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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이야기/산행(2009~2019)

설악산(오색~설악동)


산행일 : 2017년 7월 26일

산행지 : 설악산

산행코스 : 오색-대청봉-중청-희운각-천불동계곡-비선대-설악동

산행이야기:설악산 바람꽃 보기 참 힘들다.주말마다 비소식이 있는가하면 주중에 맘잡고 갈라치면 어느 순간 기상청예보에 우산그림이 뜬다.산장에서의 하룻밤은 일찌감치 포기하고,당일이라도 다녀오자 싶어 동서울에서 첫차를 탄다. 


선택의 여지없이 오색을 들머리로 잡았다.

대청봉까지 오를 수 있는 가장 짧은 코스이기 때문에..

오색에 도착하니 9시를 넘어선다.


연일 내린 비로 계곡물은 풍성하다못해 넘치고 넘쳐 우렁찬 물소리가 숲전체로 울려퍼지고,

한여름 속 초록숲은 더없이 맑고 투명하다.

탁 트인 조망없이 주구장창 코박고 올라야하는 길이 썩 내키지 않았었는데,막상 또 이렇게 숲 한가운데로 들어서니 너무 좋다.


이따금씩 노루오줌이며 나리꽃 동자꽃이 피어 걸음 멈추게 만든다.

떡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이 틈을 타 한숨 돌리며 땀을 식히고...

 

대부분 인적이 느껴지면 달아나기 마련인데,설악의 다람쥐들은 오히려 마구 달겨든다.

뭐라도 먹으려고 앉을라치면 궁댕이 붙이기가 무섭게 온동네방네 다람쥐들이 무슨 잔치라도 열린듯 죄다 몰려드는 통에 간식꺼내는것도 무섭다. 이게 다 사람이 길들여 놓은 탓이겠지..


설악폭포를 지나자 물소리는 멀어지고,계속되는 오르막은 인내심을 시험하게 만든다.

싸늘하던 산공기마저 온몸으로 흘러내리는 땀을 미처 씻어주지 못하고,숨소리 거칠어질수록 몸은 흠뻑 젖어간다.

안개까지 마구 몰려오며 습한 기운이 숲아래로 드리워지고,어여쁘게 피어난 꽃들은 안개속에서 제법 운치있다.




대청을 코앞에 두고 다행히 안개는 걷히고,파란하늘이 기다리고 있다.

길 양옆으로는 둥근이질풀과 여로가 만발하고,특히 올해는 네귀쓴풀이 유난히도 많이 피었다.





드디어 대청이다.

이쪽 저쪽으로 넘나드는 안개로 중청이 보였다 안보였다를 반복한다.



이 더위에 언니와 나를 이곳으로 이끌게 만든 장본인..

한동안 보고싶어 그토록 애닳게 만들더니,이렇게 내눈앞에 있는데도 여전히 가슴 설레고 두근거린다.



 폭염에 장마에 날씨가 완전 극과 극으로 치달았던 터라 꽃상태는 그리 좋지 않다.

개체수도 예전보다 눈에 띄게 많이 줄어든듯하다.

하지만,여전히 강하고 옹골차 보이는 꽃이다.

`기다림`이란 꽃말처럼 7월만 되면 언제나 학수고대하며 만나기를 기다린다.




땀은 금세 식어 닭살이 돋을만큼 한기마저 감돈다.

산아랫세상과 어쩜 이리도 다른지..

다시는 오색길로 안오르겠다 맘먹은지 불과 몇분전인데,그 다짐은 벌써 잊었다.

산뜻한 이 공기와 산향기가 그리워 또다시 첫차타고 오색길을 올라야할거 같다. 




하늘이 더 파래지면서 바람꽃도 더 빛나기 시작했다.

마치 흰눈내린듯 바라볼수록 눈부시다.




마음은 급하지만,좀처럼 꽃밭을 떠날 수가 없다.

이대로 하룻밤 중청에서 묵고 싶다.

역시나 설악은 느긋하게 1박 2일로 오는게 답이었다.




무겁게 깔린 안개는 쉽게 걷히지 않는다.

점봉산이며 외설악 풍광이 좌우로 펼쳐지기를 바라보지만,오늘은 안되겠다.

바람꽃 보는걸로,변화무쌍한 구름의 움직임을 보는걸로 만족해야겠다.


가는다리장구채






네귀쓴풀


2019년이면 중청대피소가 철거된다 그런다.

주변경관과 환경보호를 위해 폐쇄된다던데,그렇다면 끝청에 설치하네 마네 하는 케이블카는 또 뭐야? 참내..

대피소 이용인원보다 케이블카 이용인원이 월등히 많을거 같은데 말이지..

내년 지나면 중청에서의 추억도 더이상 만들지 못하게 생겼다..


용아장성이 구름속에서 모습을 드러내고..털진달래 가득했던 꽃밭은 초록잎 무성하다.



용아장성을 발아래 두고 걷는 이 길은 언제나 매력적이다.

소청대피소 지붕을 내려다보며 다음엔 저곳에서 하룻밤 묵자며 언니랑 약속한다.




소청갈림길 가기 전,꽃밭을 만나 또 한바탕 놀다간다.

신선대를 들렀다 갈 참이었는데 아무래도 안되겠다.벌써 3시가 넘었다. 

바람꽃과의 데이트 시간이 너무 길었다.




등대시호





네귀쓴풀


대청봉에서 내려다봤던 그 안개속으로 들어섰다.

분위기는 참 좋은데,길이 울퉁불퉁해 조심스럽다.


참바위취



희운각 대피소에 도착하니,꼬마새 한마리가 반기더니 이내 말벌 한마리까지 가세해 격하게 반긴다.

때마침 알맞게 녹아있는 맥주한캔을 땄더니,앵앵거리며 쏘아붙일듯 위협적으로 날아든다.

달콤한 냄새로 벌을 유혹한 우리가 잘못이겠지..  


병조희풀



참 오랜만에 걷는 천불동계곡은 역시나 명불허전..

깎아지른 협곡이며 우렁찬 폭포소리가 완전 장관이다.



 

양폭대피소



제법 빠른 걸음으로 내려와 비선대를 통과하고,다시 또 설악동을 향해 신나게 걸어내려오니,

마침 속초로 나가는 7-1번버스가 정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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