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 : 2013년 12월 15일
산행지 : 소백산 1439m
산행코스 : 천동계곡-쉼터-비로봉-천동계곡
산행이야기:겨울 눈산행지로 빼놓을 수 없는 소백산..이 겨울엔 뭐니뭐니해도 소백의 칼바람맛을 봐야 어디가서 겨울산행을 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ㅎ
벌써 세달쯤 되었나보다.몽몽님이 낮술마시고 발목을 삐긋한지..
병원과 한의원을 내집처럼 드나들더니,이제좀 다닐만한지 산행멤버를 묻더니 한번 나서봐야겠단다.
그 정도 산행멤버면 고무신 신고도 충분히 따라갈 수 있겠다고...ㅎ
약속시간이 됐는데도 나타나지 않는 샷님..
알람소리를 못들으셨나보다..전화기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가 막 깨어난 목소리다.
할 수 없이 강선수님 태우고 샷님 집앞까지 움직이고..샷님은 머리가 떡진채 까치집을 짓고 부랴부랴 나와계신다.
뒷문까지 얼어붙어 안열리는 바람에 앞문으로 겨우 기어들어가 꾸겨탔는데,기름까지 떨어졌단다.
나더러` 너한번 걸려봐라~`하며 벼르시더니만 본인이 걸리셨구만...ㅎ
천동리에 도착할때까지 30분의 시간적가치를 들먹이며 약올린다.
바람한점 없는 맑고 깨끗한 날씨다.
전나무숲이 눈터널을 이루며 눈부시게 빛난다.
숲너머로 하얀 소백의 능선이 보이자 가슴은 콩당콩당 뛰기 시작한다.
높이를 더할수록 눈꽃은 아름다워진다.
이쯤되면 궁시렁대장님의 아고고~하는 곡소리가 나와야하는 시점이건만..
오늘은 곡소리대신 감탄사만 연발하시는 강선수님..
30년넘게 산에 다녔지만 이렇게 화려한 눈꽃은 처음이라고..
마주오는 사람이 한술 더 떠 한마디 한다.
3대가 덕을 쌓아야만 볼 수 있는 풍경이라고....
천동쉼터
점점 입을 다물지 못할정도로 시리도록 아름다운 설경이 눈앞에 나타난다.
코발트빛 하늘에 새하얀 눈꽃이 환상궁합을 자랑하며 반긴다.
너무 황홀해서 차마 발디디기 조심스럽고 예쁘다고도 말하기조차 조심스럽다.
금방 사라질것만같은 신천지같은 세상에 와있는듯하다.
그저 아름답다라는 말로는 부족하다.
뭐라 말하고 싶은데..아니 말도 필요없는 최고의 설경이다.그 어떤 미사여구가 필요있을까?
자연의 경이로움에 그만..넋이 나간다.
이러다 산행마치고도 제정신 안돌아오는거 아냐?
오늘의 뒤태모델은 강선수님 되시겠습니다.
새로 장만하신 시조새 그려져 있는 고가의 배낭이 하얀눈과 아주 잘 어울린다.
(나중에 맥주캔이 터져서 배낭이 엉망진창이 되었다는..ㅎㅎ)
주목군락에 다다랐다.
동화속나라와 다름없다.아니 바닷속 세상같다.아니 영화속 세상같다.티끌 하나없는 순백의 세계다.
눈이 부셔서..너무나도 눈이 부셔서 차마 눈을 뜰 수가 없다.
이제..소백의명물 칼바람맛을 볼 차례..
완전 중무장을 하고 내려오는 사람들 모습만 봐도 바람의 정도가 어느정도인지 짐작된다.
모자 바꿔쓰고..장갑 바꿔끼고..겉옷하나 더 껴입고..얼굴 가리고..단단히 중무장한다.
과연 소백의 바람이로세~~
정신이 혼미할 정도로 매섭게 바람이 몰아친다.
얼굴을 송곳으로 마구 찌르는듯하다.
카메라 한번 누를때마다 손끝이 아려온다.그럼에도 멈출 수 없는 이 셔터질...
점점 더해지는 소백의 칼바람을 뚫어가며 비로봉을 오른다.
코끝이 칼칼하게 매워지면서 싸아~하는 바람이 가슴속깊이 파고든다.
산이 주는 놀라운 선물이다.
이렇게 산이 주는 감동은 끝이없다.
지금..가장 매력적인 겨울소백의 참모습을 본다.
포항과메기 먹이겠다고 무려 2시간을 정상에서 벌벌떨고 계셨던 이레언니와 상봉한다.
거의 동태되기 딱 일보직전인채로 눈사람같이 서있다.
모자위엔 상고대까지 하얗게 피었다.
오래 기다리게해서 미안하고..만나자마자 이별이라서 아쉽다.
과메기만 건네받고는 언니는 삼가리로 내려서고,우리는 다시 천동리로~~
머무르고 싶어도 도저히 서있기조차 힘든 정상..
국망봉방향으로 몇걸음 옮겨봤다가 하마터면 날아갈뻔..
정말이지 상상을 초월하는 초강력 바람이다.
칼바람맛이고뭐고 어여 빨리 이곳을 벗어나는게 신상에 좋을듯하다.
계단을 내려서면서도 뒤돌아보고 또 뒤돌아보고...
솔맨형 없으니 나라도 뛰어봐야지..ㅎ
어느정도 내려오니 이제사 밥때를 놓쳤음을 알게된다.
약수터앞에 자리잡고 과메기파티시작~~
눈밭에 앉아 마가목주와 곁들여먹는 과메기맛이 일품이다.여기에 달달한 호박죽에 따끈한 어묵까지..
성대한 눈꽃잔치 후에 즐기는 음식이라 더할나위없는 맛이다.오늘은 눈과 입이 즐거운 산행..
그 몇시간 사이에 눈꽃은 지고..
아침에 오르면서 보았던 설국의 나라는 신기루처럼 사라져버리고 없다.
흰옷 벗은 나목들만 쓸쓸하게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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