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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북알프스

일본 북알프스 (1)


산행일 : 2016년 7월 19일~24일

산행지 : 일본 북알프스

산행코스 : 나고야-가미코지(1박)-요코오-야리가다케(2박)-칼날능선-미나미산장-호다카산장(3박)-다케사와산장-가미코지(4박)-나고야(5박)

산행이야기:드디어 떠난다.몇달전부터 설레는 마음으로 손꼽아 기다려왔던 북알프스..몇해전,일본 북알프스의 비경을 접하고는 내내 그 풍경에 사로잡혀 가슴앓이만 했었는데,드디어 그 꿈을 이루게 되는 날이 왔다.


나의 이번 여행은 떠나기전부터 시작이었다.

교통편 검색해보고,산행코스 알아보고,준비물 하나 둘씩 챙기는 과정은 마치 그곳에 가 있는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온통 머릿속을 가득 메웠고,꿈에서조차 그 길을 걷고 있을 정도였다.

비박산행을 계획한터라 배낭 꾸리는 과정은 그야말로 고도의 전략이 필요했다.

비움의 기술이 필요했지만,짐을 넣었다 뺐다를 반복한 끝에 결국 45리터에서 80리터 배낭으로 바꿔 막판에 다시 짐을 꾸려야했다.

45리터 배낭에 5박 6일간의 옷가지며 침구류를 넣는건 절대적으로 무리였다.

배낭에 여유가 생기면서 여름침낭과 오리털바지로 버티려던 계획도 3계절용 침낭으로 과감하게 바꿨고,갈아입을 옷가지도 조금 더 챙겨넣고나니,배낭이 제법 묵직했다.


연착과 회항이 잦기로 유명한 제주항공은 다행히 제 시간에 나고야공항에 도착했다.

덕분에 계획한대로 공항에서 나고야역까지 가는 13시 47분 메이테츠선 급행을 탈 수 있었고,간단하게 편의점에서 도시락까지 챙길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나고야역에서 마쯔모토역으로 가기 위한 JR라인은 쉽게 찾아 탑승했다.

비지정석인데도 좌석이 널널해 두다리 쭉 펴고 아사히 맥주 한캔과 함께 도시락을 까먹을 수 있었다.

잠깐 눈이라도 붙일 요량이었지만,설레는 마음이 커서인지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았고,

시선은 차창밖 정겨운 시골풍경에만 머물었다.


나고야역에서 2시간만에 도착한 마쯔모토역...

신시마시마역에서 가미코지로 들어가는 마지막 셔틀버스를 탈 수 없는 시간이라 택시를 이용했다.

미리 예약해 둔 택시는 도착시간 맞춰 역앞에 대기하고 있었고,배낭을 트렁크에 쑤셔넣고는 수퍼에 들러 쌀과 고기를 구입한 후 가미코지로 향했다.


아흔이 넘은 택시 기사분은 이동하는 동안 이런저런 명승지에 대해 설명해 주셨고,

뷰포인트라며 중간에 차까지 세워주시는 친절을 베푸셨다.

덕분에 1시간 반에 가까운 시간이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북알프스의 관문,가미코지에 도착하니 이미 어둑어둑해졌다.

동그란 가스를 찾아 헤매느라 30여분 정도 허비한 시간이 좀 아까웠지만,먼길 계획대로 목적지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음에 감사했다.


지정받은 B구역 야영장에 서둘러 텐트를 치고,밥을 짓고,김치찌개를 끓였다.

새벽부터 떠나온 여정이라 다들 피곤할텐데도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환상의 팀원들..

꿀맛같은 저녁식사를 마치고는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었다.


이리저리 뒤척이다 4시 반쯤 선잠에서 깨어 일어났다.

드디어 야리가다케 정상으로 향하는 날이 밝았다.두근반 세근반...

얼마나 긴장했던지 두통까지 밀려와 약까지 먹어야했다. 

텐트를 정리하는 동안 언니와 함께 가미코지 센타로 내려가 일인당 500엔씩하는 산악보험과 입산신고를 마쳤고,

어제 그토록 찾았던 동그란 가스도 하나 구입할 수 있었다.



야영장을 출발한지 1시간여..

첫번째 산장인 묘진산장에 도착했다.

멀쩡할때 찍어둬야 한다며 단체인증샷 한방~~~

우리 부부,옥순씨네 부부,그리고 머리 산발한 나으리 한 분...

지금 생각해도 참 환상적인 최고의 조합이었다.



누가 택일을 했는지,날씨 정말 기막혔다.

파란하늘에 구름 동동 떠있고,가끔 바람도 불어오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최상의 날이었으니...

표고차가 거의 없는 계곡길을 조금은 빠른 걸음으로 걸어 요코산장에 도착했다.

그러니까 야리가다케까지 딱 절반 걸어온 셈이었다.

여기서 왼쪽길로 가면 가리사와 산장을 거쳐 호다카산장에 이르는 길이다.

최대 난코스인 칼날능선을 피해 최고봉인 오쿠호다카다케에 오를 수 있었으니,

만의 하나,내일 상황이 여의치 않다면 갈 수도 있는 일이라 눈여겨 두었다.


요코산장을 지나면서 제법 산길다운 길이 시작되었다.

고도는 눈에 띄게 높아지고,어느 사이 큰 나무들은 사라지고,키작은 관목들만 가득해졌다.

점차 호흡도 가빠지고,등짐의 무게감도 버겁게 느껴오며 발걸음은 천근만근 무거워졌다.



멀리 설산이 보이고,시선을 압도하는 준봉들이 가깝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만년설 녹은 물이 폭포가 되어 몇갈래로 흐르는 광경은 정말 장관이었다..

가끔씩 나타나는 계곡물에 땀을 식히고 갈증을 해결했고,

얼음장같이 차가운 물 한모금은 아팠던 머리까지 말끔해질만큼 개운했다.

풍부한 물 덕분에 물을 짊어지고 가는 수고를 덜어낸것만해도 커다란 복이었다. 




몸이 힘겨워지는것에 비례해 눈앞에 보여지는 풍경은 점점 멋드러졌다.

사진으로만 봤던 거대한 산의 풍모가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했고,

그 위압감과 풍채는 경외감마저 들 정도였다.


계곡 건너 카펫처럼 깔려있는 야생화밭을 그냥 지나 칠 수 없어 계곡을 건넜더니 미나리아재비가 노란물결을 이루고 있었다.




꽃 좋아하고,산에서 자는서 좋아하고,길찾는거 어리버리하고,식성까지 비슷한 두 아줌마...

짝꿍들 떼어놓고 둘만 오자고 했었는데,둘만 왔음 정말 큰일 날뻔 했다는...

아마도 칼날능선에서 살아돌아 내려가지 못했을거다.





행여라도 고산증세가 올까 연신 목을 축이며 올랐다.

500ml 물통을 계속해서 보충했다.



정상도착 시간이 점점 늦어졌다.

늦어도 6시 전까지는 도착해야 식수조달과 아침식사 예약이 가능했지만,

맘처럼 발걸음은 잘 떨어지지 않았다.

고도가 높아지며 호흡조절이 잘 안돼 열걸음 가다쉬고 또 열걸음 가다 쉬고를 반복했다


도대체 말로만 듣던 천상의 화원은 어디에 있는거야? 하는 순간,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운 꽃밭이 나타났다.

꽃을 보는 재미에 잠시나마 힘듦도 잊을 수 있었다.




바위 틈마다 끝없이 이어지며 피어있는 야생화에 호들갑 떨며 흥분했다.

이곳이야말로 진정한 천상의 화원이구나 싶었다. 




점점 산그림자는 깊게 내려앉았다.

길은 고도를 차츰차츰 올리도록 지그재그로 나있었고,

그래서인지 정상까지 가는 길은 요원하기만 했다.



힘든 와중에도 사면을 가득 메운 바람꽃 물결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한동안 설악바람꽃이 보고싶어 노래를 불렀었는데,이제 더이상 설악바람꽃에 대한 미련을 갖지 않게 될 만큼 황홀했다.







꽃밭너머로 마테호른처럼 우뚝 서있는 삼각뿔 모양의 정상이 저만치에 보이기 시작했다.

계속해서 걸음을 옮기는데도 걸어도 걸어도 제자리에 있는 느낌이 들었다.

목적지인 야리가다케 산장도 머리 위로 가깝게 보이지만,걸어도 걸어도 아득하기만했다.




욕나올만큼 힘든 길,풍경은 욕나올만큼 아름다웠다.

정상은 오늘내로 가닿을 수 없을만큼 더 멀어져가는듯 했지만,열심히 걸어야만 했다.

언니는 고산증세를 느껴 정작 카메라 꺼내야할곳에서 아예 꺼내지도 못했고..

다른 사람들도 죄다 말수가 적어졌다.




누가 대신 걸어주는것도 아니고,옆구리에서 날개가 나와 날아갈 수 있는것도 아니고,

그저 묵묵히 걷는 방도밖엔 달리 방법이 없었다.









정상을 30여분 남겨놓고 쉣쇼우 휘테가 나타났다.

더러는 정상까지 갈 체력이 도저히 안돼 이곳에서 걸음을 멈추는 사람들도 있다.




드디어 오늘의 목적지,야리가다케 산장에 도착하며 무거운 배낭을 내려놓았다.

숨고를새도 없이 가장 먼저 텐트구역을 배정받고, 리터당 200엔씩하는 식수부터 넉넉히 보충했다.


꿈에 그리던 3,000m높이에서의 야영장..

북알프스 비박을 꿈꾸게 만들었던 사진속 풍경이 눈앞에 나타났다.

하지만,몸뚱아리가 힘드니 텐트를 치고 잠자리를 마련해놓는것조차 힘겨웠다.




일행들이 속속 도착하며 저마다의 잠자리를 마련해놓고는 함께 정상으로 향했다.





네발로 기어올라야하는 정상..

쇠줄과 철계단은 완전 직각이라 공포감까지 들었다.

낙석까지 조심해야만해서 긴장백배...

하지만 여기까지 왔는데 정상을 포기해서는 안되겠고,덜덜 떨리는 가슴 진정시켜가며 한걸음씩 떼어놓았다.






고난끝에 찾아온 행복한 시간...

막판에 고산증세가 있어 끝내 올라오지 못하신 큰형님빼고 넷이서 인증샷~~~


혼자서도 찍고...


정상에서 둘러보는 풍경은 황홀할 지경이었다.

소름끼치도록 멋진 풍경을 앞에두니 가슴은 주체못할만큼 벅차올랐다.

운해가 계속해서 피어올라 신비로운 기운까지 느껴지며 숙연해졌다.





정상에서의 벅찬 감동도 잠시,내려가는 일이 걱정이었다.

올라올때보다 더 간담이 싸늘해지는 하산길이었다.

발디딜 곳 손잡을 곳을 잘 찾아 한발 한발 옮기며,그제야 안전모가 반드시 필요했었다는걸 몸소 느꼈다.

돌맹이 하나라도 꼭 흔들어보고 손잡이로 삼아야했다.






해가 지자마자 저녁밥을 지었다.

압력솥밥에 고기넣고 김치찌개까지 끓였지만,다들 너무 고단한 나머지 입맛이 없어 억지로 꾸겨넣었고,

고산 증상이 심한 언니와 몽몽님은 음식을 거의 먹지 못했다.


눅눅한 침낭속에서 꼼지락거리며 깊은 고민에 빠졌다.

다들 몸상태가 말이 아니다.

세명이나 고산증세가 왔으니...

지금 상태로는 더이상 산길을 이어갈 수 없으니,내일산행은 접어야할지도 모를일이다.

부디 밤새 몸이 회복되기만을 간절하게 바랄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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