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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이야기/산행(2009~2019)

안산자락길

 

산행일 : 2015년 9월 24일

산행지 : 안산자락길

산행코스 : 독립문역-서대문형무소역사관-숲속무대-무악정-봉수대-독립문역

산행이야기 :이십대 가장 화려했던 시절에 만났던 사람들과 `언제 밥 한번 먹자`고 약속한 날이다.괜스레 설레는 마음이 어릴적 소풍가기 전날의 심정과 똑같다. 

 

하필이면 몸무게 고공행진 중일때 만나자고 해서리..

한끼라도 굶으면 배가 홀쭉해 보일까 싶어 어젯밤 굶었더니 밤새 얼마나 꼬르륵대던지..

날새기가 무섭게 일어나 아침을 조금 과하게 먹었더니 오히려 배가 더 뽈록해지는 역효과가 난다..내가 못살아~~

 

오늘 만나기로 한곳은 `안산자락길`이다.

파티룸을 빌려 하룻밤 쌈박하게 보내네,이태원에서 만나 밥먹고 커피마시며 회포를 푸네 하는걸 나이들면 자연을 가까이 해야한다고 강력히 주장하며 이곳으로 끌고 온 것..

유독 걷기 싫어하는 두 사람을 위한 맞춤산행지로 어디가 좋을까 하다가,

펭귄님이 자주 다니셨던 안산자락길을 떠올렸다.

  독립문역 5번출구에서 2년만에 만난 우리..

어젯밤 얼굴에 녹차팩까지 하며 신경썼건만,만나고보니 역시나 나만 쭈구렁 밤탱이 아줌마다.

어쩜 피부관리를 저리들 잘했는지 참..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을 지나 한성과학고 뒷편으로 난 임도를 올라가니 안산자락길 시작점이 나온다.

7킬로 정도의 순환길이라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어느길을 선택하든 제자리에 오게 되어있다.

우리는 오른쪽 파란색 화살표 따라 걷기로 한다.

 

정갈하게 놓여진 나무데크길이 이어진다.

그동안 묵혀뒀던 이야기보따리를 풀며 걷기엔 아주 딱이다.

제주여행 이야기,일본 자유여행 이야기..그리고 오꾸노상 이야기..

 

 

에헴..아는척 좀 해볼까?

저기가 북한산 보현봉이고 저기는 족두리봉능선이고..그리고 저기는 인왕산 서울성곽길...

설사 잘못짚어 틀린다 한들 아는 사람은 없다..  

 

참 역사가 깊은 세사람..

추억을 이야기하니 한도 끝도 없다.

아줌마 셋이 모였으니 오죽할까..접시 몇개 깨는건 식은죽 먹기다.

 

오르내림 없는 그늘로 된 산책로가 마음에 쏙 들었는지 다음에도 이런 컨셉으로 만나자는 두 사람..

여기가 진정 서울이 맞냐며 숲길을 흥미있게 즐긴다.

 

 

코딱지만큼 걷고는 정자가 나타나니 허기 진다며 쉬어가잖다.

고봉민 아저씨네 돈까스김밥,옥순씨가 보내주신 황금배,복희가 소꿉장난 하는것처럼 싸온 커피랑 과자,초콜렛..

그리고,황미숙표 도토리묵...

 

음식으로 기억되는 추억들을 이야기한다.

복희는 내가 해준 감자밥이 아직도 그립단다.

난,복희가 내 생일날 만들어줬던 등심스테이크와 감자그라탕맛을 잊을 수 없다.

손이 느린 윤정언니 음식을 먹으려면 언제나 한나절이었다.

언제한번은 오징어볶음을 해준다 그러고는 오징어손질하는데만 한시간이 걸렸었다.ㅎ

그 후론 언니네집을 가면 무조건 배달음식으로...

사는게 그렇듯 부족한 부분은 다 채워지기 마련인가보다.

윤정언니는 롯데호텔 양식주방장인 성태아저씨랑 결혼해서 불편없이 잘먹고 잘살고 있으니까..

 

 

복희의 입담은 여전하다.

얼마나 재미나게 이야기를 풀어내는지 오늘 여러번 배꼽잡는다.

특히 얼마전 결혼 후 처음으로 나이트클럽에 갔을때의 에피소드를 이야기하는 대목에선 완전 뒤로 넘어갔다.

웬 젊은 남자가 티팬티를 입고 등장하더니 얼마안있다 그마저도 홀랑 벗었다나 뭐라나..그것도 바로 코앞에서..

내가 산에 가면 가슴이 떨리듯,복희는 발리댄스를 추면 가슴이 떨린단다. 

 

 

잣나무숲이 끝나고 안산자락길의 하일라이트 구간인 메타세콰이어 숲이 나타난다.

삼림욕이 따로없다.좋은 향기까지 내뿜어주니 절로 건강해지는거같다.

자동으로 즐기는 인증샷놀이..

 

숲속무대 나무의자에 앉아 가을바람 얹어진 커피한잔...

 

 

자락길을 순환하는 곳곳에 안산 정상인 봉수대로 오르는 길이 나있다.

우리는 무악정을 통해 봉수대로 오르는 길을 택한다.

올라가면 기막히게 멋진 전망이 나타난다며 꼬드겨 끌고 올라간다.

 

평평한 데크길만 걷다가 오르막 흙길이 나타나니 급 조용해진 두사람..

결국 봉수대가는 도중 한차례 주저 앉는다. 

 

안산 295.9m

 

사방으로 탁 트여 서울시내가 한눈에 다 들어온다.

북한산은 물론이고 인왕산 선바위에서부터 남산타워 63빌딩까지..

 

 

 

무슨 약수터방향으로 내려서니 해골같은 바위하나가 떡 있다.

약간 가팔라보이는 지름길로 내려가자하니 가슴이 떨려 도저히 못가겠단다.

할 수 없이 다시 봉수대를 거쳐 무악정으로 내려간다.

 

 

이제 그만 걷고 싶어하는 두사람..

종아리에 쥐가 날거 같네,허벅지가 땡기네,다리가 후달거리네 하며 쉼터가 나타날때마다 쉬어간다.

넉넉잡고 3시간이면 충분할꺼라 생각했는데,걷기 시작한지 장장 다섯시간이 넘어간다..헐~~

 

 

마지막 데크길을 지나서대문형무소역사관으로 내려선다.

어느새 집으로 돌아가 저녁밥 지을 시간이 다 되었다.

복희는 아까부터 전화통이 불이난다.엄마 언제 오느냐는 하은이 전화..

윤정언니도 마찬가지다.민주가 중간고사 시험을 망쳐 전화기 붙들고 우는 모양이다. 

생각보다 산행시간이 길어져 복희가 섭외해놓은 찻집에서 차한잔 마실 시간이 없어졌다.

아쉬운 마음으로 독립문역에서 헤어지며 다음 만남을 기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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