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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이야기/산행(2009~2019)

고려산~혈구산(경기 강화)

 

산행일 : 2014년 4월 15일

산행지 : 고려산~혈구산

산행코스 : 미꾸지고개-고려산-혈구산-고려산-내가면

산행이야기:고려산 진달래가 절정이란다.한두번 가본곳도 아닌데,또 내 팔랑귀가 쫑긋해지고..교통편을 공부해 큰맘먹고 혼자 나서기로한다.   

 

몽몽님이 출장중이라 아침밥 걱정이없어 러시아워도 피할겸 답십리에서 출발하는 첫전철을 탄다.

새벽인데도 전철안은 만원이고..다들 돈벌러 일터로 나가는데,배낭메고 산으로 가는 내 모습이 괜스레 겸연쩍다. 

송정역에서 나오니,강화터미널로 가는 3000번 버스가 막 당도하고..

예전에 방화동살때 드라이브삼아 자주 다녔던 길이라 이런저런 추억에 잠기다보니,

강화터미널까지의 1시간이 금세간다.

30번 버스승강장을 찾느라 우왕좌왕 하다가 간발의 차로 버스를 놓치고...할 수 없이 택시를 잡아탄다.

택시아저씨,아줌마 혼자 오셨냐구 묻는다.

정신나간 아줌마로 생각할까봐 고개에서 일행들이랑 만나기로 했다고 뻥친다.

 

안개비가 하얗게 내리는 미꾸지고개...

지금 빗속으로 걸어가는 나는 우산이 없어요~~~~

오는동안 안개가 무겁게 깔리더니만,산행시작 하기도 전에 기어이 부슬부슬 비가 내린다. 

안개에 휩싸인 숲길은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간혹 길가에 있는 묘소를 지날때면 머리가 쭈뼛서기도 한다.

너무 호젓해서 쬐끔 무섭기도 한 숲길..내가 간땡이가 부었지..여기가 어디라고 혼자서 왔으니... 

   

 

 

무섭긴해도 분위기하나는 죽인다.

소나무와 진달래 어우러진 안개숲이 신비롭다. 

 

 

꽃밭에 도착했건만...

시간이 갈수록 안개는 점점 짙어지고...

분홍융단으로 쫙 깔려있을 꽃밭은 안개속에서 나올듯 말듯하고..

춥기는 또 왜이리 춥냐...얼씨구~! 바람까지 불어대요...

기다리자...기다리면 열릴것이니...

한낮의 기온이 덥다길래 커피물도 안가져왔는데,오늘따라 따끈한 커피생각이 굴뚝같다.  

 

 

 

더이상은 안걷힐 모양이다.

추워서 더 머무르지도 못하겠다..

아쉬운 마음에 자꾸 뒤돌아보며 고려산을 내려선다.

 

고비고개로 내려서는 길은 완전 먼지길이다.

한걸음 내딛을때마다 먼지가 풀풀 날린다.

봄비가 오긴 와야하나보다..너무 가물어서..

고비고개에 도착해 매점에서 따뜻한 차한잔 마시려 했더니 오늘은 영업을 안하는갑다..

오늘은 고려산 날씨가 나를 거부하더니만,커피집마저 나를 거부하는구만.. 

 

혈구산을 오른다..

고려산 오를때보다 날씨상태는 좀 좋지만,여전히 햇살은 없다..또한 여전히 사람도 없다..

쓸쓸한 내마음과는 달리 길 양쪽으로 핀 꽃들은 방싯방싯 웃기만 하고...

 

살짝 내린 비로인해 산색이 참 곱다.

진달래 꽃술과 꽃잎에 새겨진 점무늬가 선명하다.

진달래에 맺힌 물방울도 보석처럼 예쁘다. 

 

 

혈구산

 

혈구산은 좀 다를까 했더니만,고려산과 다를바없는 날씨..

어쩜..날씨가 이토록 한결같을 수가 있을까..

안개가 이리저리 옮겨다니다 어느순간은 싹~보여줄법도 한데,점점 하얗게 차오른다.

또,기다린다..

밥때도 되었겠다,쭈그리고 앉아 밥상을 편다.

하필 때맞춰 한무리의 단체산행객이 몰려든다.

뱃속에 곡기가 들어가야 든든한터라 도시락을 싸왔더니,여럿가운데 혼자먹는 점심이 좀 청승맞다.

안개에 쌓인 꽃밭을 내려다보며 폼나게 먹어야하는데,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도 모르게 후다닥 먹어치운다. 

난 다른사람의 시선을 너무 의식해서 탈이야..정작 다른사람들은 나한테 관심도 없는데 말이지..  

 

 

 

 

퇴모산까지 가려니 엄두가 안나고.. 

혈구산에서 곧장 하산하려니 낯선길 두렵기도 하고..

미련이 남아 다시 고려산으로 가려니 언제가나 한숨나오고..

일단은 고비고개로 다시 내려간다.

 

 

 

 

순식간에 고비고개로 내려오니,다시 고려산으로 올라볼까 하는 마음이 슬그머니 자리잡고..

또 꽃욕심이 발동한다.

한무리의 산객들이 올라가길래 나도모르게 졸졸 뒤따라 고려산으로...

내가 미치지 않고서야...산길에서 빽도는 정말 싫어하는데...그넘의 꽃이 뭐길래..

 

똥빼며 다시 올라온 고려산...

사람들이 드글드글 많아졌다..

 

 

아까보다 2%달라진 야속한 날씨..ㅎ

 

 

 

쬐끔 시야가 좋아지긴 했다.저 아래 골짜기가 보이는걸보면...

햇살이 없으니 꽃색은 더 짙고 선명하다.

햇살에 번쩍이지 않고 색감이 진득하다고나할까?

`예쁘다,예쁘다`혼자 중얼거리며 꽃길속으로 들어간다.  

 

 

 

 

 

사면을 붉게 물들인 진달래물결..

기운이 남아돌아(?) 꽃터널을 내려와 다시 산허리로 치고 올랐더니,훌륭한 포인트가 나왔다.

마치 영취산의 그 일출포인트를 보는듯한 느낌이다.

고려산은 오늘부로 졸업한다 굳게 맘먹었는데,이 풍경을 보니 내년에 날좋은날 또 다시 오고싶은 생각이..

하여간에 변덕이 죽 끓듯 한다니까...    

 

 

 

 

분홍의 무리속에 유독 눈에 띄는 특이한 색감의 진달래..

재작년에도 그 전년에도 그 전전년에도 이렇게 피었었는데,올해도 변함없이 바로 이 자리에 피어있다.

변하는건..사람뿐이다..  

 

 

 

 

이만하면 산행도 충분히 했고 꽃구경도 충분히 했다.

`내가면`이라는 이정표따라 미련없이 산을 내려선다.

20분도 안걸려 마을에 도착하고..산행정리를 하며 먼지가루 뒤집어쓴 바짓가랑이를 보니,이건뭐 그지발싸개가 따로없다. 

 

차라리 능선길을 조금 더 이어 적석사로 내려올껄 그랬다.

동네어르신께 터미널로 나가는 정류소위치를 여쭈니,마을길을 한참 걸어야한다고..

터벅터벅 걷다보니 적석사로 이어지는 들머리가 나오고,도로가 있는 저만치에 버스정류소가 보인다.

이런..또 눈앞에서 터미널까지 가는 36번 버스를 놓쳤다.

오늘은 비싼돈주고 택시를 탈 팔자인가보다..

내가 탄 택시가 36번 버스를 추월하는 순간 버스안을 올려다보니,어이쿠! 완전 콩나물시루일세...

택시타길 잘했네...이게 바로 만원의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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