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 : 2016년 7월 14일
산행지 : 덕유산
산행코스 : 무주리조트-향적봉-중봉-동엽령-칠연폭포-안성탐방센타
산행이야기:지난주 내내 설악바람꽃을 보러가려고 기회만 엿보다 장마에 폭염으로 이어지는 오락가락하는 날씨가 발목을 잡아 결국 포기하고,그 대신 덕유산으로 원추리산행에 나선다.
설천봉을 올려다보니 안개로 가득차있다.
안개가 많은 날이니,산행에 각별히 유의하라는 안내방송까지 나오고..
곤도라는 우리를 태우고 한치앞도 안보이는 설천봉에 내려놓고,여름날씨가 맞나 싶을 정도로 싸한 기운이 온몸을 훑는다.
기상청 예보대로라면 맑아야 하는데,안개는 걷힐 기미가 안보이고..
비가 안 오는것만 해도 어디냐며 오히려 몽환적인 숲의 분위기가 기똥차다며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우리들..
향적봉 또한 안개세상이다.
정상석만 겨우 보일 정도다.
안개속에 피어있는 다양한 여름꽃들과 눈맞춤하며 중봉으로 향한다.
안개 자욱한 숲길을 걷다보니,어느새 중봉에 도착하고..
사면 가득 피어난 원추리들의 향연에 탄성을 지른다.
천상의 화원이 따로없다.
바람이 세차게 불어 이 무거운 안개를 싹 걷어내면 참 좋을텐데 말입니다.
무리지어 피어있는 범꼬리와 원추리가 장관이다.
한눈에 다 넣을 수 없을만큼 아름답게 펼쳐져 있다.
안개 걷히기를 기다려보지만,어림도 없고..
조망에 대한 아쉬움을 뒤로하고 중봉을 내려선다.
촉촉하게 피어있는 비비추는 진득한 색감으로 무리지어 피어있다.
대롱대롱 물방울까지 매달고 있으니 더 청초해 보인다.
안개를 뚫고 햇살이 잠깐씩 비집고 나온다.
바람이 안개를 몰고 다니며 순간적으로 극적풍경을 보여주기도 한다.
20여분을 한자리에 머물며 도무지 움직일 생각을 안하고 있는 우리들...
누구하나 서두르지 않아 좋고,안개 낀 평전위에 우리들 뿐이라 더 좋고,이 순간을 같은 마음으로 공감하는 이들이 있어 더욱 즐거운 이 시간...
박새는 지고 여로는 지금 한창이다.
긴산꼬리풀,속단,동자꽃등 높은산 펀펀한 땅 위엔 여름꽃들이 만발하니,그저 바라보는것만으로도 평화롭다.
조금씩 걷히는듯 하다가 다시 안개자욱한 세상이 되었다.
쨍한 날이었다면 오히려 걷기 힘들었을 길,물한방울 마시지 않고도 바람과 풀내음,꽃내음 만으로 걷는다.
다시 이어지는 범꼬리 행렬..
7월의 덕유산은 마치 잘 가꾸어 놓은 정원같다.
꽃 좋아하는 공통점이 있는 우리,다시 또 살랑거리는 범꼬리 앞에서 한동안 걸음을 멈춘다.
(모싯대)
올해 원추리는 상태가 썩 좋지 않은거 같다.
가까이 들여다보면 벌레들이 다닥다닥 붙어있고,꽃자루에 진딧물이 정말 많다.
동엽령에 도착할 무렵에야 안개가 걷히기 시작하며 햇살이 내리쬐기 시작한다.
동엽령 데크는 지금 야영객들을 막기 위한 수단으로 나무의자를 곳곳에 설치중이다.
단속인력에 한계가 있어 텐트를 칠 수 없도록 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오늘의 점심메뉴는 무생채,호박,오이,야채에 참기름넣고 쓱쓱싹싹 비벼먹는 양푼비빔밥 되시겠다.
여기에 계란후라이까지 하나 척 올리니 훌륭한 비빔밥이 완성되었다.
역시 비빔밥은 무생채가 빠지면 안된다 그러는 사람,
아니다 비빔밥엔 계란후라이가 생명이다 그러는 사람,
무슨 말씀이냐,양푼이 없으면 비빔밥이고뭐고 오늘 점심은 나가리 된다 그러는 사람...
언제나처럼 본인이 가져온 준비물을 거론하며 생색내기의 최고봉을 달리는 유치찬란한 네사람...ㅎ
내려갈 시간이 되어서야 맑아지는 하늘..
파란하늘보다 안개 낀 날씨가 훨씬 분위기있고 좋다고 했던 사람들,역시 원추리는 파란하늘과 잘 어울린다며 급히 말을 바꾼다.ㅎ
해만 지지 않는다면 계속 머물며 놀다 가고 싶은 곳...
무룡산 원추리는 다음으로 미루고 칠연계곡으로 내려선다.
수량 풍부한 계곡은 물소리 듣는것만으로도 시원해지고,
일곱개의 폭포와 소가 연달아 이어져 있는 칠연폭포 아래서 발담그고 앉아있자니,땀이 금새 식으며 등골이 써늘해진다.
지금..덕유산에 가면,원추리도 있고,범꼬리도 있고,동자꽃도 있고..♬♪♩
출국수속을 하려는데 아무리 찾아도 여권이 없다.
아뿔사..집에 두고 왔다.
택시로 집까지 다녀올 시간은 안되고..다음 항공편을 알아보니 표가 있을리 없고..피가 빠짝빠짝 마른다.
몽몽님한테 어떻게 본인꺼만 챙기냐며 대판 싸우고 울고불고 난리부르스를 춘다..
악몽이었다..
얼마남지 않은 여행이 내내 머릿속에 꽉 차있다보니,꿈으로 이어졌다.
일어나자마자 자고있는 몽몽님을 한번 째려보고,여권을 꺼내 눈에 잘 띄는곳에 올려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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