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 : 2013년 12월 5일
산행지 : 청계산~광교산
산행코스 : 화물터미널-옥녀봉-매봉-이수봉-국사봉-하오고개-바라산-백운산-광교산-반딧불이화장실
산행이야기: 아무 생각없이 그저 오래 걷고 싶을때면 생각나는 산..바로 청계산부터 광교산까지 이어지는 산길이다.가을지나 겨울에 막 들어서는 시기,산은 그 어느때보다도 쓸쓸해진다.나뭇가지의 앙상함이 그렇고,말라 떨어진 낙엽을 밟을때마다 나는 소리마저 쓸쓸하다.가끔 고독을 씹으며 쓸쓸한 길을 걷고 싶다..길 미끄러워지기전에 다녀와야지 한 날이 하필 오늘이다.사상 최악의 초미세 먼지 주의보가 내려진 날..그래도 가야겠다는데 누가 나를 말리랴~~
양재역 7번출구로 나와 8번 마을버스를 탄다.
들머리 화물터미널에 도착하니 7시 20분..랜턴없이도 걸을 수 있을만큼 날이 완전히 샜다.
미세먼지 어쩌구 해도 새소리 들려오는 소나무숲에 들어서니 아침공기가 좋기만하다.
옥녀봉
날이 푸근해서 아침부터 땀꽤나 흘려 도착한 옥녀봉..
한숨 돌리고 싶지만 벤치가 젖어있어 그냥 통과한다.
원터길 갈림길 지나 매바위까지 끝없이 이어지는 계단..
계단에 새겨진 숫자를 헤아리며 꾸역꾸역 걸어올라간다.
매바위
서울시 선정 우수조망 명소지만..조망은 언감생심 꿈도 안꾸고..
곧바로 매봉으로 향하는데,몽몽님한테 날라온 문자..
아침 댓바람부터 도대체 어딜 갔냐고..
집에서 나온 시간이 마침 몽몽님 기상시간이라 깨워놓고 올까 하다가,한소리 들을까싶어 살곰살곰 몰래 나왔는데..
배춧국 끓여놨으니 챙겨먹고 출근하시오,나는 하루종일 고독의 길을 걷겠사옵니다~~~
매봉
한치앞도 안보이는 길..
어쩌다 마주오는 사람과 마주치면 서로 움찔한다.
안개비까지 하얗게 내린다.
망경대를 우회해 이수봉으로..
작년에 동서남북 방향을 몰라 알바했던 적이 있어 이번엔 정신 차리고 방향을 잘 헤아린다.
안개비는 그쳤지만 날씨는 개떡같고,길은 더 개떡같다.
눈이 녹아 질퍽거리고..또 어느 구간은 꽁꽁 얼어 미끄럽고..낙엽덮인 살얼음판이 무척 조심스럽다.
이수봉
의왕시에서 군데군데 친절하게 이정표를 만들어놓았다.
거리까지 적어놨음 완벽했을텐데..
의왕대간이 뭔가 했더니...
이미마을에서 시작해 청계산의 매봉,이수봉,국사봉을 거쳐 바라산 백운산 지나 지지대고개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말한다고...
모락지맥,오봉지맥,덕성지맥까지 만들어 의왕시의 `1대간 3정맥`이라는 거창한 산길을 조성해놓았다..
국사봉
청계산의 마지막 봉우리,국사봉..
`하오고개`라는 이정표를 거듭 확인하고는 사과하나 먹고 봉우리를 내려선다.
정말이지 귀신나올거같은 날씨..
하오고개 좀 못미처 마침 공동묘지를 지난다.안개가 짙게 끼어 스산하고 음산하기 그지없다.
산발한 여인이 으흐흐~~나타날것만 같아 뒷꼴이 흉흉하다.걸음아 날살려라~~
하오고개
청계산과 광교산을 잇는 하오고개..
참 고마운 다리다..
이 다리가 생기기전엔 씽씽 달리는 자동차 피해가며 무단횡단해서 바라산자락으로 진입했었는데..
그리고 또..
삼관우청광할때 밥차가 기다리고 있었던 추억의 다리다.
마침 이맘때의 일이라 기억은 더 생생하게 다가온다.
푹신한 낙엽길 밟으며 바라산을 향해 힘겹게 오른다.
그리고 나타난 365희망계단..
체력이 많이 소모된 시점이라 희망계단이 아니라 사람잡는 계단으로 부르고 싶다.
계단 중간중간마다 24절기를 설명한 표지판을 부착해 놓았는데,
`동지`쯤 올라왔나 싶었는데 서리가 내린다는 `상강`밖에 못올랐다..
바라산
홀로가는 아낙이 신기하게 보였나보다.
두 어르신이 이것저것 묻고 또 묻고..산길 위험하니까 혼자 다니지말라는 당부와 함께...
고분재
배꼽시계가 울리는 시간..
1식 2찬의 소박한 밥상에 봉지커피와 과일과 미니빵 두개..
백운산
전망대에 서면..
모락산,수리산,관악산은 물론 멀리 서해바다까지 감상할 수 있다고 안내판에 적혀져있다..
전망대에 서니..
당근 아무것도 안보인다.
누구냐 넌? 안개더냐? 먼지더냐??
노루목대피소
광교산자락으로 접어드니 오가는 산객들이 제법 보인다.
뿌연안개속에서 햇살이 막 비집고 나오기 시작한다.
광교산
그래도 이 앞에선 한장 찍어줘야 할거같아 산객에게 카메라 건네니..
안양 촌놈이 수원까지 와서 큰 카메라 잡아본다며 웃으신다..
저 아는 사람중에도 안양 촌놈 두명 있어요~~~ㅎ
형제봉
방심은 금물..
형제봉 찍고는 이제부턴 식은죽 먹기다 하며 아무생각없이 눈에 보이는 길을 따랐는데..
도마치고개? 성복동??
왠일로 알바한번 안하고 그 먼길을 노련하게 참 잘왔다 했다..
산길에서 알바안하면 황미숙이 아니지..
머리 쥐어뜯으며 다시 형제봉을 기어올라간다.
반딧불이 화장실
드디어 경기대건물이 보이기 시작하고..자동차 소리도 요란하게 들려온다.
산길끝엔 반짝반짝 빛나는 반딧불이 화장실이 보인다.
산행시작한지 7시간 40분이 흐른시간..
안개 짙은길..자꾸만 뒤에서 뭔가가 잡아당기는 느낌에 그저 앞만보고 걸었더니 예상했던 시간보다 많이 단축됐다.
일단..시원~~~한 카스한잔 마셔야겠다..
'산행이야기 > 산행(2009~2019)'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민주지산(충북 영동/경북 김천/전북 무주) (0) | 2013.12.16 |
---|---|
도봉산의 겨울 (2) (0) | 2013.12.11 |
도봉산의 겨울 (1) (0) | 2013.11.28 |
단양 제비봉 (0) | 2013.11.11 |
내장산~백암산 (0) | 2013.11.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