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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이야기/산행(2009~2019)

각흘산~명성산(강원 철원/경기포천)

산행일 : 2010년 1월 8일

산행지 : 각흘산(838.2m)~명성산(922.6m)

산행코스:자등현고개-각흘산-약사령-명성산삼거리-삼각봉-비선폭포-산정호수

산행이야기:나의 못말리는 성질머리가 또 말썽이다.지난번 광덕산을 다녀오고난 후,그 시원한 산세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당장이라도 혼자 짐싸서 국망봉이든,각흘산이든 그 부근산을 다녀와야 목으로 밥이 넘어갈거 같았다.그러던차,아리님이 슬쩍 운을 떼시고,블랙로즈님과 나는 이 좋은기회를 잽싸게 낚아챈다..그리하여,용감무쌍한,아니 간땡이가 부은 세아줌씨들이 각흘산~명성산행길에 나선다..

 

 영하 25도까지 내려간다는 기상예보를 듣고,오늘하루 오지게 고생하겠구나하며

단단히 마음먹고 나선 길이다..

그 이른 새벽에 완전 머슴밥으로 든든히 속을 채워두고,장갑도 3개나 준비했다.

들리는 풍문으로는 영하25도의 날씨면,발사즉시 오줌발이 그대로 얼어버리고,

콧김 입김으로도 수염에 고드름이 주렁주렁 매달리고,

콧물도 흐르다말고 얼어버린다는 그 무시무시한 날씨아니던가..

자등현고개에 도착하자 9시30분..어라..생각보다 날씨 참 좋구나..

기상청이 또 뻥쳤나..어쨌든 무진장 다행이다.

햇살도 좋고,바람도 없고..오늘산행예감이 아주 좋다..

드디어,아무도 가지않은 눈길을 푹푹빠지며 오르기 시작한다..

 

 

 

 

 

 새파란 하늘과 새하얀 눈,그리고 햇살에 반짝이는 눈꽃..

전망대에 올라서자 탁트인 조망과 함께 눈에 보이는 모든것들이 홀라당 반하게 만든다.

적당한햇빛과 적당한바람이 빚어낸 눈의결정체를 보자,다들 한바탕 난리부루스를 춘다.

먹는거 밝히는 나는,갈아놓은 팥빙수얼음이라하고,

누구는 소금입자라하고,누구는 나비가 훨훨날아다니는 모양이라고 표현한다..

그러다 결국은 아예 드러누워 가까이서 몸으로 느낀다.. 

가슴이 먹먹해질정도의 아름다움이다..  

 

 

 

 출발한지 2시간이 지나 정상에 도착한다.

그 말로만 듣던 러셀까지 하며, 낑낑 용쓰고 애쓰며 올랐다.

군부대가 인접해있어 포탄이 떨어질 수도 있으니 접근금지한다는 경고문구도 있었고,

발을 잘못디뎌 크레바스에 빠지면 저 먼 세상 갈 수도 있는 위험구간도 있었고, 

시커먼 들짐승이 저 위에 있었는데도,

대한민국 아줌마 셋은 두려움없는 대담성을 자랑한다.

온천지가 눈세상이고,삼지사방이 다 겹겹이 쌓인 산뿐인 꼭대기에 서니,

분위기는 완전 히말라야 산줄기에 선 기분이다..

마치 `일요영상다큐 산`의 주인공이 된거같은 착각이 든다. 

정상을 향해 한발한발 내딛고..눈물콧물 쏙빼며 거친호흡을 몰아쉬고..

정상에 우뚝서자 태극기를 휘날리며,고국에 계신 국민여러분,어쩌구저쩌구...

 

 

  

 

 약사령으로 가는 하산길은 더 장난이 아니다.

줄에 대롱대롱 매달려 하마터면 오줌지릴뻔한 경험도하고,

바위길에 미끄러져 악소리나는 고통도 경험하고,

저 밑으로 쭈루룩 굴러갈뻔한 가슴철렁한 경험도한다..

참 오래살고 볼일이다..

살면서 이런 머리쭈뼛한 경험을 내어찌 해볼쏘냐.

롯데월드 놀이공원에 있는 놀이기구,자이로드롭도 이보다는 약할거다..

 

 

 2시가 넘어서야 약사령에 도착한다.

날머리까지는 아주 빠듯한 시간임에도 다들 고민할거없이 명성산으로 향한다.

어차피 나선길, 끝까지 밀고 나가보련다.

여전히 개미새끼하나없는 길을 우리셋만이 거친호흡을하며 오른다..

하필 까마귀가 울어댄다. 어느분의 의문의 실족사 사건을 떠올리니,뒷꼴이 땡긴다.

우리셋중,아무도 그 얘길 언급하지않는다..

그저 앞만보고 비장하게 명성산을 향해 오를뿐이다..

 

 

 

 

 다리힘이 슬슬 빠지고,진이 다 빠질라할때쯤,드디어 능선에 올라선다..

와아~하고 탄성이 절로난다..음..바로 이 맛이다..

이 짜릿하고 흥분되고,파르르 떨리고, 온몸이 오그라드는 듯한 이 느낌을 못잊어

자꾸 산이 그립고,산을 찾고,오르고,또오르는 과정을 반복한다.

오를때의 고생은 까마귀고기를 먹었는지,금새 잊는다..

 

 

 

 

 아리님이 빠짝 속도를 내신다.맘같아선 여기누워 달도보고 별도보고 갔음 좋겠는데..

눈 위를 뒹굴거리며 영화한편 찍을 시간도 없다..

오늘처럼 한발한발의 소중함을 느껴본건 처음이다. 

 

 

 

 

 

 

 

 

 

 

삼각봉을지나면서 저녁노을까지 보고,

날이 어둑어둑해지면서,별까지 보는 행운을 얻는다.

하얀눈을 등불삼아 거의 빛의 속도로 내려온다.

조난당할일은 없지만,산짐승이 쬐끔 무서우니까..

그리고,8시간 30분만에 날머리인 산정호수주차장에 도착한다..

 

 여자셋이 대형사건 제대로 쳤다..

선등에 서신 아리님의 빛나는 지도력,

후미역할 톡톡히 하신 블랙로즈님의 든든함,

그리고 앞뒤살피며 깍두기역할에 충실한 나,산여인..

이 세사람이 환상의 조화를 이루고,

거기에 더할나위없었던 날씨가 한몫해 무사히 마칠 수 있었던 각흘산~명성산행..

이 날을 잊는다면 내 머리는 짱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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