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 : 2013년 12월 21일
산행지 : 덕유산 1614m
산행코스 : 영각사-남덕유산-삿갓재-무룡산-동엽령-향적봉-설천봉
산행이야기:오랜만에 들뜬 마음으로 덕유종주에 나선다.당일로는 쉽지 않은 산행길..눈과 바람이 종주길의 걸림돌이 되겠다 싶지만,한편으론 사방 뻥뚫린 능선위로 불어대는 그 혹독한 바람맛이 그리울 때가 있었다.덕유바람,느낌 아니까~~
안되겠다.그만 내려서야겠다.이러다 동태되기 십상이다.
기다려도 열리지 않는 남덕유의 하늘..
남덕유산에서의 아침풍경은 물건너가고..아쉬운 마음으로 정상을 내려선다.
그리고 이어지는 경사길..
엉덩이 쭉 빼고 낮은자세로 몸이 가는대로 쭉쭉 미끄러져 내려간다.
그러다 브레이크가 안잡혀 꼬꾸라지면서 코박고..아예 엉덩이 썰매를 타기도하고..
눈없으면 좀 싱거울 수도 있겠다 하고 왔는데,눈이 개락 천지 삐가리로 많다..
월성재
마치 스키 슬러프를 타듯 내려와 월성재에 닿는다.
잘 지어진 집 한채가 눈에 들어오고..또다시 불끈 솟는 겨울비박의 꿈..
이제사 열리기 시작하는 하늘..
남덕유산과 서봉이 구름속에서 나타났다 숨었다를 반복한다.
숨이 멎을듯한 풍광에 잠시도 눈을 떼지 못한다.
허리춤까지 빠지는 눈길..앞선이가 길을 내놓은게 신기할 정도다.
뒤뚱뒤뚱 걸음걸이를 바로 할 수 없다.
균형을 잘 못잡아 코박고 자빠지기 일쑤다.
발을 잘못디뎌 허리까지 빠져들어가 도저히 혼자힘으로는 나올 수 없게 허우적거리기도 한다.
삿갓골대피소
눈때문에 대피소 도착이 많이 늦어졌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지만,너무 복잡해서 볼일만보고 그냥 지나쳐 언덕위 너른공터에서 조용한 식사를 한다.
뭐,식사랄것도 없다.
빵 몇조각에 따뜻한 커피한잔으로 요기만 한다.
갈수록 태산인 길..
갈수록 눈부신 길..
누구말마따나 환장할만한 기막힌 날씨다.
겨울덕유가 이렇게도 온순할 수도 있구나~싶다..
바람,하늘,온도가 더도덜도 아니게 딱 들어맞은 날...
혹독한 바람맛대신 아름답게 펼쳐진 평온한 설원을 맘껏 느낀다..
눈길의 불편함은 자연스레 잊혀지고,눈앞에 펼쳐진 판타스틱한 풍경에만 집중한다.
남들은 그러더라~~
한번 갔던 산,무슨 재미로 가고 또 가느냐고..
모르시는 말씀..
산은..갈때마다 그 느낌이 다르다는걸 몰라서 하는 소리다.
그 때 그 자리에 서있던 사람만이 알 수 있는 특별한 느낌이니 설명불가다.
올려다본 하늘에선 파란물감이 쏟아질듯하다.
올여름 노랑원추리 흐드러졌던 평원엔 설화가 흐드러졌다.
오늘은 은빛화원을 걷는다.고요히 숨죽이며..
파란하늘 식상할까봐 가끔 구름까지 넘나드는 고마운 날씨..
사면을 수놓은 눈꽃..
어여 걸어야하는데 차마 발걸음이 안떨어진다.
이런 설경은 머리털나고 난생처음이다..
누가 옆에 있으면 `또 처음이래~`하겠지만..지금 이 순간이 내겐 최고의 순간이니 그럴 수 밖에..
찬란한 태양아래 빛나는 설경이 눈부셔 선글라스를 꺼내쓴다.
자칫하면 시력장애가 올 만큼 흰색이 햇볕에 반사된다.
무룡산
눈길을 걷다보니,힘이 쪽쪽 빠진다.
계단임을 짐작케하는 경사로는 완전 공중부양을 해서 날아야 할 정도로 급경사다.
스틱으로 제어하며 요령있게 잘 내려서야한다.
만일 제어에 실패하면 골로 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안성탐방센타에서 올라오는 산객들과 만나는 동엽령까지는 똥좀 빼겠구나~~
바람이 분다..반짝반짝 은빛의 눈비가 내린다.
예쁘다~~~
동엽령
드디어 동엽령에 도착했다.
길은 잘 다져져 있어 한결 수월하지만..마주오는 사람들과 교차하면서 붐비기 시작한다.
구름이 걷혔다 닫혔다를 반복하고 햇살도 들락 날락..
잠깐씩 보이는 파란하늘과 햇살아래 빛나는 봉우리가 그림같다..
백암봉으로 오르는 길은..
눈꽃과 사람꽃이 한데 어우러지면서 또다른 풍경이 연출된다.
이젠 다리힘이 떨어져가는 시점..
버스시간맞춰 내려가려면 서둘러야하는 시점..
앞뒤를 살펴보니..같은 산악회 시그널 부착한 사람들이 하나도 안보인다.
풍경에 취해 걷다보니 혼자만 늦어졌나보다..갑자기 마음이 조급해진다.
설경이고뭐고 지금부턴 달리자~~
중봉오름길이 너무 힘들다.
눈길에 힘을 다 쏟아내고 배까지 고픈터라 거의 똥강아지마냥 헥헥거리며 중봉을 올라서고..
쉴새없이 내처 향적봉으로 달린다.
차라리 삼공리로 내려섰어야했다.
4시 20분에 떠난다는 버스시간을 못맞출까봐 곤돌라를 이용해야지 했는데..판단미스였다.
난리 난리 6.25때 난리는 난리도 아니다~~
곤돌라 타려는 사람들이 꼬불꼬불 끝도없이 이어져있고,
새치기하는 사람들 때문에 고성이 오가고..
정작 11시간동안 걸을땐 몰랐는데 줄서 기다리는 동안 춥기는 왜이리도 추운지..
배낭 맡아줄 사람이 없어 표도 못끊고 동동거리며 있다가 한 아주머니의 배려로 간신히 끊고..
1시간도 넘게 기다려 겨우 곤돌라에 탑승하며 전쟁터를 벗어난다.
덕이 많고 너그러운 어머니 산이라하여 `덕유산`이라했다.
오늘..그 너그러운 어머니 품안에 들어 신명나게 걷고 또 걸었다..
그 품은 어느때보다도 꿈결같았다.
품안의 선물은 너무나도 멋진 겨울선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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