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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이야기/산행(2009~2019)

민주지산(충북 영동/경북 김천/전북 무주)

 

산행일 : 2013년 12월 14일

산행지 : 민주지산 1242m

산행코스 : 도마령-각호산-민주지산-석기봉-삼도봉-삼마골재-물한계곡

산행이야기:산행약속 없는 토요일..어딜가야 잘갔다고 소문이 나려나? 궁리하던차에 민주지산 산행공지가 눈에 들어온다.낯선 산악회라 갈까 말까 고민하는데 마침 내 심리를 읽은듯 `마감임박! 8좌석 남았음`이라는 공지가 뜬다.홈쇼핑을 즐기지는 않지만,홈쇼핑의 마감임박!이라는 문구를 보면 왠지 초조해지거나 지금 놓치면 후회할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던데 이게 바로 그 `마감임박증후군`인가보다.문구에 홀려 나도모르게 후다닥 신청을 한다.

 

도마령

 

잠결에 속이 울렁거린다 했더니,꼬불꼬불한 고갯길을 힘겹게 오르고 있다.

곧이어 도마령에 도착하고..상용정 누각에 올라 시원스레 펼쳐진 산줄기들을 바라본다..

 

제법 많은 눈이 쌓였다.앞서간 팀이 길을 터놓긴 했지만 경사진 눈길에 발걸음이 더디다.

그래도 눈은 한없이 즐겁기만하고..연신 카메라 눌러대기 바쁘다..

  

 

나무마다 눈꽃이 피어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올려다 본 하늘에선 무수한 눈꽃들이 별이 되어 우수수 떨어지고,

바람결따라 만들어진 상고대는 견고하게 나무와 한몸이 되었다..

 

 

 

조망이 터지는 바위지대에 올라선다.

날이 흐려 시야가 아주 좋진 않지만,하얗게 펼쳐진 능선이 장관이다..

가야할 민주지산은 구름속에 가려져있고,덕유산은 겹겹히 쌓인 봉우리들 너머로 흐릿하게 보인다.    

 

 

 

 

 

 

각호산

 

밧줄잡고 올라야하는 각호산정상..

정상이 무척 비좁았던 기억이 있어 곧바로 내려선다.

 

 

바위구간이 무척 조심스럽다.

밧줄은 꽁꽁 얼어있고,눈이 쌓여있어 발디딜곳도 마땅찮고..

한겨울에 이런 구간은 완전 쥐약이니..설설 기며 내려오다보니 나땜에 순식간에 줄줄이사탕이 되어버렸다. 

 

 

 

 

어마어마한 눈세상이다.

마치 흑백사진을 보는듯 온통 하얗다..

산행초반에 잠깐 보였던 파란하늘은 구름속으로 완전히 덮였다.

그래도 좋다..

 

 

 

 

 

 

 

 

민주지산을 400m남겨두고 무인대피소에 도착한다.

배는 고픈데..대피소안은 발디딜틈 없이 만원이고..초콜렛으로는 요기가 안될것같고..

다 먹고 살자고 하는일..양반체면에 모냥새는 좀 빠지지만 처마밑에 선 채로 누룽지에 물부어 김치놓고 꾸역꾸역 먹어둔다..  

 

시간 빡빡하기로 장안에 소문난 산악회라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한다.

주어진 시간이 딱 6시간이니..지금부터 3시간동안 삼도봉거쳐 주차장까지 갈 수 있을런지..

그렇다고 여기서 곧장 물한계곡으로 떨어지기엔 아쉽고..

석기봉으로 향한다..  

 

 

 

바람에 몸이 한쪽으로 막 쏠리고..머리칼이 얼굴을 때려댄다.

앞이 안보일정도로 눈가루가 흩날리는가하면 등로 한켠으로 몰린 눈때문에 무릎까지 푹푹 빠져가며 더디게 발걸음을 이어간다.

신기한건..바람이 매서울수록 기분은 더 상쾌해지고,가슴은 더 후련해진다는거..

코끝이 시려와도 손끝이 얼얼해도 혹독한 이 겨울 찬바람 맛이 참좋다..난.. 

 

 

 

민주지산 정상

 

썰매타듯 미끄러지며 민주지산을 내려선다.

가파른 경사길에선 한번 발디디면 제어가 잘안돼 중간에 목표지점을 두어 나뭇가지를 잽싸게 잡아야한다.

길만 겨우 나 있을뿐 점점 인적도 드물어진다.눈쌓인 정도도 점점 깊어진다.

 

동행하신 싸부님은 허리가 션찮아 발걸음이 안떨어진다 하시다가..

민주지산에서 하산했어야했는데 괜히 따라왔다가 개고생한다 그러시다가..

의리라고는 눈꼽만큼도 없이 뒤도 안돌아보고 지 혼자만 내뺀다고 원망하시다가..

급기야는 다리에 쥐가 났다며 죽어도 못가겠으니 배째라며 주저앉으신다.

그동안 누누이 말해오셨던 `안되면 되게하라`는 공수부대정신은 오데로 갔을까??

 

 

석기봉 1200m

 

덕유산 주능과 황악산에서 내려온 백두대간 마루금이 시원스럽게 펼쳐진 석기봉에 올라선다.

이 추위에 등짝에서 김이 모락모락 날 정도로 똥빼며 올랐으니...

내려다 본 설경은 끝내준다.

여길봐도 저길봐도 온통 하얀세상이다.

마치 히말라야의 어느 고봉에 와있는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또 밧줄구간...

바위가 여간 미끄러운게 아니다.

스틱 던져놓고 조심조심 내려선다.

 

 

 

 

 

 

싸부님은 공수부대정신을 망각하시고 결국 물한계곡으로 발길을 옮기시고,

난 못먹어도 고~하며 삼도봉으로...

 

아무도 없는길 홀로걷는다는 두려움을 미처 느낄 새도 없이 부지런히 걷다보니,저만치 삼도봉이 보인다.

 

아니 이 추위에 비박을??

겨울비박이 완전 최고라고는 하던데,저렇게 하룻밤 잤다가는 그대로 동태될거같아 엄두가 안난다.

하지만 꿈은 꾼다..

설원위에 예쁜집 지어놓고 밤새 술잔 기울이다가 황홀한 아침을 맞이하는 꿈..ㅎ 

 

 

삼도봉

 

삼도화합의 탑이 세워져있는 삼도봉..

시간을 보니..1시간 남짓밖에 안남았다..

딱 10분 초과하는것까지만 봐주고 무조건 버스는 떠난다고 알아서 잘 판단하라며 대장님이 겁 엄청 줬는데..

물한계곡이 꽤 길었던걸로 알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중간탈출했는지 앞뒤로 아무도 없고 딸랑 나만 혼자다.

나,겁때가리 완전상실한 여자...  

 

 

무슨 산악마라톤하는것도 아니고..

물도 못마시고,오줌도 꾹 눌러참고,카메라 집어넣고는 달리고 달린다.눈썹이 휘날리도록...

10여분을 남겨두고 간신히 주차장에 닿는다.

 

싸부님한테는 버려두고 혼자만 살겠다고 튀었다며 괘씸죄에 단단히 걸리고...

미처 옷도 갈아입지못해 땀냄새작렬이고..

배가 고파 뱃속에선 밥달라 아우성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멋진 설경과 함께 즐긴 오늘 산행이 더없이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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