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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야기/여행이야기

캐나다 로키산맥 (2)


셋째날 첫 일정은 캐나다 첫 국립공원의 중심도시인 `밴프`였다.

걸어서 두시간이면 여유있게 두루 살펴볼 수 있는 아주 작은 시가지였는데,주변이 설산으로 둘러싸여있어 무척 아름다웠다.

다행히 날씨가 참 좋았다.





시간에 쫓기듯 바쁜 일정이었지만,밴프에서의 시간만큼은 여유로웠다.

동화속 마을처럼 예쁜 도시에서 머물렀던 시간은 지금도 가끔 생각날 정도로 편안했다.



길을 걷다 수제 초콜렛 상점에서 한참을 서성이기도 했고,

아이스크림 가게에 들러 하나씩 입에 물기도 했었는데,어딜 둘러봐도 서두름없이 차분한 느낌이었다.

건물들은 하나같이 다 고풍스러웠고,골목너머로 언뜻언뜻 보이는 설산은 절경이었다.

  




점심을 먹기 위해 푸드코드에도 들렀었는데,메뉴선택에 실패했다.

따끈한 국물이 먹고싶어 주문했던 우동은 비쥬얼만큼 훌륭하지 않았고 국물이 너무 짜서 반도 못먹고 수저를 놓아야했다.

여행 후반에 접어들면서 이국의 음식맛에 조금씩 지쳐갔다.

아프지만 않았어도 펍에 들어가 캐너디안 음악을 들으며 풍미나는 안주에 캐러멜맛 나는 맥주를 마시며 여행분위기를 한껏 누렸을텐데,감기와 함께 잃어버린 입맛은 좀처럼 돌아오지 않았고,

그 날은 하얀 쌀밥에 들기름 넣고 고추장에 싹싹 비벼먹는 상상을 했다.




밴프 시내를 빠져나와 들렀던 곳은 보우강이었다.

마를린 먼로 주연의 영화 `돌아오지 않는 강`의 배경이 되었던 곳..

보우 빙하로부터 녹아 내린 물이 흘러나와 이루어진 강이었는데,에머랄드빛 호수와 설산이 어우러진

풍경이 그림같아서 어느 엽서속 그림을 눈앞에서 보는듯 했다. 

  



웅장한 로키산맥과 아름다운 밴프 시티를 한 눈에 보기 위해서는 곤돌라를 타고 설퍼산을 올라야 했다.

 4인승 곤돌라를 타고 10여분 정도 올라 알버타 최고의 전망대에 도착할 수 있었는데,전날 때맞춰 내린 눈으로 완전 크리스마스 분위기였다.


발아래로는 보우강이 굽이쳐 흐르고 있었고,그 옆으로 밴프 스피링스 호텔이 멋지게 자리잡고 있었다.






주어진 시간은 빠듯했지만,거기까지 갔는데 설퍼산 정상인 샌손 피크를 놓칠 수는 없었다.

목구멍으로 찬바람이 들어가 목소리가 잘 안나오고 호흡이 가쁘고 식은땀이 났지만,두번 다시 못 볼 로키의 아름다운 풍광을 즐기기 위해 욕심을 내었다.


내려다보는 밴프의 풍경은 어찌나 절경이었던지..

병풍처럼 둘러싸인 로키산맥은 웅장하고 남성미가 철철 넘쳤다.






쉬엄쉬엄 걷다보니 기상관측소가 있는 샌손피크 정상에 닿았고,설퍼산 최고의 전망대에서 최고의 조망을 선사받았다.

헐떡거리면서도 눈부신 하늘아래 펼쳐진 장엄한 로키의 산군들 앞에서 한시도 눈을 뗄 수 없었다.










설퍼산의 감동이 채 가시기도 전에 버스가 멈춘곳은 브리티시 콜럼비아 주의 요호국립공원이었다.

빙하가 녹아 만들어낸 아름다운 호숫빛을 자랑하는 에머랄드 레이크는 카나본 산과 어우러져 너무 아름다웠다.

로키의 아름다움이란 바로 이런거구나~하고 느껴질만큼 잔잔한 호수가 주는 편안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이 감성을 풍요롭게 만들어 주었다. 






 `자연의 다리`는 로키산맥 투어의 마지막 여정이었다.

수백년 강물의 흐름이 만들어낸 자연의 다리는 거센 물살로 시원하게 흘러내리는 계곡물과 함께 주변의 울창한 침엽수들이 일품이었다.



그 날 저녁 늦게서야 숙소가 있는 새먼암에 도착했다.

새먼암까지의 이동거리가 얼마나 길었는지,몸이 막 뒤틀릴 지경이었지만,

로키의 자연속에 머물렀던 시간은 마치 꿈인듯 황홀하게 오래도록 남아있었다.


투어 마지막 날은 하루종일 버스안에서 이동만 했다.

메릿을 지나 호프와 칠리왁을 지나 밴쿠버로 다시 돌아오며 3박4일의 여정을 마무리했다.


밴쿠버에 도착하자마자 공항으로 향했다.

3박 4일 함께 했던 데이비드 운전수 아저씨가 고맙게도 공항과 가까운 역까지 바래다 주셨는데,거기서 공항까지는 다섯정거장밖에 안되었다.

샌프란시스코행 비행기는 다음날 6시였다.

호텔에서 머무는 시간이 너무 짧아 공항노숙을 할 참이었는데,생각보다 투어가 일찍 끝나는 바람에 시간이 좀 애매해졌다.

공항내 호텔을 알아봤더니,무려 400불씩이나...헐..

결국 계획했던대로 공항노숙을 택할 수 밖에 없었는데,정말이지 `집나오면 개고생`이라는 말을 실감했던 밤이었다.

좁은 의자에 몸을 반쪽으로 해서 웅크리고는 보온이 될만한 옷가지 죄다 꺼내 돌돌 싸매고 누웠는데,행여라도 깜빡 잠든 시간에 여권가방 잃어버릴까 걱정돼 가방을 다리사이에 꼭 끼어야만 했으니,이루 말 할 수 없이 불편했다.  

안락한 우리집이 얼마나 그리웠던지..

그래도 시간은 흘러 새벽이 되었고,3시쯤되어 입국수속이 시작되었다.

모든게 기계로 되어있어 기계가 시키는대로 얼굴사진 찍고 지문도 찍고 수속을 마치고는 모닝햄버거 하나 먹고나자마자 비행기에 탑승했다.

2시간 걸려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했고,거기서 다시 국내선으로 환승해 1시간 반 이상을 더 가서야 드디어 라스베가스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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