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 : 2017년 5월 22일~23일
산행지 : 설악산
산행코스 : 한계령-끝청-중청(1박)-대청-희운각-공룡능선-마등령-백담사
산행이야기:다시 또 설악이다.이번엔 중청에서 하룻밤 자고 공룡능선을 넘을 참이다.매년 이맘때면 중청에서 대청봉까지 이르는 꽃밭,그리고 공룡능선의 산솜다리가 보고싶어 습관처럼 짐을 꾸리게 된다.
6일만에 다시 선 한계령은 초록물이 제법 들어 초여름의 분위기가 물씬 난다.
오늘은 여유로운 걸음이라 휴게소에 들어가 비빔밥 한그릇을 든든하게 먹고나서 산으로 든다.
그새 연분홍 철쭉도 많이 피었다.
등로 양옆으로 도열하듯 피어 방싯방싯 웃어주니,발걸음이 가볍다.
한계삼거리에 이르러 내일 걸어야 할 공룡능선을 내려다본다.
압도적인 산세는 볼때마다 가슴 두근거리게 만든다.
큰앵초는 올해도 변함없이 숲을 가득 메웠다.
두루미풀에 풀솜대,그리고 나도옥잠화까지 숲 사이사이 존재감을 드러내며 시선을 끈다.
어찌 이리 때를 알고 다시 피어나는지..알면 알수록 참 재밌는 야생화 세계다..
서너곳 정도 등로를 새로이 단장해놨다.
조금 신경써서 걸어야할 구간에 계단을 설치해놓아 걷기가 한결 좋아졌다.
내설악의 풍광이 발아래로 현란하게 펼쳐지고,산세는 점점 수려해진다.
가야할 길 바라보는 것보다,걸어온 길 뒤돌아 보는 횟수가 점점 많아진다.
하늘은 산뜻하지 않지만,바람불어 산행하기엔 아주 좋은 날이라 바위 위에 올라설때마다 배낭 내려놓고 주저앉는다.
털진달래 만발한 끝청에 올라선다.
걸음을 최대한 아끼며 걸어야겠다~했는데도 걷다보니 또 이렇게 너무 일찍 와버렸다.
성격 급한건 역시 못고쳐...
움직이는 운무의 변화가 심상치 않다 했더니만,산은 넘실거리는 바다가 되었다.
이른 아침도 아니고,비그친 후도 아니고,이 무슨 횡재나 싶다..
점점 풍성해지는 진달래를 보며 한껏 들뜬 마음으로 중청으로 다가간다.
드디어 중청이다.
기대했던것보다 훨씬 더 멋진 모습이다.
꽃사이를 헤집으며 탁구공 근처까지 올라서니,천국이 따로없다.
운무는 바람이 불면서 역동적으로 바뀌더니 봉정암으로 쏟아져 내린다.
붉게 물든 꽃밭 또한 붉은 물이 흘러 내릴것만 같다.
실은..내일 비소식이 있어 산행을 망설였었다.
올까 말까 고민하다가 어제 급하게 대피소 예약을 해버렸는데..안왔음 이렇게 멋진 설악을 못볼뻔 했다.
지척에 있는 대청봉을 바라보니,산사면을 붉게 물든 꽃밭이 눈에 들어온다.
콩닥콩닥 가슴이 뛰기 시작한다.
중청대피소로 가기 전,소청 방향으로 잠깐 걸어본다.
바람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구름의 움직임이 너무 멋져서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한다.
진달래 꽃밭에 앉아 내설악의 꽃,용아장성을 내려다본다.
가보지 못한곳이라 더욱 시선이 집중되는 곳..
이젠,요원한 곳이 되었다.
설사 갈 기회가 있다해도 겁이 많아져 절대 못갈거같다.
중청마당에 앉아 요기를 하면서도 눈은 대청봉으로만 향한다.
입실하고나서 햇살이 한풀 꺾일 시간에 오르려고 했건만..
참을성은 꽃밭을 앞에 두고 여지없이 무너져버리고,걸음은 자석에 끌려가듯 대청봉으로 향한다.
연신 감탄사 연발하며 꽃밭길을 오른다.
천상의 화원이 따로없다.
천국이 있다면,바로 이런곳이겠지..
구름바다와 어우러진 꽃밭에 있으니,숨이 멎을것만 같다.
공감해 줄 친구가 그리운 순간..
바위에 콕콕 박혀있는가 하면,눈잣나무와 어우러져 있기도 하고..
여길봐도 저길봐도 뷰리풀하다..
대청봉
이렇게 여기까지 올 수 있는 열정과 두 다리를 주셨음에 감사하며..
점봉산 방향은 하루종일 구름이 가득차있다.
늦은 오후가 되면서 하늘은 더 맑아진다.
마냥 주저앉아 놀고 싶지만,일단은 대피소 입실부터 해야하기 때문에 대청봉을 내려선다.
참외하나를 거의 다 먹을즈음,입실을 시작한다는 안내방송이 나온다.
312번 구석자리를 배정받고나서 취사실로 내려간다.
아무래도 혼자오면 음식을 최소화 하게된다.
고기와 함께 이슬이 한잔씩 하며 산친구들과 담소나누며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지만,
오늘처럼 라면한봉 가볍게 끓여먹고나서 좀 더 산을 즐기는것도 나쁘지 않다.
침상정리 마치고,밥먹고나니 6시도 안되었다..
침상에 누워 뒹굴거리다 보니 부드럽게 햇살이 내려앉을 시간이 되었다.
다시 대청을 오른다.
바라볼수록 멋진 설악..
특히 이곳에서 내려다보는 풍광이 아름다워 한참을 머뭇거린다.
키작은 눈잣나무의 초록빛과 분홍빛 진달래가 너무나도 조화롭다.
좋은 날 만나서 좋은 풍경 득템했으니,인증은 한장 하고 가야지...
실컷 만끽했는데도,도저히 꽃밭을 벗어날 수가 없고..
찬바람이 불어 으스스한데도 대청 부근을 서성인다.
중청부근으로 산그림자가 드리워질 시간..
꽃색은 더욱 화사해진다.
눈에 밟혀 차마 내려설 수가 없게 만든다.
저녁해는 희뿌연 안개속에서 붉은 빛을 쏟아내고는 이내 먹구름속으로 들어가 버린다.
대피소안이 따뜻하다못해 덥다.
담요 두개를 대여했는데,덮개는 필요없을만큼 후텁지근하다.
하필 히터 바로 옆을 배정받은터라 답답해서 잠은 쉬이 오질 않는다.
여기에 코고는 사람까지 합세하니,이리저리 뒤척이기만 한다.
잠들라하면 어디선가 카톡 알림소리 들려오고..휴대폰 벨소리 울려대고..
기나긴 밤,잠은 자꾸만 안드로메다로 가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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