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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이야기/산행(2009~2019)

광덕산(경기포천,강원화천)

산행일 : 2009년 12월 27일

산행지 : 광덕산 1,046m

산행코스:광덕고개-광덕산-기상관측소-상해봉-회목현-광덕고개

산행이야기:지난번블방번개지로 낙점되었다가,돌연취소된 광덕산...그 광덕산을 간다.성격이 요상스러워 한번 마음에 품고 있는산은, 언젠가는 꼭 가봐야 직성이 풀린다..이런 마눌을 둔 죄값은 늘 우리몽몽이님이 치룬다.푹쉬면서 종일 뒹굴거리고 싶을때도 결국은 내 손을 들어주시니,평생 감사하며 살아도 모자랄판이다.

겨울산행지로 이름난곳이니,바글거리는게 싫어 일찍서둘러 나선다.

동서울에서 6시50분버스를타고,광덕고개에 도착하니 8시20분..

아무도없는 광덕산을 우리둘이 접수한다..

 

 광덕고개에서 20분정도를 오르자,겹겹이 쌓인 산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시야가 트여 눈은 즐겁고,가슴은 뻥하니 확 뚫린다.

킁킁거리던 코도 확 뚫린다..

산세가 우람하고 덕기(德氣)가 있다하여 광덕(廣德)산이라더니,

시원스레 펼쳐진 마루금을 보니,과연 마음까지 넉넉해진다. 

땡그랑거리는 자선냄비속에 파란돈몇장넣어도,하나도 안아까울거 같은마음이다.

누군가에게 뒤통수한대 얻어맞아도 쉽게 용서가 될거같다.

한번도 해본적없는 헌혈도 서슴없이 할 수 있을거같다..

 

 

 

 내가겪는 희노애락은,

이 거대한 자연의 변화앞에선 한점 티끌도 못될만큼 아주 소소함이다.

마침,연말인데 반성좀해볼까나..

지난번에 당신지갑에서 몰래 2만원 빼낸거,미안해요..

내생일까먹었다고 일주일동안 벌세우며 빵꾸똥꼬라고 말했던거 미안해요..

와이셔츠 못다려서 꼬깃한옷 입혀 출근시킨거 미안해요..

피자먹고싶다했는데,내멋대로 치킨시켜서 미안해요..

 

 

 

지난번,손따뜻하게 해야한다고 12만원짜리 벙어리장갑사준거,고마워요..

퇴근길에 붕어빵 사다준거 고마워요..행여나 식을까 가슴속에 꼭 품고 오셨지요..

마지막 한개남은 치킨조각,늘 내게 양보해줘서 고마워요..

울엄마 하늘나라로 가시기전,속초에 있는 남애항횟집의 어죽이 드시고싶다는 말에,

3시간이넘게 빗속을달려 공수해다 준거,눈물나게 고마워요..

울아버지 모시고 목욕탕 가준거,고마워요..

 

 

 광덕산 1,046m

 

 

 

 

 

 

 

 

 상해봉에 올라 내려다보는 산세는 더 장관이다.

능선중에서 특히 조망이 좋다는 상해봉은,유일하게 쌍암봉으로 이루어져있다.

명성산,백운산,화악산등의 봉우리들이 보인다.

더 너그러워진마음에 결혼 후 한번도 못해봤던 말 한마디를 건넨다.

사랑합니다..

 

 

 

 상해봉 1,010m

 

 

광덕고개로 되돌아 내려오면서 3시간에 걸친 산행을 마친다.

점심먹고 차마시고나서, 12시50분 동서울행버스에 오르니,

하늘이 뿌옇게 변하고 눈발이 날리기 시작한다.

타이밍한번 절묘하다.

일찍 서두르지 않았다면, 광덕산에서 내려다보이는 그 시원한 산세를 못보고 올뻔했다.

대중교통을 이용한것도 참 다행이었다.

도로에 얇게 쌓여가는 눈때문에 버스가 거북이운행을 한다.

 

광덕산에서 덕기(德氣)를 받고 왔으니,이제 그 덕을 베풀며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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