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 : 2009년 11월 26일
산행지 : 삼악산 654m
산행코스:상원사매표소-상원사-깔딱고개-용화봉-흥국사-등선폭포-금성사-상원사매표소
산행이야기:춘천을 간다..삼악산을 간다..20대의 가장 화려한 시절을 보냈던 그 곳,30대의 가장 우울했던 시절을 보냈던 그곳..그곳을 간다..살다보니,그곳을 애써 외면하려 애쓰기도 했지만,그래도 이상하게도 자꾸 그곳이 그리웠다..여러번 간곳이었지만 이번만은 다른 느낌으로 간다..이젠..붙들고 있는 끈을 놓아버리려한다..마침 그곳을 간다는 분이 있어 더불어 함께 따라나선다..
늘 느끼던 도시..3면이 아름다운 호수로 둘러쌓여있는 호반의도시..
온통 안개로 뒤덮여있다..
한동안 이곳에 살땐 오후늦게까지 희뿌옇게 안개에 쌓여있곤 했는데,
오늘역시 반갑지않은, 안개쌓인 의암호가 나를 맞는다...
얼마전 읽었던 공지영의 `도가니`라는 소설의 배경이 되는,
`무진`이라는 동네가 문득 떠오른다..
상원사
깔딱고개가 시작된다..
그야말로 깔딱깔딱해야 오르는곳...
그저 땅만보고 오만가지 생각을 다하며 숨이 턱까지 오를때의 그 느낌..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오른다..
몸에 안좋다는것을 알면서도 오히려 그 느낌을 즐기기까지하는 미련한 여인이다...
들머리로 이곳을 택한 이유는 오르면서 내려다보는 의암호와 붕어섬,
그리고 기찻길을 보기위해서다..
깔딱고개지나 악(岳)산의 묘미를 한껏 즐기며 쇠줄도 잡고,
밧줄도잡으며 암릉을 오른다..
근데,오늘따라 유난히 심한 안개때문에 내가생각하는
그런 조망을 보기는 애초부터 글렀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도..그래도 미련이 남아 30분넘게 죽치고 앉아 안개가 걷히기를 기다리는데...
갑자기 먼저오르던 산님들이 환호를 한다..
뭔일인가싶어 냅다 산등성이를 올라서는데...
어머나..이게 뭐야...이게 바로 말로만듣던 운해...구름바다...
그야말로 바다다..퐁당 빠져버릴수도 있을거 같은 바다...
생각지도 않은 이 아름다운 풍광에 넋을 잃는다.
625봉에서 뾰족뾰족한 암릉을 지날때도 여전히 운해는 걷히지않는다..
12시가 지나서야 햇살이 번진다..안개를 뚫고 무지개를 만든다...
만나는 산님마다 난리법썩이다..
돈주고도 못볼 경치라며,다들 복받은 사람들이라며..
3대가 덕을 쌓아야만 보는 운해라며....
난 아닌데...ㅎ 지금부터라도 부지런히 덕(德)을 쌓아야지..
삼악산 용화봉 654m
용화봉에 올때까지 내내 구름속의 산책을 한다..
자꾸만 발걸음이 멈춰진다. 두리번거리는 바람에 뾰족한 바위에 걸려
살짝 가벼운타박상을 입었어도 하나도 아프지않다..
1시간이면 충분히 갈 수 있는 거리를,오늘만은 2시간이나 걸려 용화봉에 도착한다...
정상에서 바라본 춘천시 덕두원
흥국사
등선폭포
등선폭포지나 매표소에 도착하며, 구름위를 둥둥 떠다녔던 오늘산행을 마친다..
20분정도를 기다려 의암댐을 경유하는 버스를 타고,상원사주차장으로 향한다..
오후2시가 훨씬넘었는데도 붕어섬은,여전히 안개로인해 신비에 쌓여있다....
뭔가 버리려고 떠났던 산행길이 오히려 뭔가 한아름 안고온 기분이다..
그만큼 춘천은, 삼악산은 내게 쇼킹한 선물을 주었고,
여전히 그리움의 산으로 남게 만들었다..
그 끈을 놓아야겠다는 생각은 접는다..
결국은 더 견고한 끈으로 나를 부여잡는다..
그동안 차곡차곡 쌓여있는 삼악산에대한 추억속에,
오늘 본 운해의 풍광은 더욱더 크게 자리잡아 있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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