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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이야기/산행(2009~2019)

수락산의 가을 (3)

 

산행일 : 2015년 11월 8일

산행지 : 수락산

산행코스 : 수락산역-개울골-매월정-수리바위-배낭바위-정상-치마바위-도솔봉-수락산역

산행이야기:가을비 내리는 일요일..창밖으로 보이는 가을 풍경이 운치있다.24층에서 내려다보이는 아파트 가로수길은 울긋불긋 추색이 짙고,107동 사이로 보이는 배봉산 자락도 어느새 가을의 끄트머리에 있다.자동적으로 시선은 먼 산으로 향하고,안개에 휩싸인 산들을 바라보자니,산행욕구가 발동한다.수락산 갑시다~하니,비오는데 제정신이냐며 찜질방이나 가자는 몽몽님..결국 각자의 길을 선택하는 우리..이래서 어차피 인생은 홀로가는 길이라 그러나보다.

 

오늘도 들머리는 개울골이다.

지난 주 3일 내내 습관처럼 이 길을 걸었었다.

수락산역을 들머리로 했을때 가장 길게 도는 코스인데다 길도 부드러워 좋아하는 코스다.

 

갈참나무 굴참나무 떡갈나무 샛노랗게 물들었다.

촉촉히 젖은 낙엽들과 소리없이 내리는 보슬비가 늦가을분위기에 제대로 취하게 만든다.

젖은 낙엽에서 나는 축축한 냄새는 좋기만 하고... 일요일인데도 한적하여 더욱 좋고...

억지로라도 끌고 올껄 그랬다.답답한 찜질방이 뭐가 좋다고....   

 

작살나무 열매는 꼭 자수정 같다.

올망졸망 매달린 보랏빛 열매에 물방울이 맺혔다. 

 

 

 

계절을 잊은 진달래가 다시 또 꽃을 피워냈다.

요 며칠 천마산 계곡 어딘가에 너도바람꽃이 피어있지 않을까 할 정도로 포근하긴 했다. 

 

 

 

조금씩 시야가 트인다.

구름이 왔다갔다하며 시시각각 바뀌는 풍경을 보니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린다.

 

 

매월정 도착..

나무의자에 앉아 사과 반쪽 먹으며 고양이를 친구삼아 쉬어가는 곳인데,오늘은 젖어있는 관계로 패쓰~~

이상하게 이 부근엔 까마귀들이 참 많은 곳이기도 하다.

 

 

점점 빗줄기가 굵어지더니 안개가 산을 뒤덮는다.

빗속에 쇠줄을 잡고 저 바윗길을 올라야하나 아님 깔딱고개로 하산해야하나 머뭇거리고 있는데,

연세 지긋하신 어르신 한 분이 보란듯이 바윗길을 오른다.

그리고..자동반사적으로 어르신을 따라 움직이는 내 몸...

 

 

한치앞도 안보이더니,배낭바위에 다다르니 코끼리바위가 살짝 안개속에서 나타나고,도솔봉도 뾰족 고개를 내민다.

그러더니 이내 안개속으로 사라져버리는 코끼리....

 

정상에 앉아 구름속에서 나타났다 사라졌다를 반복하는 도정봉을 바라본다.

오늘따라 커피물을 안 챙겨온게 후회된다.

이런 날은 달달한 커피 한잔 마시며 한없이 앉아있어야하는데..

오늘은 막걸리 아저씨도 출근을 안하셨다.

 

 

 

잠깐 구름이 걷히자 발아래 내원암이 그림같이 나타난다.

역시..가을의 산사는 내려다봐야 제맛...

 

 

오늘도 코끼리바위 아래 아지트로 향한다.

특급전망을 자랑하는 곳이지만,눈앞에 보이는건 안개뿐이니...

풍경대신 멀리 아슬아슬하게 바위를 내려오는 산객들을 한참이나 구경한다.

 

 

치마바위에서 바라본 도솔봉...그 너머로 불암산..

 

 

 

온통 붉은 산자락이며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안개가 마치 불이 난듯하다.

 

 

 

 

이렇게 멋진 산이 서울의 빌딩숲을 감싸고 있으니,천혜의 수도임이 틀림없다.

 

내가 걸어왔던 능선과 도봉산..

서서히 시야가 넓어지고 풍경또한 봉우리 짚어가며 이름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산뜻해진다.

몽몽님과 3시 반 약속만 안했더라면 더 머무를텐데...

 

 

멍석을 깔아놓아 푹신한 하산길...

계곡을 만날때까지 하산길 내내 노란가을이다.

 

 

 

 

얼마만에 들어보는 경쾌한 물소리인지...

메말랐던 계곡에 물이 넘쳐나니,속까지 시원해지는거 같다.

 

봄이었나 싶었는데 곧 여름이었던것처럼,

가을이구나 싶었는데,어느새 이 가을이 아쉽게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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