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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이야기/산행(2009~2019)

예봉산~운길산

산행일 : 2009년 12월 4일

산행지 : 예봉산(683m)~적갑산(560m)~운길산(610m)

산행코스: 팔당역-팔당2리마을회관-예봉산-적갑산-운길산-수종사-운길산역

산행이야기: 12월..겨울이다..내 기억의 저 편에 스멀스멀 떠오르는 뭔가가 마음한켠을 누른다..

그 기억은 두해동안 어김없이 나를 찾아와 머리속을 꽉 메웠다..

불현듯 예봉산이 생각났다..흐르는 강물을 내려다보고 싶었다..

강을끼고있어 맑고 깨끗한 조망을 보기는 늘 쉽지않은 산이지만,안개쌓인 북한강도 괜찮겠다싶었다..

계획에도 없었던 그야말로 훌쩍 나서는 예봉산-운길산행길이다..

 

                     

 팔당대교를 내려다보며..

 

다음주다..어머님이 먼곳으로 가신지 벌써 두 해나 되었다...

여러해동안 고약한병과 싸우다 그렇게 가셨다..

입버릇처럼 내게 하시는말씀은 오로지 두마디뿐이셨다..`미안하다..고맙다`

그렇게 며느리에게도 한없이 약하신 분이셨고,

영정사진을 찍으실때도 내가 손뜨개질로 얼기설기 떠드린 털스웨타를 입으셨던 분이

우리 어머님이셨다..

그리고..한 해,두 해,시간이 흐를수록,얼른 훌훌털고 가셨으면 했던 아주 못된며느리가 바로 나였다..

마지막가시기 일주일전,홍시가 드시고 싶다고 그리 말씀하셨는데도,

그냥 흘려보냈던 아주 고약한 며느리가 바로 나였다.. 

 

 

 예봉산 683m

 

무거운마음으로 예봉산정상에서 내려와 적갑산으로 향하는데,자꾸 멧돼지생각이 난다..

엊그제도 등산객이 서울근교산에서 멧돼지에게 물렸다는데...

복잡한게싫어 조용한 시간을 갖기위해 찾은 산이었는데,어째 오싹하다..

마침..막걸리상회가 눈에띈다..그래..한사발하자..

주인장눈길이 예사롭지않다..하긴..웬 아줌씨가 혼자 막걸리라니..

내가 생각해도 좀 웃긴 그림이지만,그래도 오늘은 날이날이니만큼,

나의 이 황당시츄에이션도 이쁘게 봐주자... 

아침부터 싸~하니,찌르르하다..이젠..멧돼지야 나타나봐라 하며,무서움이 좀 사라진다..

나쁜며느리였어도 하늘나라에서 지켜주시겠지.. 

 

 

 

 적갑산 560m

 

 

 운길산 610m

 

운길산에 도착하니, 수종사에서 올라온 산님들로 바글거린다..이제..안심이다..

멧돼지의 공포로부터 완전히 벗어난다....이제서야 맘놓고 요기를 한다..

하필이면 냉동고에 꽁꽁 얼려놨던 그 홍시를 가져왔다.목이... 메인다..

한참을 앉아 있었더니,춥다..손이 시렵다...

 어머님가슴이 생각난다..유난히 손발이 찬 나였다..

한겨울에 바깥출입을 하고 돌아오면,얼른 내 손을 꼭잡고 주물러주셨다..

그것도 모자라,당신의 축 늘어진 가슴팍으로 차디찬 내손을 가져가셨다... 

그 따뜻한 온기를 느끼며,하산을 서두른다...

 

 수종사에서 바라본 두물머리

 

 

 수종사 해탈문과 500년된 은행나무

 

 

 

 

수종사를 내려와 운길산역으로 향한다...

북한강이 유유히 흐른다..내 어긋났던 마음도 실려보낸다..

 

마음따라 나선 산행길..

5시간동안에 걸친 예봉산-운길산행은, 그리움의 산행길이었다..

오늘따라 어머님의 따뜻했던 가슴팍이 그립다..

그 따뜻했던 손길이 더 그립다....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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