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 : 2017년 6월 14일
산행지 : 설악산
산행코스 : 한계령-귀때기청봉-대승령-장수대
산행이야기:설악이 몹시도 고픈 사람들 셋이서 6월의 설악을 만나러간다.한계령에서 장수대에 이르는 길은 설악을 맘껏 느끼며 걷다 올 수 있는 하룻꺼리 산행으로 아주 딱이다.
저 산은 내게 오지마라 오지마라 했지만,다시 또 이렇게 한계령에 왔다.
108계단을 숨가쁘게 오르다 내려다보니,안개가 몰려와 순식간에 한계령을 덮치고,싸늘한 공기가 온몸을 훑는다.
오늘은 무더위에 고생할 일은 없겠다 싶다.
얼마안가 회목나무꽃을 만난다.
작년에 봤던,그 위치 그대로다.
바람이 사정없이 불어대는 통에 제대로 촛점잡아 찍기가 쉽지않다.
돌길을 열심히 오르다 처음으로 조망이 터지는 곳에 이르니,바람과 함께 안개가 요동을 치면서 암봉들을 더욱 신비롭게 만든다.
이런 날씨,참 좋아한다.
예측할 수 없는 날씨,반전을 기대하게 만드는 날씨..
바위위에 서서 안개가 싸악 걷히기를 기다려보지만,걷히는듯 하다가 다시 안개가 몰려온다.
함박꽃이 폈다.
자꾸만 걸음을 멈추게 한다.
볼때마다 참 귀티나는 꽃이다 싶다.
한계삼거리에서 바라보는 공룡과 용아능선..
산해당화가 곱게 피어 발길을 멈추게 한다.
짙은 향기 때문인지,유난히 곤충들이 많이 붙어있다.
너덜바위에 발이 빠지지나 않을까 신경쓰며 좌우로 펼쳐지는 설악의 풍광에 취한다.
바람마저 짜릿한 이 곳..
언제나 산이 고픈 세사람,연이어 흥분한다.
바람결이 너무 좋다고..공기가 너무 상쾌하다고..풍경 죽여준다고...
어제 내린 비로,골파인 바위안은 물이 가득 채워졌다.
이번달 `월간 산`의 표지그림이 생각나 흉내내 보지만,반영이 안된다.
한달전,털진달래 피었던 자리는 짙은 녹음으로 채워졌다.
꽃이 피면 핀대로,초록이 물들면 물든대로,매력 빵빵 터지는 능선길이다.
올해 확실히 꽃들이 늦게 핀다.
이쯤되면 능선길 걷는 내내 꽃개회나무 향이 숲속 가득 퍼질텐데,올해는 아직 이르다.
간간이 코끝을 자극하는 정도다.
좋은 날씨 만나 즐겁게 걷고 있는 우리..
나두 그렇지만,저 두분은 산에 있을때가 가장 행복하고 자유로워 보인다.
산에서만큼은 그 어떤 마음의 걸림이 없고 심플해진다.
주걱봉과 가리봉이 뾰족 안개속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흰인가목
귀때기청봉을 내려와 노랑만병초가 피었는지 살펴보지만,역시나 이르다.
하나를 잃으면 하나를 얻는다는건 진리다.
노랑만병초를 못본 대신 절정기의 참기생꽃을 만났으니까..
이 시기에 올적마다 늘 끝물의 참기생꽃을 만났었는데,이번엔 아주 싱싱하다.
씨원한 맥주 한잔하고나니,뾰족하게 솟아있는 안산을 바라보며 걷는 발걸음이 완전 가볍다.
금마타리
앞서가던 언니가 특유의 하이톤으로 환호하신다.
뭔가가 있다는 증거다.
우와~~참기생꽃 군락지다.
어쩜 이리도 곱기도 할까..단아하기 그지없다.
한참을 놀다보니,두 분은 보이지도 않고..
실은..오늘의 특명은 `장백제비꽃`이었다.
지난번 펭귄님이 정보를 주셨었는데..
버려진 노랑색 사탕껍질만 나타나도 눈을 희번덕거리며 찾았는데,결국 찾아내지 못했다.
또한번의 너덜길이 나타나고...
음침한 숲길,함께 걸으니 등골 오싹할 일은 없다.
드문드문 나타나는 짐승똥을 봐도 의연하게 통과한다.
혼자였음 엉덩이 실룩거리며 똥줄나게 달렸을텐데...
뱀이 나타날때면 솔맨님이 경계하라고 미리 언지를 주시니,곁눈질 안하고 재빨리 통과하면 되고..
뒤돌아보니참 많이도 걸어왔다.
귀때기청봉이 어느새 까마득하게 보이는 지점까지 왔으니..
아구장나무,곳곳으로 복스럽게도 피었다.
코끝으로 짙은 향기 풍겨오면 어김없이 꽃개회나무가 피었고...
가까이 할 수 없는 저만치엔 산솜다리가 아슬아슬하게 매달려있다.
눈도 좋지..저걸 어떻게 찾으셨는지...
산솜다리는 대체적으로 가까이 다가갈 수 없는곳에 위치해 있다는게 함정이다.
바람까지 정신없이 불어대니,산행하기는 그만인데 꽃과 놀기엔 영 아니다.
세잎종덩굴
바람꽃이 한두송이 피어나고 있다.
올가을엔 이곳으로 바람꽃을 보러올까도 싶다.
능선길 내내 온통 바람꽃 천지다.
오르내리막의 연속이다.
한참을 걸은것 같은데도 이정표를 확인하면 남은 거리는 크게 줄어있지 않다.
숲길에선 조금 속도를 내어 빠르게 걸음을 옮긴다.
가파르고 긴 계단을 내려서며 얼마간 숲길을 씩씩대며 걸으니,곧 대승령이다.
대승령 1,210m
시간이 여유롭다.
천천히 하산해도 6시 30분 버스를 타기에 넉넉한 시간이다.
언니가 하루종일 짊어지고 다녔던 맥주 두캔이 장수대에 도착해서야 딱 알맞게 녹아있다.
땀을 씻어내고,옷도 갈아입고,개운한 맘으로 살얼음 동동 뜬 맥주를 한숨에 들이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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