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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이야기/산행(2009~2019)

도봉산의 겨울 (2)

 

산행일 : 2015년 11월 27일

산행지 : 도봉산

산행코스 : 보문능선-오봉-신선대-포대능선-망월사

산행이야기:어제에 이어 또 도봉산이다.가까워서 부담없이 겨울산행 즐기기엔 이보다 더 좋은곳은 없다.

 

오늘은 보문능선을 들머리로 잡았다.

길이 편해 일명 `노인정 길`이라 불리는 길..

봄이면 진달래가 만발해 `진달래 능선`이라고도 한다. 

날이 차가워 손수건 대신 두꺼운 버프를 목에 두르고,겉옷도 그냥 입은채 오른다.

우이암 아래 원통사가 내려다보이는 바위에 이르러서야 마주오는 산객을 만나고는,다시 혼자다.

오봉으로 가는 능선엔 소나무가 흰옷을 입고 한폭의 수묵화를 연출한다.

 

가지가지마다 상고대가 예쁘게 피었다.

사계절 내내 냉장고바람이 부는 능선이라 상고대가 필 만도 하다.

 

 

눈꽃 진달래를 만났다.

저들에겐 시련이겠지만,보는 사람은 얼마나 예쁜지..

볼이 얼얼해지고 손이 시려와도 한참이나 바라본다.

 

 

 

작살나무 열매

 

오봉샘이 가까워온다.

하늘이 점점 열리기 시작하며 파란하늘이 언뜻언뜻 보인다.

눈꽃은 눈이 부실만큼 아름답게 빛나고,후두두둑 떨어지는 눈가루는 마치 별가루가 되어 흩날린다. 

 

오봉의 다섯봉우리가 완벽하게 보이는 바위에 선다.

하얀색으로 덧칠한 바위는 잠깐 나타난 파란하늘과 함께 조화롭다.

 

 

 

도봉주능선과 오봉능선은 하얀 가루를 뒤집어쓰고 있고,

이 부근에 유독 많은 소나무들은 죄다 눈무게를 이기지 못해 축축 늘어져 있다.

 

 

오봉의 명품 소나무..

춥긴 추운가보다.오늘은 그많던 오봉 고양이들이 한마리도 보이지 않는다.

종달새도 한마리 없다.

이 우주에 그저 살아 숨쉬는 동물은 오직 나 한사람인듯..

저 앞에 우뚝선 인수봉부터 바로 앞 오봉까지 다 내 품에 안은듯하다.

 

 

소나무길이 아른거려 여성봉까지 다녀올 요량으로 내려서지만,다시 원위치한다.

춥기도 춥거니와 발자국하나 없는 바윗길이 너무 미끄러워 덜컥 겁이 난다.

 

칼바위..

물개바위아래 등기대고 앉는다.

바람 피할곳은 이곳만큼 좋은 곳은 없다.

생강차 한잔에 샌드위치 한조각을 얼얼해진 입으로 집어넣는다.

 

 

가을이면 단풍나무 아름다운 곳,그리고 겨울이면 눈꽃을 오래오래 볼 수 있는 곳..

예전엔 이 계단을 오르내리기 싫어 피아노계단 바위를 곡예하듯 넘나들었었다.

지금은 `출입금지`되었지만..

 

 

주능선은 그야말로 황홀한 겨울왕국을 연출하고 있다.

비록 파란하늘은 아니지만,무채색의 겨울풍경앞에서 걸음은 자꾸만 멈춘다.

알록달록했던 단풍길이 어느새 새하얀 옷을 입고 있으니..

 

 

주봉과 신선대,그리고 뜀바위..

문득 에덴동산을 가볼까 하다가 곧 접는다.

 

 

 

 

 

아까 걸었던 보문능선과 함께 우이암이 바라보이는 바위에 조심스레 올라본다.

그리고,겨울이 되어서야 진가를 나타내 보이는 도봉의 얼굴을 본다.

 

 

 

 

 

신선대로 오르는 길목까지 왔다.

어제보다 더 두터운 눈을 이고 있는 소나무들이 장관이다.

 

 

 

 

 

젖은 쇠난간을 부여잡고 신선대에 올랐다.

찬바람이 강해 모자를 단단히 눌러쓴다.

눈앞에 펼쳐지는 설경이야 말해 무엇하리..

가까이서 본 자운봉은 위엄있고 압도적이다.

 

 

 

 

 

와이계곡을 앞에두고,오늘도 우회로를 선택한다.

포대정상과 바로 연결되는 우회로가 있어 처음으로 그 길을 가본다.

 

 

 

 

 

짧고 굵게 포대정상에 올라 건너편 수락산을 바라본다.

 

 

 

오후가 되면서 파란하늘이 보이기 시작하며 햇살이 드리운다.

 

포대정상의 명품소나무..

햇살을 받으니 더 품격있어 보인다.

 

내가 좋아하는 나무..

이름을 알아둬야 할텐데,아직 이름을 불러주지 못한다.

능선의 바람을 이겨내느라 크지도 않고 변함없이 늘 저 모습 그대로다.

그래서 더 좋아한다.

 

 

 

녹아내리는 눈이 흩날리며 얼굴위로 떨어진다.

얼굴에 느껴지는 감촉이 너무 좋다.

다락능선으로 가려던 걸음,망월사로 향한다.

차마 이렇게 아름다운 눈세상을 두고 내려갈 수가 없다..  

 

 

발밑에 망월사가 보인다.

 

 

포대능선이 끝나는 지점에서 곧바로 내려서지 않고 산불감시초소까지 오른다.

어느 겨울 아침,추위를 피해 저 안에 들어가 옹기종기 앉아 어묵탕 먹었던 기억이 난다.

마침 배까지 고파오니,그 때 그 어묵탕이 더더욱 그리워진다..

 

망월사로 내려서기 전,팥배나무 한그루가 선물인양 눈앞에 나타난다.

눈부신 햇살과 파란하늘,그리고 빨간 열매가 상고대와 어우러졌다. 

 

 

습관처럼 망월사 툇마루에 앉는다.

처마에 걸렸던 고드름이 경쾌하게 떨어진다.

이따금씩 기와에 쌓였던 눈덩이도 무섭게 떨어진다.

딸랑거리며 풍경소리만 간간이 들려오는 조용한 경내다. 

아이젠을 벗고 발자국 소리 죽여가며 영산각에 올라본다. 

 

산을 내려와 전철안에 들어서니,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른다.

뱃속에선 밥달라고 아우성이다.

추운줄도 모르고 배고픈줄도 모르고 정말 오래 싸돌아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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