줄어들지를 않고,등로도 돌길인데다 굴곡이 많아 제법 힘들다.
한번 와보신 이선수님께 미리 경고를 받아둔터라 예상은 했지만,
햇살까지 강하게 내리쬐어 힘겹게 세걸산에 당도한다.
산에서의 배꼽시계는 참 빨리도 울려댄다.
11시가 채 안된시간..세걸산 아래 헬기장에서 이른점심상을 차린다.
즉석에서 도토리묵을 무쳐내고..양푼비빔밥을 만들고..시원한 서울막걸리 한사발씩하고...수다꽃도 피우고..
함께 어울려 먹으니 좋고,이 곳이 산이라서 더 좋다..
부운치
부운치를 지나자 키 큰 철쭉들이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하더니 드디어 철쭉군락지가 나타났다.
마치 분홍빛 융단을 깔아놓은듯..부드럽게 능선이 이어진다.
꽃터널을 지나고 꽃속을 걷고 꽃에 파묻혀 사진찍어달라하며..
`꽃이랑 구분이 안되죠? ㅎ
돌아오는 답은 뻔하고..어차피 본전도 못찾을것을..
아,내가 말해놓고도 낯부끄럽네..
팔랑치 철쭉군락지를 뒤로하고 바래봉으로..
바래봉 1165m
꽃길을 걷느라 아주 수월하게 바래봉에 닿고..
바래봉을 내려서기전..다시한번 지리의 능선들을 가슴에 담는다..
우리가 걸어온 고리봉에서 만복대 세걸산에서부터 노고단 반야봉 천왕봉 중봉까지 조망된다.
(풀솜대)
덕두봉
구인월마을까지 내려가는일만 남았다더니,숨헐떡이는 오르막도 있고,
이 구간또한 이정표를 믿으면 안되는 구간이다.
마지막 덕두봉을 찍으며 고도는 급격하게 떨어진다.
가파른 돌계단을 내려서고 미끄러지듯 돌길을 거치니,걷기좋은 호젓한 길이 나온다.
오늘산행의 대장을 자청했던 이선수님은,이정표를 놓쳐 흥부골자연휴양림으로 내려가시고,
멍청한 산여인은 잠깐 쉬는동안 카메라를 나무에 걸어둔채 가볍게(?) 내려오다가,
뒤이어 내려오신 솔맨형한테 콩밤먹고...
길고긴 산행끝 웃지못할 에피소드를 남기며 23킬로 종주길을 마친다.
작은고리봉에서 맞이했던 운해와 만복대에서의 장쾌한 조망,그리고 팔랑치철쭉길..
지리산이 준 선물들이 있어 서북능선종주를 수월히 마칠 수 있었던거같다.
오늘도 난..지리산을 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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