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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이야기/산행(2009~2019)

덕유산(황점~향적봉)

 

산행일 : 2015년 1월 31일

산행지 : 덕유산

산행코스 : 황점마을-삿갓재대피소-무룡산-동엽령-향적봉-삼공리

산행이야기:겨울의 한가운데로 접어들 즈음이면 칼바람 부는 덕유능선에 서고 싶어진다.사방팔방 뚫린 장쾌한 조망에 거침없이 펼쳐지는 산그리메가 요 며칠전부터 눈앞에 아른거렸다.  

 

염두해뒀던 들머리가 영각사에서 황점마을로 바뀌었다.

눈이 많이와 영각사 들머리진입이 힘들꺼라는 판단이다.

남덕유 정상에서 덕유주능선의 아름다운 라인을 보고 싶었던 간절한 마음은 물건너 갔지만,넉넉하게 생긴 시간에 마음은 한결 여유롭긴하다.

예보에도 없던 눈발이 가늘게 날리기 시작한다.

그래도 하늘은 더없이 맑아 별들이 촘촘히 박혀있다.

거북이걸음을 했는데도 삿갓골 대피소에 도착하니 아직 날이 새려면 멀었고,취사장 한켠에 죽치고 앉아있자니 으슬으슬 떨리고 좀 청승스럽다.

이럴때 필요한건 뭐?? 따뜻한 구들장..

개인침상을 만들어 깨끗하게 새단장한 대피소안에 들어가니 비어있는 침상이 눈에 띈다.

잠깐 눈만 붙일 참이었다.대피소 직원이 흔들어 깨워서야 일어나니 7시... 

차가웠던 몸이 녹으면서 노곤해지고,그만 정신없이 꿈나라로 빠져들었던것..

 

벌겋게 물든 하늘을 보며 부지런히 무룡산으로 향한다.

         

새벽녘에 내린 눈이 제법 되었나보다.

황골 골짜기를 오를때만해도 생각보다 눈이 많지 않아 설국의 덕유산을 만나리라고는 생각못했는데,이렇게나 가슴뛰는 풍광이 펼쳐져 있다. 

 

 

천왕봉에서 반야봉,그리고 노고단으로 이어지는 지리의 주능선과 그 앞으로 황석산 거망산까지 산그림이 선명하다.

아침빛에 붉그스레 물든 눈꽃은 눈이 부실 정도고...

 

 

 

눈터널을 지나며 연신 감탄사를 쏟아낸다.

새하얀 눈길따라 걷는 기분이 황홀하다.

눈앞에 펼쳐진 빛의 향연에 가슴이 뛴다.

 

 

 

겨우내 쌓이고 쌓인 눈은 거대한 눈벽을 만들어냈다.

눈을 뜨지 못할만큼 칼바람은 매섭게 불어대고,이럴때마다 가슴은 더 후련해지고 통쾌해진다.

순백의 설산이 주는 풍광에 칼날같은 바람맛이 더해지며 겨울산의 매력에 흠뻑 빠진다.

 

 

 

정말 시야 좋은 날이다.

이렇게 지리 주능선이 가깝게 보이는 날도 드물거같다.

남덕유산과 서봉 할미봉도 바로 앞에 가까이 손에 잡힐듯하다.

연신 산이름 불러주느라 바쁜 몽몽님..

자고로 마누라 말을 잘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고 했다구..

오기 싫어하는 사람 울며겨자먹기로 억지로 끌고(?)온 보람이 있다. 

 

 

원추리 가득했던 평전은 순백의 눈꽃이 눈부시게 피었다.

평전위로 불어대는 칼바람이 눈물이 나올만큼 짜릿짜릿하다.

그래도 이 구간은 지리의 연하선경길만큼 내가 가장 좋아하는 구간이라 서둘러 지나치고 싶은 마음이 조금도 없다.

얼굴이 얼얼해지도록 서서 부드러운 설산을 바라보고 또 바라본다. 

 

 

 

유독 푸르른 하늘..그리고 유독 새하얀 눈..

겨울산이 보여줄 수 있는 아름다움의 절정이 바로 눈앞에 펼쳐진다.

영각사부터 오르지 못한것이 오히려 신의 한수가 아니었나 싶다.

이렇게 여유있는 걸음으로 산의 아름다움을 벅차도록 마음에 담을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자꾸만 지리쪽으로 눈길이 간다.

한가지 그리움이 해소되니,또 다른 그리움이 몰려온다.

안가본지 꽤 여러날이다.이 겨울이 가기전에 한번 가봐야할텐데...   

 

 

 

 

 

무룡산

 

가야할 거리가 점점 짧아져 아쉽기만 한 날..

백암봉과 중봉 향적봉이 시야에 들어온다.

백암봉에서 빼재로 이어지는 백두대간도 한눈에 들어오고...

저 길을 언제 걸었었나 싶다.얼마 안되었는데도 벌써 기억저편으로 자리잡은 길.. 

 

 

바람과 추위를 피해 서둘러 무룡산을 내려선다.

내리막은 사정없이 떨어지고,스틱으로 브레이크 조절을 해가며 조심스럽게 미끄러진다.

 

 

 

 

 

은빛으로 반짝이는 겨울숲은 마치 바닷속을 유영하는 느낌이 든다.

흔한 표현이지만 달리 비유의 말이 없이 영락없는 바닷속이다.

손끝이 얼얼할 정도로 쉴새없이 폭퐁셔터질하는 나..

그래..시간이 지나면 남는건 사진뿐이더라..

 

 

 

 

 

어마어마한 높이로 쌓여있는 눈벽아래를 통과한다.

눈보라가 사정없이 몰아치고,눈가루는 은빛이 되어 햇살에 반짝인다.

얼마나 아름다운지...

이젠 얼굴의 감각도 없어졌다.

입도 얼어붙었는지 곶감하나를 간신히 씹어넘긴다.  

 

 

 

 

동엽령 2킬로 남은 지점..

눈속에 파묻히기 일보직전인 이정목이 앙증맞다

 

 

 

 

새하얀 산등성에 핀 설화..

여름꽃 흐드러졌던 산상화원이 바로 이 곳이었던거 같다.

박새부터 흰여로 속단까지...

키작은 눈꽃나무가 작은 바람에 소리없이 흔들린다. 

 

 

 

 

몽몽님한테 새하얀 도화지 위에 그려진 가장 아름다운 설화를 찾아달라 주문했더니만,

딱 내가 원하는 그림 한점을 찾아냈다며 불러댄다.

그러면서 본인의 눈썰미에 감탄하며 무지 뿌듯해하는 몽몽님..ㅎ

컴퓨터 바탕화면으로 써야겠다. 

 

밥 안먹어도 배부른 날?

근데 그건 그거고 본능적인 욕구는 어쩔 수 없는법..

 김치볶음밥을 꾸역꾸역 먹고나니 이제야 몸이 좀 따스해지는거같다. 

 

 

 

 

백암봉에서 이어지는 백두대간 산줄기와 그 뒤로 중봉과 향적봉...

앞뒤로 보이던 한두사람도 사라졌고,산전체를 우리가 독차지했다.

우리품에 들어온 덕유산은 더할 나위없이 넉넉하게 보인다.

 

 

 

동엽령

 

산객들이 좀 많아졌다.

기온이 조금씩 올라가며 산색도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한다.

 

 

백암봉으로 오르는 능선위로 사람꽃이 피었고...

걸음은 여전히 세월아네월아 컨셉이다.

몽몽님은 일찍 내려가 사우나를 하네 동동주를 마시네 하고 있지만,

들은척만척하고 아예 배낭까지 내려놓고 어슬렁거린다. 

 

 

 

 

 

 

 

 

어디서 많이 뵌 분...

마이 잉글리쉬 티쳐님이다.

여기서 이렇게 뵈니 더욱 반가워 격한 허그를 하고...

덕유산이 처음이라시는데,이렇게 축복받은 날씨를 만나셨으니 완전 복받으신 선생님...

짧은 만남 후 헤어지고 나서 몇걸음 옮기다보니 아쉬운 마음에 곶감 몇개를 들고 뛰어가 건네드린다.  

 

 

중봉지나 구상나무와 주목군락지가 나타나며 향적봉이 지척에 있음을 알린다.

산객들이 엄청나게 많아졌다.

이런 구간은 빨리 벗어나는게 상책이다. 

 

바글바글거리는 향적봉을 바라보던 몽몽님은 곧바로 삼공리로 하산하자 그러고..

나는 마지막 점은 확실히 찍어야 한다고 그러고..

둘이 의견이 안맞을땐 언제나 답은 나와있다.

`그대는 그대갈 길 가시오,나는 내 갈 길 가겠나이다`하면 어차피 따라오게 되어있다..ㅎ

 

어차피 곤돌라를 이용할 생각은 없었지만,설천봉을 내려다보니 줄이 장난이 아니다.

듣자하니 4시간을 기다려야 한다고...

그러고보니,삼공리로의 하산이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오랜만에 백련사 구경도 하고,맑디맑은 구천동 계곡길을 기분좋게 걸어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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