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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북알프스

일본 북알프스 (2)


일본 북알프스 (2)


참으로 포근했던 밤이었다.

침낭안이 후텁지근해 옷을 하나둘씩 벗어야 했을 정도로 따뜻했다.

6시쯤 일어나 황태해장국을 끓여 먹고는 텐트만 그대로 두고 짐을 꾸렸다.

오늘 가야할 호다카산장 까지의 거리는 얼마 안되지만,고도를 1000m가까이 급격하게 올려야 한다.

어제에 이어 날씨반전이 없어 하루를 시작하는 기분이 가볍다.


미나미다케,기타호다카다케,그리고 오쿠호다카다케의 연봉들이 한 눈에 들어온다.

2년 전,저 칼날능선을 걸었던 때가 꿈만 같다.

등로가 어찌나도 사납고 거칠던지,지금 생각해도 살이 떨린다.




등짝에 붙어 있었던 고구마자루같은 배낭을 내려놓고,작은 배낭 하나 달랑 짊어지니 날아갈듯 가볍다.


아침햇살 강하게 내리쬐는 가라사와 고야는 더욱 아름답고..

그 뒤로 보이는 기타호다카정상은 다시봐도 위협적이고 두려움의 존재다.




구름 한점 없는 맑은 날,오늘도 우리는 천국의 날씨를 선물 받았다.



오늘도 읊조린다.

건강 허락되어 이곳을 걷게 하심을 감사하고..

좋은 날씨 허락하여 멋진 풍광 눈에 넣을 수 있게 하심에 감사하고.

좋은 길동무 옆에 있게 해주심에 감사하고..



마가목이 얼마나 많은지..

산정을 뒤덮고 있는 발그레한 색의 정체는 다 이 마가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목한계선을 넘어서자 길은 점점 거칠어진다.

고도가 높아짐에 따라 숨이 항상 목구멍에 걸려있고 발걸음은 점점 무거워진다. 



수직에 가깝게 걸려있는 쇠줄에 매달려 위태롭게 한 구간을 통과한다.

 


길은 항상 친절하게 `O`와 `X`로 되어있다.

돌덩이에 그려져있는 `O`만 따르면 길을 헤맬 이유도 없고 크게 위험하지도 않지만,뾰족뾰족 솟아있는 너덜구간은 조심 또 조심해야 한다.

 



아무리 맨몸에 가깝다지만,만만치 않은 여정이다.

숨이 쉽게 차올라 연신 물을 들이키며 걸음을 자주 멈춘다.

고산에 적응하려면 별 도리가 없다.




마침내 3시간만에 호다카산장에 도착했다.

기온이 급격하게 차서 제일 먼저 겉옷부터 꺼내입는다.



예전 기억 떠올리며 마당에 놓여진 식탁에 앉아 간단하게 요기를 하고..



북알프스의 최고봉 오쿠호다카다케를 기어오르는 사람들을 보니,간담이 써늘하다.

이제 두번 다시는 저 길을 걸을 자신이 없다.


왔던 길 되돌아 다시 가라사와 산장으로 내려선다.

헥헥대며 오를때와는 다르게 내려갈땐 완전 빠름모드로...



내려다보는 풍광은 더욱 눈부시게 빛난다.

넓디 넓은 텐트촌이 그림같다.

저 곳 어딘가에서 우리집 텐트가 뽀송뽀송하게 잘 마르고 있을터..




남는건 사진뿐이라며 열심히 셔터를 눌러대고,또 이렇게 둘이 추억을 남긴다.



오를때와 마찬가지로 내려설때도 벌벌대며 수직 구간을 통과한다.



여름날이면 세찬바람 이겨내고 온힘으로 피어낸 야생화들이 길을 열어줄텐데...

욕심은 한도 끝도 없다.

지금도 이렇게나 좋은데,또다른 욕심을 내고 있으니..




산정은 점점 멀어져가고..

감동은 여전히 가슴 벅차게 남는다.


 

고도를 낮추자 산색은 다시 화려해지고..

그야말로 숨이 멎을듯한 아름다움의 극치를 만끽한다.





은은하게 단풍물든 터널을 지날땐 누구랄것도 없이 소리를 지르고...





아,내려가기 싫어라~~~

차마 발이 안떨어진다.





가라사와 고야 마당을 지나 텐트촌으로 내려선다.

시원한 생맥주 한잔이 유혹하지만,요코산장까지 가려면 뿌리칠 수 밖에 없다.




이번엔 한번에 집을 찾았다.ㅎ



불닭볶음면으로 점심을 대신하고는 서둘러 텐트를 걷는다.


막상 내려서려니 너무나도 아쉽다.

아마도 시월의 최고로 멋진 날로 기억 되리라~~







봐도 봐도 그저 감탄만 나온다.

물감 화르르 풀어 놓은거 같은 색채의 향연이다.





가파른 길을 한번도 쉬지않고 내려와 순하디 순한 길을 만나 긴장됐던 근육을 이완시키며 찬찬히 걷는다. 


오늘의 목적지,요코산장에 도착했다.


아사히맥주로 갈증을 해소하고나서 숙박일지를 작성하는데,다음날 목적지란에 `야리가다케`라 썼더니만,

산장지기가 고개를 갸우뚱한다.

아무래도 거리가 있으니,불가능하다는 뜻이겠지..

이야기가 길어질거 같아 오를 수 있는데까지만 오르겠노라 답하고는 1400엔을 지불하고 텐트에 부착할 스티커를 받아온다. 


하루하루 지날수록 텐트 설치하는 속도는 점점 빨라진다.

짧은 시간에 일사불란하게 뚝딱 완성한다.


편하게 나무 의자에서 저녁밥을 먹기로 했다.

북알프스의 야영장은 어디든 취사장이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아 좋다.

그냥 편한곳에서 다른사람한테 폐끼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어디든 가능하다.

흡연도 어디든 가능한데,어딜가든 담배꽁초하나 볼 수 없다.


오늘의 메뉴는 비빔밥 되시겠다.

오이지랑 장조림,그리고 기내에서 받아 꼬불처놓았던 고추장을 넣어 쓱쓱 비비니 꿀맛이다.

짊어지고 다닐땐 힘들어도 이렇게 식욕의 즐거움을 주니 충분히 감수할만하다.


`So far So good`을 외치며 알콜 4% 레몬주로 건배하며 하루를 기분좋게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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