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 : 2015년 6월 16일
산행지 : 설악산 서북능선
산행코스 : 한계령-귀때기청봉-대승령-장수대
산행이야기:꽃개회나무 향기가 산정을 온통 뒤덮는 6월의 설악 서북능선..그 향기를 찾아 설악으로 든다.
(금마타리)
즉흥적으로 버스표를 미리 예약해 두었지만,오만가지 생각으로 계속 고민의 연속이었다.
30도에 육박하는 땡볕에 먼 길 혼자 걸을 생각을 하니 엄두가 안나고,
한편으론 두해전 경험했던 그 향기는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고..
결국 카메라 먼지를 털어내고 배낭에 쑤셔넣고는 집을 나섰다.설악도 설악이지만,한동안 잊고 있었던 찰칵하는 셔터소리가 그립기도 했다.
메르스가 터미널 풍경도 바꿔놓았다.
세사람 중 한명꼴은 죄다 마스크를 착용했다.
몽몽님이 터미널에 내려주며 한계령에 도착할때까지 반드시 써야한다고 여러번 주의를 줬지만,순순히 들을 내가 아니다.
만지작거리다 도로 쑤셔넣는다.
길섶으로 금마타리가 도열하여 피어있는 길..
몇걸음 못가 뚝뚝 땀방울이 바닥에 떨어지기 시작하고,온몸은 땀으로 흠뻑 젖는다.
너덜겅에 이르러 숲을 벗어나자 햇살은 더 기승을 부린다.
얼마전 수락산역 노점에서 4천원 주고 구입한 햇빛가리개를 뒤집어쓰니 한결 낫다.
누가보면 양봉하는 아줌마로 보이겠지만,얼굴로 달겨드는 날파리들 접근을 막을 수 있고,자외선 차단효과도 있고..
이 좋은걸 왜 이제사 알았을까? ㅎ
어디선가 라일락향이 진하게 풍겨나온다.바로 꽃개회나무다.
너덜길 사이로 꽃길을 이루며 꽃개회나무 전성시대를 이루고 있다.
온몸으로 꽃향을 흡수한다.
담을 수 있는 용기라도 있으면 꾹꾹 눌러 집으로 담아가고 싶은데...
(붉은 인가목)
귀때기청봉
열기 훅훅 달아오르는 바람한점 없는 귀때기청 정상..얼른 내려서 그늘을 찾는다.
가야할 길 쳐다보니 숨이 막히고 슬그머니 꾀가 생기지만,지난번처럼 왔던길 돌아가기는 싫다.
오늘은 못먹어도 고~하기로 맘먹고 나선 길이니까..
맨 도봉산 수락산만 다니다보면 가끔 큰 산 걷고 싶은 욕심이 난다.
새로운 풍경을 마주하며 거친 숨 토해내며 오롯이 나한테만 집중하며 걷고싶은 욕구..
(참기생꽃)
이제 다 시들고 몇송이 안남은 참기생꽃을 만난다.
한동안 성성했을 풀솜대와 두루미풀은 잎사귀만 남아있다.
검종덩굴도 시들고 있고 세잎종덩굴은 곧 꽃잎을 열 준비중이다.
들꽃들을 관찰하느라 잠시 더위도 잊었다.
모든게 맘먹기에 달렸다는게 맞긴 맞는갑다.
힘들다 생각하면 덩달아 몸도 고달픈거고,이 또한 즐기면 행복한거고..
(흰인가목)
(붉은인가목)
바람이라도 불었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꽃향에 취해 이대로 마냥 눌러 앉아 버렸을지도 모를일이다.
바람한점 없는 날이라 다행이라 봐야하나??
(노랑만병초)
나도모르게 왠지 걸음이 등로를 벗어나 숲으로 이끌었다.
잔가지에 긁혀가며 낮은 자세로 조심스럽게 숲안쪽으로 들어가서 본 순간,`와아~`환호를 한다.
꽃송이가 어쩜 이리도 풍성할까? 꽃색은 어쩜 이리도 고상할까?
노랑만병초..그러니까 이 꽃이 멸종위기 2급에 해당하는 귀한꽃이란 말이지..
이름 그대로 모든병을 낫게 해준다는 `만병초`..
많은 사람들이 이 나무를 베거나 잎을 뜯어가는 바람에 지금은 고산에서도 귀하게 볼 수 있는 나무가 되었다.
주로 그늘진 곳이나 습기가 많은 곳에서 잘 자라고 추위에 잘 견디지만,생장속도가 느리고 공해에 약하다.
난생 처음 노랑만병초를 본 흥분을 좀 가라 앉히고,다시 길을 잇는다.
그 사이 날은 좀 꾸물꾸물해졌지만,한차례 쏟아질거라는 비는 곧 올거같진 않다.
오히려 한번 시원하게 쏟아졌음 하는 바램이다.
멀리 뾰족하게 솟아오른 안산을 향해 너덜바위를 내려선다.
이제,열심히 걸을일만 남았다.
낙석지대를 힘겹게 오른다.
무더위에 숨이 턱턱 막히고,발걸음이 잘 안떨어진다.
숲에 들어서면 멧돼지가 파헤친 흔적에 따끈따끈한 분비물까지 눈에 띈다.
슬쩍 겁이 나서 걸음을 빠르게 움직이고 싶지만,맘대로 되지 않는다.
이렇게 산이 적막할 수 있을까?
방금전에 마주오는 딱 한사람을 만나거 빼고는 산객이 아무도 없으니..
(금마타리)
더위에 지쳐가도 멋진 풍경을 마주하는 순간만큼은 희열이다.
한계령 건너편으로 가리봉과 주걱봉,그리고 삼형제봉이 희미하다.
대청봉에서 이어지는 서북릉은 안개가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설악솜다리)
길눈은 어두워도 꽃위치 알아내는건 어둡지 않은가보다.
이쯤에 설악솜다리가 있겠다 싶으면,거짓말처럼 나타난다.
시기를 지났어도 여전히 아름다운 꽃..
동물들이 살아남기 위해 보호색을 띠는 것처럼,이 꽃이 바위색과 비슷한것은 어쩌면 오래도록 살아남으려는 일종의 보호색이 아닐까 싶다.
(둥근이질풀)
굽이굽이 한계령이 발아래 보이지만 대승령은 아직 멀었다.
중간중간 쉬어가는 횟수가 점점 많아진다.
딱 더위먹기 십상인 날이다.
2리터 넘는 물이 얼마 남지 않았다.
원통에서 동서울행 막차 놓치면 춘천가서 전철타면 될일이고..속초가서 고속버스타도 될테고..
서두르지 않는다.
대승령을 2킬로정도 남겨놓은 지점부턴 그나마 길이 푹신해진다.
(바람꽃)
가물어도 너무 가물었다.
박새는 꽃을 피우기도 전에 잎이 죄다 시들어 버렸고,바람꽃도 시들시들하다.
대승령을 내려서 계곡에 닿으니 상태는 더 심각하다.
대승폭포는 물론이고 계곡이 빠짝 말라 물구경하기가 힘들다.
장수대가 거의 다가올즈음,발목까지도 안되는 계곡물에 들어가 대충 땀을 씻어낸다.
공단직원분께 버스시간을 확인하고,정류소에서 지갑을 꺼내자마자 3시 55분에 속초를 출발한 동서울행 버스가 내 앞에 딱 선다.절묘한 타이밍~~!
원통을 지나며 내리기 시작한 비는 구리를 지날때는 완전 앞이 안보일정도로 내리붓는다.
창밖으로 보는것만으로도 더위에 지쳤던 몸과 마음이 금새 회복되는거같다.
7시 도착시간 맞춰 터미널에 기다리고 있는 몽몽님..
`꽃등심 사줘..요즘 속이 허해서 현기증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