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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이야기/산행(2009~2019)

설악산(장수대~한계령)


산행일 : 2016년 6월 11일

산행지 : 설악산

산행코스 : 장수대-대승령-귀때기청봉-한계삼거리-한계령

산행이야기:설악산 서북능선 하면 늘 두가지가 떠오른다.5월의 털진달래와 6월의 꽃개회나무 향기..산방기간 중에 절정인 털진달래는 놓쳐도 6월의 서북능선의 꽃들을 놓칠 수 없어 비내리는 새벽길을 달린다. 


(회목나무)


산행을 해야하나,말아야 하나 할 정도로 비가 쏟아지더니,장수대에 도착하니 빗줄기가 좀 잦아든다.

산행이 영 내키지 않는 몽몽님은 신발끈 매는데도 열나절,화장실 가서도 열나절이나 걸린다.

아마도 그 사이에 비라도 왕창 쏟아지기를 바랬을테지만,감사하게도 하늘은 내 편을 들어주었다.


어두워서 음침하기까지 한 숲에서 회목나무 꽃을 발견했다.

그동안 내가 본 꽃 중에서 가장 신기하고 특이한 꽃으로 기억하고 있는데,이렇게 다시 또 만나게 되었다.




촉촉하게 젖은 소나무들을 양옆으로 두고 계단을 오르는 동안 땀이 쉼없이 뚝뚝 떨어진다.

운무로 가득찬 한계령길을 보니,오늘 조망은 기대하긴 어렵겠다 싶다.



비오는 날은 비오는대로,볕이 있으면 볕좋은대로,바람불면 바람부는대로 그저 산길을 즐기며 걷다보면 어느샌가 분위기에 젖는다.

 안개 자욱한 숲이 너무 운치있다.

 


대승령 500m 남았다는 이정표부터 깔딱깔딱거리며 돌길을 오르고,

드디어 대승령에 올라서니,한기가 느껴질 정도로 바람이 몰아친다.


햇살이 들어오다가도 다시 안개가 몰려오고,

바람이 안개를 몰고 가다가도 다시 먹구름이 내려앉는다.

날씨는 변덕스러워도 산속에 들어 헐떡이며 걷는거만으로도 즐거운 기분은 언제나 한결같다.



안개숲에 핀 박새가 한껏 분위기를 더한다.

가도 가도 끝없이 도열해 피어있다.

 


마주오는 사람들 바짓가랑이가 다 젖은 이유를 알았다.

좁은 숲길을 헤치느라 우리 바짓가랑이도 다 젖어들고,신발은 흙칠을 한다.


(큰앵초)


(바람꽃)


아마도 서북능선에서 가장 일찍 피는 바람꽃이 아닌가싶다.

작년에도 그 전에도 이맘때 올때마다 늘 이 장소에서 만나는 반가운 바람꽃이다.


어두침침한 숲만 걷다가 드디어 조망 터지는 바위에 올라서지만,

짙게 깔린 안개는 몸이 휘청거릴 정도로 세차게 불어대는 바람에도 쉽게 걷히지 않는다.

걷힐듯 말듯 날씨속에서 희뿌연 안개만 망연히 바라보다 바위를 내려선다.



라면집개 삼년이면 라면을 끓일 수 있고,

학교근처의 참새들은 입문서를 노래한다더니..

몽몽님이 내가 놓치고 지나쳤던 장소에서 한무더기의 바람꽃을 발견해냈다.

바람꽃을 찍는 동안 산솜다리까지 찾아 그앞에서 기다리고 있다.

  왠만한 꽃이름은 물론이고,잎사귀만 보고도 무슨 꽃인지 어림짐작하여 때려맞추는 경지(?)까지 이른 몽몽님..


(산솜다리)




녹음 푸르는 6월의 숲엔 함박꽃이며 산딸나무며 정향나무 향 가득하다.

비 내린 촉촉한 숲이라 더 그윽하게 느껴지는거 같다.




1408봉을 내려와 돌아보니,여전히 안개로 휩싸여있다.

바람맞으며 잠시 기다려보지만,오돌오돌 떨려서 그만 게단을 내려선다.

지난 가을에 왔을땐 향로봉까지 보일 정도로 맑았었는데..



너덜겅이 시작된다.그리고 꽃개회나무 향기 그윽하게 풍겨온다.

비에 젖은 바위는 미끄러워 매우 조심스럽다.


운무에 살짝 가리워져 있어도 설악의 위용은 충분히 느껴진다.

오히려 더 신비스럽게 보여 저절로 걸음을 멈춘다. 




(참기생꽃)


오늘 산행에서 보고싶은 꽃목록에 있었던 참기생꽃을 만났다.

무리지어 물기머금고 피어있는 모습에 흥분하여 아예 배낭 내려놓고 20여분 이상을 심취해 있었고,

몽몽님은 내가 꽃찍는동안 기다리느라 추위에 덜덜 떨어야했다. 






빤히 보이는 귀때기청봉은 쉽게 다가가지 못한다.

계속되는 오르막과 사나운 너덜길로 인해 거리는 힘쏟은 만큼 잘 줄지 않는다.


(금마타리)


흐르는 땀은 연신 닦아내도 흐르고..

잠깐 서서 바람을 맞노라면 금새 땀이 식으며 한기가 몰려오고..

이틀전부터 얼려온 수박 한조각을 입에 넣으니 몸서리가 쳐진다.

냉커피는 아직 녹지도 않고...


(붉은인가목)


구름사이로 잠깐 보여지는 파란하늘이 반갑다.

하산할때까지 비걱정은 없을거 같아 안심한다.


귀때기청봉이 가까울수록 꽃개회나무 향기 진하게 풍긴다.

그 어떤 고급향수 못지않다.




등로가 좁다보니 한무리의 산객들을 만나 시간이 지체된다. 

지금 이 시간에 장수대까지는 무리겠다 싶었는데,비탐방코스인 쉰길폭포로 하여 바로 백담사로 하산할꺼란다.




(노랑만병초)

이제 오늘 만나고 싶었던 꽃목록 중 마지막 줄을 그을 차례다.

작년에 우연찮게 만났던 노랑만병초..

완전 길치인 내가 과연 그 지점을 찾아낼 수 있을까 반신반의..

`옳거니~여기다!` 하며 찾아들어갔는데,아무리 두리번거려도 없다.

도저히 접근할 수 없는 저만치에 있는걸보고 나무가 이사를 갔네 어쩌네..

다시 한번 다른 지점에서 찬찬히 찾아보니,처음에 확신했던 거기가 아니었다는거..

몽몽님은 옆에서 쯧쯧 혀를 차고,나는 똘똘치못한 나의 기억력에 대해 머리를 쥐어박고..

그래도 결국은 찾아냈다는게 어디냐구요~~~

이 어려운걸 제가 해냈지 말입니다...ㅎ 




꽃대가득 피어올린 화사하고 탐스러운 노랑만병초의 자태는 작년에 이어 다시 봐도 여전히 흥분된다.

가까이 다가가 보고 싶어 나무덩굴을 헤처가며 욕심을 부려보지만,도저히 접근이 불가해 접사렌즈를 이용했다.


노랑만병초의 황홀한 만남을 뒤로하고,다시 꽃개회나무의 향에 취하며 귀때기청봉을 오른다.



산사면으로 흘러내린 녹음위로 잠깐씩 햇살이 든다.



희미하게나마 공룡능선과 용아장성릉을 보여준다.



(흰인가목)



(산앵도나무)


(세잎종덩굴)



귀때기청봉을 내려와 다시 너덜지대를 지난다.

고사목은 멋스럽게 서있고,햇살이 먹구름속에서 들고날때마다 준봉들이 보였다가 사라졌다를 반복한다.




너덜겅이 신경쓰이고,어여빨리 한계삼거리에 닿았음 좋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꽃밭이 나타나며 꽃향이 진하게 코끝을 자극한다.






날씨 참 변덕스럽다.

후두둑거리며 비가 쏟아져 서둘러 우의를 입고 몇걸음 가다보면 잦아들고,

우의벗고 몇걸음 가다보면 다시 또 요란하게 쏟아지고..

에라~모르겠다,그냥 비맞고 가자..


한계령이 가까울 즈음,다시 회목나무를 만났다.

배낭에 넣어뒀던 카메라 다시 꺼낸다.




미처 화장실에 들러 땀을 닦아 낼 시간도 없이 먼저 내려가 한계령을 지나는 버스시간을 알아본 몽몽님이 서두르라는 신호를 보낸다.

얼마안가 금강고속 버스가 우리 앞에 멈추고,둘이 합쳐 3,200원을 지불하고 장수대까지 간다.


긴 산행끝에 기분좋은 노곤함과 허기가 몰려온다.

오랜만에 양지말 화로구이나 먹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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