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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이야기/산행(2009~2019)

설악산 상봉

 

산행일 : 2015년 7월 4일

산행지 : 설악산 상봉

산행코스 : 화암사-수바위-성인대-상봉-화암재-화암사

산행이야기:올해 아버지 생신은 양양에서 치르기로 했다.좀 서두르면 산행하고나서 모임시간에 닿을 수 있을거같아 일찌감치 집을  나선다.

 

설악산 상봉..

백두대간할때 두번씩이나 걸었지만,두번 다 야간산행이었기에 `단지 걸었을 뿐`이었다.

이번엔 주변풍광을 제대로 즐겨보자 싶어 이곳을 산행지로 잡아봤다.

 

화암사일주문 지나자마자 상가 맞은편에 수바위로 오르는 들머리가 있다.

축축하게 젖은 흙길따라 호젓한 숲길을 밟으며 걸으 이내 수바위가 나오고,

바위에 오르니 화암사 경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그 뒤로는 우리가 가야할 상봉이 구름속에 숨어있고..

 

 

예쁘게 나있는 소롯한 길끝엔 속초시를 품고있는 멋드러진 바위가 기다리고 있다.

미시령휴게소에 닿을때까지만해도 파란하늘에 구름까지 두둥실 떠있어 바램대로 북설악 조망을 시원하게 즐길 수 있겠구나~했는데,어째 점점 안개가 무겁게 내려앉는다. 

 

영화`또 하나의 약속`,멍게,그리고 울산바위..

드디어 영화속 주인공이 앉아있었던 그 자리에 선다.

구름이 가려 온전한 울산바위의 모습은 아니지만,주인공처럼 멍게에 소주한잔 하고 싶은 특급전망대다.

 

 

우리도 언제한번 이곳으로 잠자러 옵시다~

내 말을 들었는지 말았는지 묵묵부답..

 

 

미시령터널이 발아래 있다.

 

 

출입금지 안내판 너머로 들어선다.

길이 미끄러워 바위가 위험할거 같네,점점 어두워지는거 보니 곧 소낙비가 쏟아질거 같네 하며 궁시렁거리는걸보니 몽몽님은 이쯤에서 돌아가고 싶어하는 눈치다.

이미 마음속에 그려놓은 오늘 산행의 밑그림을 어떻게든 완성하고 싶은 나,무작정 앞장선다.

 

길은 점점 좁아지면서 거칠어진다.

설상가상 안개까지 몰려오며 안개비를 조금씩 뿌려대기 시작한다.

정제되지 않은 거친 산길의 매력을 느껴가며 암릉을 조심스레 우회한다.

 

 

 

암릉지대를 만난다.

젖은 바위가 무척 미끄럽다.그렇게 조심한다고 했는데도 결국은 무릎을 부딪혔다.한소리 들을까봐 아프다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어련히 알아서 잘 가는데도 먼저 올라간 몽몽님이 발디디는 곳을 일일이 알려준다.

 

 

샘터가 있는 백두대간 삼거리와 만난다.

물맛이 얼마나 시원하고 좋은지,가져온 물을 죄다 쏟아버리고 샘물로 다시 채운다.

지금부턴 오밤중이었지만 그래도 두번이나 걸어봤던 길이다. 

 

 

상봉과 가까운 너덜지대에 이르지만,안개는 점점 더 가득 차오른다.

안개가 걷히는건 둘째고 비가 내리지 않기만을 기도해야 할 판이다.

쉽게 걷힐 안개가 아닐거 같아 쉬지않고 상봉으로 향한다. 

 

 

(여로)

 

 

상봉

 

40여분간의 휴식을 마치고 일어선다.

맞은편에서 오는 대간꾼들이 만나는 족족 묻는다.

국공파 아저씨들 지키지 않느냐고...

 

 

밤길에 벌벌떨며 내려섰던 그 밧줄구간이다.

다행히 로프가 그대로 있어 가볍게 내려선다.

 

또 한번의 밧줄구간을 만나고...

 

 

(바람꽃)

 

드디어 바람꽃의 계절이 왔구나..

대청봉의 바람꽃이 눈에 아른거린다.

 

 

(미역줄나무)

 

온몸을 흠뻑 적셔가며 숲길을 통과해 화암재에 도착한다.

따로 이정표가 없어 이번 산행을 계획하면서 잘 찾을 수 있을까 가장 염려했던 곳이다. 

휴대폰에 찍어온 사진과 비교하며 화암재임을 다시한번 확인하고는 우측으로 방향을 튼다.

 

젖은 흙길에 가파른 내리막을 미끄러지며 내려간다.

중심을 제대로 잡아야 하는 신경 빠짝 쓰이는 길이다.

안개속에서 노루오줌,꿩의다리가 군락을 이루며 분위기있게 피어있다.

 

 

 

 

(물레나물)

 

산악회 리본을 든든한 가이드 삼아 길을 찾아 내려선다.

계곡물소리가 우렁차게 들리길래 거의 다 내려섰구나~했는데,이 후에도 한참동안 가파른 돌길이 이어지고,

출입금지 표지판을 두번이나 지나서야 길이 조금씩 넓어지면서 편안해진다.

 

 

마지막 계곡을 건너 임도와 만나고,

생긴지 얼마 안되어 보이는 다리를 건너니 화암사 일주문이 나온다.

7시간에 걸친 산행을 마치고,산위를 올려다보니 여전히 하얀안개꼬깔을 쓰고 있다..

단풍철에 한번 더 와봐야겠다.

 

대청봉이 빤히 보이고 바다를 끼고 있는 곳에 숙소가 예약되어 있었다.

사남매 중 2등으로 도착해 말끔하게 씻고나니 나머지 식구들이 속속 도착한다.

중요한 과외수업이 있다는 은진이 은정이만 빼고 열다섯 가족들이 모이니 시끌벅적하다.

 

유럽풍의 고급스런 분위 어쩌구 하는 호텔에서 뷔페로 식사를 하고..

 

쌍둥이들은 할아버지 일흔세번째 생신축하 노래를 목청껏 부른다.

 

 

 

처갓집 일에는 두손두발 걷어붙이고,막내라는 이유로 서석집 일에는 소극적이었던 동생이 왠일로 이번 생신은 기가 주선할테니 빈주머니로 오라고 선언했.

부담되지만 굳이 말리지는 않겠노라~며 왔는데,가족들 모두 완전 감동먹은 날이었다.

호텔뷔페까지는 그런가보다 했다.부지런히 접시에 퍼다 날랐고 동생 잘둔 덕에 이런데도 와본다며 치켜세웠다.

진짜 감동은 그 다음이었다.

케잌커팅이 끝나자마자 갑자기 분위기 잡으며 아버지께 드리는 감사장이라며 한줄 한줄 읽어내려갔고,

다 읽고 났을땐 가슴이 클해져서 눈물까지 찔끔 나올뻔 했다.

민망해서 한마디 했다.

`너 이거 어디서 베낀거지?`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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