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산행이야기/산행(2009~2019)

지리산 칠암자 순례


산행일 : 2017년 5월 4일

산행지 : 지리산 칠암자

산행코스 : 작전도로-도솔암-영원사-삼정산-상무주암-문수암-삼불사-약수암-실상사

산행이야기:부처님오신날을 기념하여 지리산 칠암자 순례길에 나선다. 몇해전부터 벼르고 있었던 길,이제야 기회가 닿았다. 


오늘 산행의 날머리가 될 실상사에 주차를 하고 택시를 불러 음정마을로 간다.

친절하신 기사님이 알아서 작전도로가 시작되는 바리케이트에 착 내려주신 덕분에,2km정도 되는 딱딱한 시멘트길을 힘들게 발품팔며 걸을 필요가 없었다.

산악회버스에서 쏟아낸 산객들이 쭉 빠진 시간이라 길은 생각보다 혼잡스럽지 않고..

얼마걷지 않아 랜턴불이 필요없게 되면서,서서히 동이 트기 시작한다.


이정목 13-5에서 200m쯤 더 진행하여 우측으로 난 길을 따른다.

바로 이곳부터 도솔암지나 영원사에 이르는 길이 일년에 딱 한번,부처님오신날만 개방한다는 구간이다.

인적이 드문 길이었던 만큼,등로는 초장부터 거칠기 이를데 없고,경사 또한 장난아니게 가팔르다.



콧잔등위로 땀이 송글송글 맺히고,숲이 아침빛으로 가득 찰 즈음 안부에 닿고..

이 후,길은 조금 수월해진다.


도솔암


너덜지대를 지나 첫번째 암자인 도솔암에 도착한다.

암자에 도착하기 전,운치있는 건물이 보여 사진을 찍었는데,알고보니 화장실이었다는것..ㅎ

뒤이어 오신 샷님은 한술 더 떠 화장실을 이용하려고 줄서있는 사람들한테 사진좀 찍게 좀 비켜달라 그랬다가 나중에 화장실인줄 아시고는 얼굴을 못드셨다는..ㅎㅎ 


도솔암에서 영원사로 가는 길이 참 예쁘다.

오른편으론 계곡물이 흐르고,연둣빛 새순들은 꽃처럼 피어 반짝이고,등로 또한 큰 굴곡없이 편안하다.

다만,마냥 내려가는것이 좀 불안하게 만든다.그만큼 다시 치고 올라가야 한다는 뜻이기에..




영원사로 이어지는 임도에 닿으니,떡갈나무 새순이 새하얗게 마치 흰눈처럼 피어있다.


드디어 영원사 경내로 들어선다.


지리의 능선은 희미하게 선을 그리며 펼쳐져있고,산등성은 연둣빛으로 물들었다.

지리의 봄이 이토록 아름다운데..지리를 찾은지가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영원사


고개를 드니,멋드러진 절이 시야에 들어온다.


마당에 앉아 약수물 한사발 마시고..

약간의 시주를 하고는 달달한 커피도 한잔 마신다.




영원사에서 실컷 쉬고나서 상무주암으로 가는 길목으로 접어든다.


또 한번 힘빼야하는 구간..

하지만,오늘은 날이 날이니만큼 찬찬히 도닦으며 걷다보니 빗기재에 도착한다.

빗기재에서 길은 우측으로 꺾여 상무주암으로 향한다.

몇해전에 한번 걸었던 길이지만,기억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처음 걷는 길인듯 생소하다.


상무주암으로 가는 길엔 곳곳으로 얼레지가 지천이지만,일행들을 놓칠까 싶어 그냥 눈인사만 한다.


전망바위에 올라 지리주능선을 바라본다.

눈에 선한 저 능선길..올핸 꼭 저 능선을 걸어야 할텐데..


양정마을과 음정마을이 발아래로 보인다.

한걸음 한걸음의 힘은 정말 대단하다.

이렇게 이만큼이나 올라 처음 시작점이었던 곳을 까마득하게 내려다보고 있으니...



상무주암 직전에서 좌측 삼정산을 오른다.

길은 좁고,먼지는 폴폴 날리는 길..여기까지 왔는데 아니 오를 수는 없고...


영원봉 뒤로 반야봉이 선명하게 보인다.


삼정산 1182m


거리가 얼마 안되는 줄 알았는데,20여분 정도나 걸려서야 도착한 삼정산..


상무주암


부처님도 발을 붙이지 못하는 경계이고,머무름이 없는 자리,상무주...

흔적없이 다녀가라고 사진촬영을 일절 금하고 있다.

마침 산채비빔밥과 된장국을 공양중이다.

방금전에 헬기장에서 두둑하게 먹고 내려오는 길임에도 불구하고,절밥은 먹어봐야 한다며 마당한켠에 자리잡는다.

스님들과 보살님들이 어찌나도 친절하신지..

귀한떡이라며 떡까지 손수 챙겨다주시고,비빔밥이 너무 짜보인다며 밥을 더 보충하라 그러시고... 


상무주암에서 극진한 대접을 받고나서 다시 순례길에 나선다.

문수암까지 1.2킬로 남았다. 


문수암


얼마안가 커다란 바위아래 자리잡은 문수암에 도착한다.

문수암 옆으로 거대한 석굴이 있고,그 앞으로 석간수가 흐르고 있다.

물맛이 정말 시원하고 꿀맛이다.




문수암 마당에서 보는 삼봉산 조망이 아주 일품이다.


삼불사


문수암에서 삼불사까지는 불과 800m거리밖에 안되어 금세 도착한다.

비빔밥이 담긴 대접을 높이 쌓아놓고 공양중이지만,밥먹은지 얼마 안되어 패쓰~~

자칫하면 순례길이 먹자로드로 전락하는건 아닐지 걱정될 정도로 뱃속이 그득하다.


황토흙으로 지어진 담벼락이 참 인상적인 칠성각..



애기풀


약수암으로 가는 길은 대체적으로 내리막이다.

어느정도 내려가다보니,마천마을이 한눈에 들어온다.



약수암


항상 맑은 약수가 솟는다는 이름대로 약수물이 철철 넘친다.

보광전엔 보물로 지정된 아미타 목조탱화가 있다는데,안타깝게도 구경할 수 없었다.

참배객이나 신도들 외엔 출입을 금한다며 경내 주변을 줄을 처놓고 출입을 막고 있다.

누군가 통행금지 간판아래 이렇게 써놨다. `닝기리타불~`



약수암을 뒤로하고 문밖을 나와 또 쉬어간다.

이번엔 아예 돗자리까지 깔았다.

샤베트가 된 맥주맛 한번 기똥차다.

어느덧 그늘을 찾고,찬음식을 찾게 되는 계절이 왔다.


실상사로 이어지는 임도길을 버리고,산길로 들어선다.

산길이라 좋고,거리단축되어 좋고,우리 다섯명뿐이라 한적하여 더욱 좋고..


햇살에 투영된 나뭇잎이 예쁜 봄날에 걷는 순례길도 이젠 막바지로 들어선다.

실상사에서 들려오는 찬불가는 점점 크게 들려오기 시작하고,길도 점점 평탄해진다. 


홀아비꽃대


미나리아재비


실상사

드디어 일곱번째,실상사에 도착한다.

오늘 하루내내 아담암자들만 보다가,한눈에 다 넣지도 못할만큼 큰 절집에 오니 너무 어수선하다.


반달모양의 해탈교를 지나며 아홉시간의 칠암자산행을 마친다.

부처님오신날,지리의품에 안겨 일곱개의 절을 찾아가는 참 의미있는 산행이었다.


'산행이야기 > 산행(2009~2019)'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설악산(한계령~장수대)  (0) 2017.05.16
지리산 서북능선  (0) 2017.05.14
수락산의 봄 (3)  (0) 2017.04.25
지장산~고대산  (0) 2017.04.24
도봉산의 봄  (0) 2017.0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