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이야기/여행이야기

알래스카 크루즈 (5)


바다에서의 날씨는 산날씨만큼이나 변덕스러웠다.

비가 내리다가도 해가 반짝이고,다시 어두워지면서 비가 내리는 날이 많았다.

Sitka에서의 아침도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비가 부슬부슬 내렸다.

정박시간이 7시부터 4시까지였는데,일찌감치 셔틀버스를 타고 다운타운가로 나갔다.



Sitka는 러시아와 미국이 알래스카에 대한 계약을 체결한 도시다.

골드러쉬가 시작됐을때 러시아는 얼마나 땅을 치고 억울해 했을까...

장엄한 빙하를 보기 위해 관광객들이 물려드는 지금까지 러시아는 억울해하고 있을거같다.

러시아가 미국에게 720만달러에 팔아넘긴 사건은 세계사에서 가장 어이없는 에피소드의 하나로 꼽는단다.. 


Sitka는 지금껏 들렀던 기항지 중에 가장 큰 도시였는데,번잡스럽지 않고 아주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의 도시였다.




해안가 산책로 따라 기분좋게 트래킹을 했다.

건물 하나하나가 다 그림같아서 남의집 정원에 앉아 사진을 찍기도 했고,

기부금으로 운영되고 있는 박물관에 들어가 19세기 당시의 생활상을 흥미롭게 살펴보기도 했다. 



산책길을 거슬러 올라가다보니,울창한 숲이 있었다.

워낙 걷는거 좋아하는 두사람이라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데도 이끌리듯 숲길을 산책했다.


산책로 중간에서 운좋게 연어떼를 목격할 수 있었는데,

거꾸로 강물을 거슬러 올라 산란하고 죽음을 맞이한 어마어마한 연어떼들을 갈매기들이 먹이전쟁을 하고 있었다.

그 진귀한 광경에 한참동안이나 눈을 떼지 못했다.  





상점가를 둘러보는 일도 무척 재밌었다.

수공예 기념품부터 저렴한 옷들과 귀금속들이 대부분이었는데,

하나하나 호기심있게 구경하다보면 시간이 후딱 지나갔다.

그 날,소피아 선생님은 단돈 10달러에 멋들어진 검정색 벨벳드레스를 득템하셨고,

나는 플리스 소재의 조끼를 득템했다.


12시부터 시작된 투어는 보트를 타고 먼 바다로 나가 수달과 바다동물들을 보는 프로그램이었다.

근데,엉뚱한 곳에서 기다리는 바람에 하마터면 배를 놓칠뻔 했다.

비내리는 우중충한 바다는 춥고 스산하기 짝이 없었다.

가이드는 연신 뭐라뭐라 떠들어대며 바다동물들에 대해 설명했고,사람들은 망원경을 이용하여 호기심있게 독수리며 수달등을 관찰했는데,그 와중에 나는 또 꾸벅꾸벅 졸았다.

아,누가 내 막힌 귀좀 똟어줬으면....


귀여운 수달 가족들을 멀찌감치서 연달아 보고나서는 정말 고래를 볼 수 있을까 싶었는데,거짓말처럼 눈앞에 탁 나타나 주었다.

수면위로 떠오르기 전에는 거품을 뿅뿅 날렸는데,아무리 셔터를 눌러대도 멋있는 장면은 제대로 포착할 수 없었다.

하지만,퉁가스 하이킹 대신 선택한 3시간의 보트투어는 때마침 비가 내린터라 아주 탁월한 선택이긴 했다.




그 날 저녁 극장에서는 매직쇼가 펼쳐졌고,내가 좋아하는 3인조 그룹은 빨간옷을 입고 나와 여전히 추억의 팝송들을 맛깔나게 불렀다.

댄스경연대회도 펼쳐졌었는데,승객과 승무원이 한팀을 이뤄 토너먼트 방식으로 이루어진 경연이었다.

전문댄서 못지않은 승무원들의 춤에 완전 뿅갔었는데,내가 응원했던 팀이 우승을 해서 더 신났었던 밤이었다. 



크루즈가 밴쿠버를 향해가면서 다시 새로운 타임존으로 바뀌었고,남쪽으로 내려오며 차츰 추위도 사그라들었다.

9일째 되던날은 기항지없이 하루종일 크루즈안에서만 있었던 날이었는데,모처럼 늦잠을 자며 여유롭게 보냈다.

여기저기 서성거리다보면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많았었는데,

그 날은 스시롤 만들기 체험에 수건으로 동물모양 내기,승무원들의 장기자랑등이 있었다.

그러나 그 날의 최고 하일라이트는 뭐니뭐니해도 서커스였다.

천장위에서 줄을 내려 마구 날아 다니는가하면,외줄에 의지해 남녀가 예술성 넘치는 춤을 추기도 했다.


4번의 프로모션 식사 중,가장 마지막은 브라질요리였다.

다양한 종류의 고기를 꼬치에 꿰어 테이블을 돌아다니며 제공했고,브라질 소스가 가미된 다양한 샐러드바도 있었다. 

여지껏 먹은 정찬식사중 가장 고급지고 폼났었다.



열흘째 되던 날 아침은 햇살이 참 좋았다.

무엇보다 여지껏 맞이했던 아침중에 가장 맑은 날씨였다. 




캐나다 빅토리아는 크루즈 일정의 마지막 기항지였다.

오후 2시부터 정박하여 밤 12시까지 머물었던 곳이었는데,꽤 큰 도시라 두발로 걸어다니기엔 무리여서 부차드가든과 엮은 투어버스를 신청했다. 



유럽풍의 고풍스럽고 깔끔한 건물들이 많은 다운타운가에서 특히 눈여겨 봐야할 건물이 두개 있었는데,

빅토리아에서 가장 오래된 호텔인 페어몬트 엠프러스 호텔과 브리티시 콜럼비아주 국회의사당이었다.

버스를 서행하며 빅토리아의 역사와 함께 설명을 했지만,그 날도 자장가로 들리긴 매한가지였다. 


다운타운에서 1시간가량을 달려 도착한 부차드가든...

영국이 빅토리아를 식민지로 삼을 당시,여왕인 `빅토리아`라는 이름을 따서 부차드 부부가 만들었다는 정원이었는데,그 규모가 어마어마했다.



입구를 들어서면 여길가도 저길가도 온통 꽃길이었다.

쓰레기통 하나도 세심하게 꽃으로 꾸며놓았고,

장미정원,이태리정원,일본식정원등 테마별로 조성해놓아 시간가는줄 모르고 돌아다녔다.






다채로운 꽃과 나무,장미와 라벤다향 가득한 정원,수목원등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명성에 걸맞는 정말 아름다운 인공정원이었다.




어마어마한 정원을 정해진 시간내에 느긋하게 즐기기란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

정원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는 내내 마치 동화속 나라안에 들어있는 기분이 들었고,눈은 최고의 호사를 누렸다.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일본식 정원이었다.

라벤다 향이 코끝뿐 아니라 온통 몸을 감쌌는데,온갖색의 현란함에 매료되어 오랫동안 머물러 있었다.









부지런히 한바퀴 돌고나서 정원을 빠져나오며 부차드가든이 왜 빅토리아 최고의 명소가 되었는지 충분히 이해가 되었고,

주차장으로 옮기는 발걸음은 더 오랜시간 머물고 싶은 마음에 아쉬움만 가득했다.



빅토리아에 찾아온 밤은 낮보다 훨씬 로맨틱했고 아름다웠다.

하지만,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시내투어가 밥시간을 훌쩍 넘긴 시간까지 어어졌던터라 얼른 끝났음 하는 바램뿐이었다.

크루즈로 돌아가자마자 친친 레스토랑에 들어가 다섯가지가 넘는 음식을 주문해놓고 둘이 정신없이 먹어댔다. 


아껴뒀던 삿포르 한캔을 소피아 선생님과 나눠마시며 크루즈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냈다.

그리고 다음날..자고 일어나니 배는 밴쿠버에 도착해 있었고,

승무원들의 작별인사를 받으며 정들었던 NCL을 빠져나왔다.

이로써 열흘간의 크루즈 여행은 끝이 났고,

밴쿠버에서의 새로운 여행이 기다리고 있었다..

'여행이야기 > 여행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캐나다 밴쿠버 (2)  (0) 2016.10.23
캐나다 밴쿠버 (1)  (0) 2016.10.23
알래스카 크루즈 (4)  (0) 2016.10.19
알래스카 크루즈 (3)  (0) 2016.10.18
알래스카 크루즈 (2)  (0) 2016.1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