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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이야기/산행(2009~2019)

청광종주

 

산행일 : 2015년 11월 19일

산행지 : 청계산~광교산

산행코스 : 양재동화물터미널-옥녀봉-이수봉-국사봉-하오고개-바라산-백운산-광교산-반딧불이화장실

산행이야기:11월의 연례행사를 치르는 날이다.3년동안 이어온 나만의 특별한 행사,바로 청계산에서 광교산까지 이어 걷는 일이다.요즘들어 어딘가 허전하다 했더니만,하마터면 잊고 지나갈뻔 했다.

 

나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혼자 집 나서는 일이 쉽지 않다.

알람소리 들으며 새벽에 일어날때부터 고민이 시작된다.한시간 더 자고 그냥 수락산이나 갈까보다..

몽몽님 깰까봐 소리 죽여가며 꾸역꾸역 새벽밥 먹으면서도 갈까말까 고민..무슨 큰 일을 한다고 이 새벽에 나가는거야..

하물며 양재역에서 8번 버스를 타고 들머리로 가면서도 고민..무사히 다 걸을 수 있을까..

그러나 정작 산길위에 있으니,이렇게나 좋은것을...

촉촉히 젖은 낙엽길따라 청량감있는 아침숲의 향기를 맡으며 걷는 기분이 너무 상쾌하다.

조용히 걷다보면 이따금씩 새소리도 들려와 귀가 즐겁다.

 

양재동 화물터미널을 출발한지 1시간쯤 되어 옥녀봉에 도착한다.

정부과천청사와 과천시청 위로 관악산 연주대와 기상관측소가 보인다. 

날이 선명하면 63빌딩과 한강까지 보일텐데...

 

 

이제 단풍은 다 스러졌다.

가을옷 벗어버린 나목들은 빛바랜 갈색이다.

그 가을의 흔적들이 만든 낙엽융단을 바스락거리며 걷는다.

소리없이 보슬비가 내리기 시작하지만,도로 내려갈 생각은 조금도 들지 않는다.

 

가을에 만난 봄의 전령...

 

 

매바위

 

헐떡이며 매바위에 올라선다.

남산에 도봉산까지 조망할 수 있는 곳인데,아무것도 안보인다.

딱 쉬어가는 타임인데,미련없이 통과한다.

 

청계산 정상이 가까워온다.

 

매봉

 

전에 못보던 이정표가 생겼다.

`시계등산로`라 불렀던 길이 `성남누비길`이란 이름으로 바뀌었나보다.

 

성남누비길이란...

성남대로를 중심으로 동쪽코스와 서쪽코스가 있다.

동쪽코스는 오리역-불곡산-영장산-망덕산-검단산-남한산성-복정역에 이르는 길이고,

서쪽코스는 복정역-범바위산-옛골-청계산-하오고개-바라산-오리역에 이른다.

총 64킬로로,6구간으로 나뉘어진 성남시계 능선일주를 말한다.

 

날이 꾸물꾸물하니 산객은 거의 없고,

소나무 우거진 길은 어두침침하다.

누구하나 동행이 있으면 분위기 좋다~이럴텐데,혼자 있으니 누군가 튀어나올까 신경이 곤두선다. 

 

이수봉

 

국사봉

 

어이없게 알바를 하고 말았다.

이수봉에서 분명 국사봉으로 가고 있었다.철책옆으로 가는 길이 어째 낯설다 했더니만,

왔던길 방향이 가리키는 것은 `국사봉`이라는 화살표다.

하마터면 옛골로 내려갈뻔 했다.이런..삐리리같으니라구...

머리를 통통 때려가며 다시 이수봉으로 가니 이정표가 너무나도 친절하게 세워져있다.

 

3시간 걸려 도착한 국사봉..

오래 앉아 쉬어야지~했지만,날이 쌀쌀해 사과하나 서둘러 먹고는 일어선다.

 

한번 알바를 하고나니,더 신경써서 이정표를 확인하게 된다.

 

안양판교간 고속도로위로 생긴 육교를 건넌다.

오늘도 자연스레 저 아래 공터로 시선이 간다.미스타리가 삼관우청광 걸을때 밥차지원 나와 주셨던곳..

엊그제같던일이 벌써 4년전 추억이 되었다.

 

 

고속도로와 나란히 하며 바라산으로 다가간다.

그리고 걷기 참 좋은 낙엽융단길이 이어지면서 소리로 전해지는 늦가을의 풍취를 한껏 느낀다.

멍하니 걷다가,이런저런 별 연결고리없는 잡다한 생각들을 하다가,

청설모 바스락거리는 소리에 움칫거리기도 하고.. 

줄기차게 홀로 걷는 즐거움은 그 어떤 즐거움에 비할 수 없다.

 

드디어 나타난 365희망계단..

바라산이 가까웠다는 증거고,깨나 빼야 한다는 표시이기도 하다.

숨이 턱까지 차올라서야 계단을 힘겹게 통과한다.

 

바라산

 

백운호수와 안양시에 한눈에 들어온다.수리산 모락산은 희미하게 실루엣으로만 그려진다.

걷기엔 아주 그만인 날이니,조망이 선명치 없어도 용서가 된다.

어차피 이길의 목적은 `그냥 걷기`니까...

모든게 다 좋을 수 없다.

 

어느새 고분재까지 왔다.

 

보온통에 담아온 김치볶음밥에 지난 주 언니네 집에서 가져온 총각김치..

그리고 후식으로 단감,귤,커피...

순식간에 홀쭉했던 배가 빵빵해진다.

`산에서는 먹는만큼 간다`는 말을 너무 과하게 실천했나보다.

 

 

 

백운산

 

인증샷은 한장 찍어둬야할거 같아서...

나무의자에 카메라 올려놓고 혼자 왔다리 갔다리 생쇼를 한다.다행히 아무도 없다..

 

 

노루목대피소

 

광교산 시루봉

 

다시 보슬비가 내리기 시작한다.기상청예보를 착실히 믿고 우의고뭐고 아무것도 준비를 안해왔다.

하산하는 발걸음이 저절로 빨라진다.

 

형제봉

 

피톤치드 마시며 멍석 깔아놓은 산길을 기분좋게 내려간다.

 

반딧불이 화장실은 지금 공사중이다.

얼굴에 서걱서걱하게 쌓인 소금기를 닦아내지도 못하고 크라우드 한캔을 급하게 딴다.

목을 타고 짜르르 내려가는 맥주한캔에 세상 부러울거 하나 없는 행복감이 밀려오고,

이제야 11월의 숙제를 마쳤다는 기분이 들며 개운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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