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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이야기/산행(2009~2019)

설악산 첫째날

 

산행일 : 2015년 5월 27일~28일

산행지 : 설악산

산행코스 : 한계령-끝청-중청(1박)-대청-희운각-공룡능선-소공원

산행이야기:다시 또 설악이다.이번엔 공룡능선의 산솜다리를 볼 참이다.날짜를 헤아리니 절묘하게도 꼭 일년전 오늘도 설악에 있었다.그 때는 혼자였는데,이번엔 두 분이 동행하셔서 외롭지 않은 길이다. 

 

도닦듯 108계단을 올라 설악루를 통과하자마자 가리봉과 주걱봉을 조망한다.

날은 좀 더워도 오늘 조망 참 끝내준다.

  

(금강애기나리)

 

두루미풀,자주솜대,풀솜대,나도옥잠화등 봄야생화 어여쁘게 피어있는길..

걷는내내 이름모를 새들이 경쟁하듯 노래하고,걷는내내 어느선가 산라일락향이 풍겨온다.

`새야~해지고 어두운데,새야~어디로 가야하나~~~`

한번씩 새소리가 들릴때마다 나도 모르게 흥얼흥얼.. 

한번 흥얼거리며 입에 붙었던 노래는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다.

심지어 옆사람에게 전염되기까지..ㅎ  

 

한계삼거리에 도착해 힘있게 솟구쳐있는 용아장성과 공룡능선을 바라본다.언제봐도 신비스러운 풍경..

내일,저 길을 걸을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설레기 시작하고..한편으론 더위라도 먹지 않을까 괜한 근심도 된다.

 

 

멀리 귀때기청봉과 가리봉을 뒤로하고 끝청으로 다가간다.

숲을 벗어나면 뙤약볕이 기다리고 있고,오늘따라 설악의 바람은 인색하기 그지없다.

얼굴에 소금기가 서걱거릴정도로 땀을 연신 쏟아낸다.

이 때 건네받은 살얼음 동동 뜬 아카페라 커피한병..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나면 이런 기분일까?

 

 

산등성에 올라서니 바람결이 그나마 시원하다.

꼬불꼬불 한계령과 그 뒤로 점봉산을 굽어본다.

마치 녹색 융단을 깔아놓은듯한 산색에 안구정화가 저절로 되는 풍광을 마주하며 한선수님이 한마디 하신다.

앞으로 고생만 진탕하고 볼꺼리 없는 잡산(?)은 절대 안가신다고..명산만 골라 다니신다고..ㅎ 

 

 

(참기생꽃)

 

힘든길 쉬어가라고 참기생꽃이 반긴다.

덕분에 무거운 배낭은 내려놓았지만,쪼그려앉아 숨참고 인사하느라 헥헥.. 

 

 

(큰앵초)

 

숲속 여기저기에 무리지어 피어있는 큰앵초 때문에 여러번 걸음을 멈춰야했다. 

숲속에서 붉은빛 발산하며 얼마나 유혹을 하는지..

 

(검종덩굴)

 

힘겹게 끝청을 오르시는 미스타리..

시집가는 날 등창난 격이다.

어젯밤 침대에서 떨어져 어디어디에 멍이 들어 걸음이 불편하시다고..

내일 공룡을 동행할 수 있을랑가 걱정~

전문산악인 어쩌구 하시며 죽으나 사나 가신다고는 약속했는데..

 

봉정암과 소청지붕이 빤히 보이고...

용아장성릉은 더 가깝게 다가왔다.

 

중청의 탁구공과 대청봉도 점점 가까워온다. 

 

 

또 한번 참기생꽃과 인사하고.. 

 

 

대피소를 바로 앞에 두고,중청에서 시원한 파워에이드 마시며 다 져버린 털진달래밭에 앉는다.

절정일때 오면 참 좋을텐데..

기상상태가 변해 요즘엔 꽃시기 맞추기가 참 어렵다.

 

 

 

 

일찌감치 취사실에 자리잡는다.

이 없으면 잇몸으로도 산다고,돗자리대신 잠자리때 쓰려고 가져오신 발포매트를 깔고 앉으니 훨씬 안락하다. 

소맥 첫잔을 원샷하고는 미스타리님이 고기구워 내어주시는 족족 입으로 쉴새없이 직행이다.

땀흘린 산행끝에 먹는 음식인데 그 뭔들 안 맛있을까?

누구는 삼겹살의 위대한 승리라 하고..

누구는 후라이팬이 훌륭해서 그렇다 하고..

누구는 마무리 단계에서 사용한 가위와 집게의 우수성 때문이라 하고.. 

제각각 자기가 가져온 음식과 집기들을 내세우며 유치찬란하게 공치사하느라 정신없다.

 

7시가 넘으니 햇볕이풀 누그러졌다.

잔뜩 부른 배를 쓸어가며 알딸딸한 기분으로 대청봉을 오른다. 

 

 

 

대청봉

 

1708m..천치가 콩팔러 간 곳이라 외우면 높이를 안까먹는다던데..ㅎ 

 

중청의 탁구공 너머로 노을이 지고,꽃밭은 붉게 물들고,저녁바람은 너무나도 살갑고 부드럽다.

 

 

 

너무나도 조용한 산장이다.어쩐일인지 코고는 사람도 없고,낮은 소리로 떠드는 사람도 없다.

더 놀라운 일은 최강의 코골이를 자랑하는 미스타리님조차 조용하다는거.. 

에어컨 바람이 너무 강해 코가 맹맹해져 훌쩍거리는게 민망할 정도다.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다 겨우 잠들었는데 시계를 보니 딱 한시간 흐른 후다.

이리저리 뒤척이며 억지로 잠을 청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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