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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이야기/산행(2009~2019)

지리산 첫째날

 

산행일 : 2013년 5월 30일~31일

산행지 : 지리산

산행코스 : 성삼재-반야봉-연하천-벽소령(1박)-세석-장터목-천왕봉-백무동

산행이야기:해마다 중독처럼 걷고 싶은,지리주능선길..그저 오래 걷고싶다는 마음이 합쳐져 순이씨와 동행한다.서로 하산지점을 어디로 잡을지 묻지 않았다.산행준비물도 묻지 않았다.걸림없는 자유로운 산행을 둘다 원했는지도 모르겠다.    

 

주능선에 들어서기전 노고단고개에서 배낭을 내려놓는다

.때마침 일출이 시작되지만 구름이 너무 많아 하늘이 흐리멍텅하다.

어제까지 비가 내린 터라 어쩌면 구름바다를 볼 수 있겠다 했지만..

세차게 부는 바람에 안개도 구름도 다 날아가 버렸다.  

그래도 지리에 있다는것만으로도 행복하고 특별한 아침..

 

 

노고단으로 오르는 금줄을 넘을까 말까?

작년에 봤던 복주머니난이 바로 지척에 있는데말이지...

둘다 새가슴이라 금줄앞에서 똥마려운 강아지마냥 안절부절하기를 10여분..

그러다` 에이~모르겠다`하고 후다닥 들어가니,역시나..그 자리엔 귀하신몸 복주머니난이 어여쁘게 피어있다. 

 

주능선으로 들어선다.

싱그런 초록향기 가득한 숲길엔 산새소리 바람소리 가득하다.

`홀딱벗고~홀딱벗고~` `우쭈쭈 우쭈쭈` `삐죽~삐죽~`...

후각과 청각은 저절로 자연의 소리에 귀기울이고 자연의 향을 음미하게 된다.  

 

 

 

(나도제비난)

 

가리산에서 노랑망태버섯을 처음 봤을때가 생각난다.

뜬금없이 노랑망태버섯을 보고싶다고 말한 그 순간 거짓말처럼 바로 눈앞에 나타나 환호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오늘..나도제비난을 보고 가야겠다고 말꺼내는데,바로 눈앞에 떡 나타나는 기막힌 우연이라니... 

 

(참꽃마리)

 

배낭 내려놓고 반야봉을 오른다.

그동안 종주길에 들러가기 쉽지 않았지만,오늘은 시간이 넉넉하다.

무거운 등짐을 내려놓아,더없이 홀가분하게 오르는 반야봉..

막 피어나는 철쭉이 반긴다.

 

 

 

 

반야봉

 

반야봉에 올라서니,산봉우리 척척 짚어주는 이의 부재가 아쉽다.

둘다 길치라 대충 어림잡아 저기가 만복대,저기가 노고단,저기가 왕시루봉하다가 `아님 말구~`하면서 낄낄거린다. 

 

 

 

 

 

(나도옥잠화)

 

(산앵도나무)

 

삼도봉

 

햇살이 점점 따가와진다.

쉬엄쉬엄 걷는데도 자꾸만 배낭을 내려놓고 싶어진다.

 

지리산이 어쩜 이리도 고요할까??

구례구역에선 엄청 많은 사람들이 쏟아져 내렸는데..다들 어디로 사라졌는지 산은 온전히 우리 둘만의 산이 되었다.

바람도 들꽃도 숲의 기운도 다..몽땅 다..

 

(금강애기나리)

 

(자주풀솜대)

 

 

 

토끼봉의 하늘이 눈부시다.

간간히 피어있는 철쭉과 새파란 하늘이 아름답게 어우러진다.

오늘날씨 무진장 좋다..좋아도 너무 좋아서 탈이네..뜨거워라~~

 

 

 

(참꽃마리)

 

(풀솜대)

 

연하천대피소

 

노고단에서 아침을 든든하게 먹어둔터라 점심은 간단하게 커피와 떡으로 대체한다.

산에서의 커피맛은 언제나 최고의 맛일지니...

고급커피 필요없다.그냥 노랑봉지커피 하나면 어느 호텔 커피 부럽지 않다..

 

여기까지 오며 혹사시킨 발,세상구경 시켜주며 느긋하게 휴식하다가 벽소령으로 향한다.

 

 

 

 

벽소령대피소가 머지 않은 지점에서,언니가 적당히 녹은 맥주를 꺼내신다.

음..환상이야..맥주맛이 살아있네 살아있어~~~~ 

 

벽소령대피소

 

오늘의 걸음은 여기서 멈춘다.

식탁하나 잡아놓고,저녁시간이 되기를 기다리고..

해가 반야봉 너머로 넘어가면서 더위가 한 풀 꺾일 즈음..밥상을 차린다.

술친구가 있어 좋고..먹을꺼리 풍부하니 좋고..시원한 산바람 불어오니 좋고...

별이 쏟아지는 하늘을 이고 밤공기를 마시며 들꽃이야기에 시간가는줄 모르다가

소등시간이 가까워서야 잠자리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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