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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박이야기/비박이야기

선자령 비박

 

산행일 : 2015년 8월 3일~4일

산행지 : 선자령

산행코스 : 대관령휴게소-양떼목장-선자령(비박)-국사성황당-대관령휴게소

산행이아기:아침부터 `비박,비박~`노래를 불렀더니,11시가 다 되어서야 마지못해 오케이사인을 하는 몽몽님..이왕 갈꺼면 좀 일찍 대답을 해주던가..냉장고에 있는 반찬 이것저것 꺼내 눈썹이 휘날리게 휘리릭 배낭을 꾸린다.  

 

(애기앉은부채)

 

선자령에서 하루 묵기로했다.

그냥 초원위 바람맞으며 더위를 식히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에 하나 더,애기앉은부채와 제비동자꽃도 볼겸..겸사겸사..

 

괜히 나섰나 싶을정도로 꽉 막혀있는 도로를 돌고돌아 4시 반쯤되어 대관령휴게소에 도착한다.

정상까지 가려면 좀 바쁘게 걷게 생겼다.

 

(금꿩의다리)

 

(동자꽃)

 

아무리 바빠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선자령의 보물들..

금꿩의다리는 거의 끝물이고,애기앉은부채는 여기저기 마구 피어나기 시작했다.

 

 

(제비동자꽃)

 

앞으로 제비동자꽃은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으로만 보게 되었다.

자생지를 보호하기 위해 철조망을 높게 설치해놓았다.

잘된일이다.

꽃들은 그 어느때보다도 싱싱하게 무리지어 피어있다. 

 

 

 

길옆으로 동자꽃,잔대,모싯대,짚신나물,나리꽃등 여름꽃들이 한창이다.

굳이 숲으로 파고들지 않아도 등산로 주변은 온통 꽃들의 천국이다.

꽃좀 담아보겠다고 배낭을 멘채 앉았다 일어났다 하려니 끙끙~곡소리가 절로난다.결국 꽃사진은 포기~~ 

 

 

 

넘실대는 초록의 물결위를 걷는다.

확트인 풍경은 무방비로 몰려오는 바람과 함께 속까지 후련하게 만든다.

 

초원위엔 벌써 한무리의 손님들이 입주해있고..

 

정상석 바로 옆에 서둘러 집을 지었다.

바람이 예사롭지않아 돌맹이로 단단히 고정을 시켰다.

새로 장만한 백마후라이팬에 삼겹살을 구워 소맥 주거니받거니 할때까지는 화기애애했는데,잘나가다가 바람막이옷 때문에 분위기는 급 화기애매해지고..

내 바람막이옷은 왜 안챙겼냐..알아서 챙겨야지 내가 왜 챙기냐..하며 티격태격.. 

하튼가 부부란...하루에 열두번도 님이 되었다가 남이 되기도 하는 알 수 없는 사이..

 

바람이 완전 태풍수준으로 몰아친다.

텐트가 탈탈거리며 들썩들썩 거릴정도다.

바로 옆에 서있는 정상석이 우리쪽으로 쓰러지는건 아닌지 걱정이 된다.

잠깐 잠이 들었다가 눈떴더니,몽몽님이 이너텐트를 손으로 받치고는 한숨을 푹푹 내쉬고 앉아있다. 

화장실이 급한데도 도저히 밖에 나갈 엄두가 안난다.바람소리가 어마무시하게 들려온다.

부디 이 밤이 무사히 지나가기를~~

 

새벽이 되어도 바람은 여전하다.몸이 휘청휘청거린다.

그리고 바람이 밤새 남긴 흔적은 처참했다.

폴대는 휘어있고,고정 고리는 끊어져있다.

몽몽님은 날새기가 무섭게 서둘러 철수준비를 하고..나는 이 와중에 일출보겠다고 어슬렁거린다.

 

구름이 점점 붉게 물들고,동녘하늘은 신비로운 색으로 물든다.

선자령의 바람이 만들어낸 황홀한 새벽이다.

 

 

 

곤신봉 매봉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능선.. 

백두대간 전 구간 중 가장 평화로운 풍경을 선사했던 멋진구간이었다.

 

 

 

 

동해바다위로 붉은해가 쑤욱 올라오자 아침풍경은 절정에 이른다.

일출이고뭐고 빨리 이곳을 벗어나야겠다는 몽몽님만 빼고 옆집사람들 모두 한곳을 응시한다.

 

 

 

 

이곳이야말로 진정한 바람의 나라~~

바람의 소리를 들으며 초원위에 서서 바람에 몸을 내맡기니 한없이 자유롭다.

 

 

바람 어쩌구하면서 새벽낭만을 즐기고 있는동안 몽몽님이 짐정리를 다 마쳤다.

엄청난 바람때문에 텐트를 차곡차곡 접지도 못한채 되는대로 마구 쑤셔넣었나보다.

6시도 안돼 쫓기듯 정상을 내려선다.

 

 

 

 

 

숲으로 들어서니 바람이 좀 잦아진다.

바람소리로 멍했던 귀가 이제야 뻥 뚫리는것 같다.

여름꽃들이 숲을 가득 메웠다. 

 

 

정상에서 함께 하룻밤 보낸 분들..

배낭에 줄줄이 참 많이도 달고 가신다.

 

(금꿩의다리)

 

반대편 차로와는 달리 막힘없이 잘도 달린다.

 날씨가 좋아 선자령에서 더 머물렀었더라면 꼼짝없이 꽉막힌 도로위에 갇힐뻔 했다.

11시도 안돼 집에 도착해 오후내내 늘어지게 잔다.

자는동안에도 귓전으로 선자령의 바람소리가 떠나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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