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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이야기/산행(2009~2019)

덕유산(향적봉~영각사)


산행일 : 2017년 8월 5일~6일

산행지 : 덕유산

산행코스 : 무주리조트-향적봉-동엽령-무룡산-삿갓재(1박)-남덕유산-영각사

산행이야기:이 삼복더위에 짐싸들고 산으로 올라간다 그러면 다들 제정신이냐 그러겠지만,아무리 생각해봐도 떠오르는 피서지는 오로지 그 곳뿐이다.맘같아서야 비박짐을 꾸리고 싶지만,조금 선선해질때까지만 꾹 참기로하고 대피소를 예약했다.


단돈 11,000원으로 쉽게 향적봉 정상에 올라선다.

이 더위에 산을 누가 찾을까 했지만,우리같이 맘먹은 사람들 꽤 여럿 보이고..

역시나 정상에서의 바람은 정말 시원하다.

 

높고 맑은 하늘아래 잠자리 날아다니고,초록빛 수풀 위로 풀내음 풍겨온다.

마치 가을날씨같다.

 


중봉으로 가는 길섶으로 여름꽃들 만발하다.

산오이풀,참취,모싯대,동자꽃 등등..

그저 산바람을 맞는걸로도 집에서 에어컨 아래 있는것보단 나을꺼라 생각했는데,

덤으로 이렇게나 어여쁜 여름꽃들 피어있으니 즐거움 두배다.

하나하나 일일이 이름 불러주며 기분좋게 중봉을 오른다.




지금 중봉의 주인공은 보랏빛이 매력적인 산오이풀이다. 

얼마전까지만해도 범꼬리와 원추리가 주인공이었을텐데...



눈과 마음이 시원해지는 덕유평전은 완전 초록초록하고,

조망이 좋아 멀리 남덕유까지 시야에 들어오니 마음마저 넉넉해진다.

황석산에서 기백산까지,그리고 가야산,남덕유산,지리산이 어디냐며 몽몽님이 어디한번 짚어보라며 퀴즈를 내지만,

내가 알리가 없다..

내가 몽몽님한테 꽃이름 물어봤을때 엉뚱하게 답하는 것처럼..

다 자기 전문 분야가 있는법..





부드러운 능선길 따라 짙어가는 여름산길을 걷는다.

눈이 부실정도로 볕이 쏟아지다가도 한줄기 바람 시원하게 불어올적마다 바람맛을 만끽한다.



설국의 하얀 겨울일때도 이뻤고,

짙게 물든 초록길도 이쁜 길..

산객이 드물다보니,더없이 평화롭고 고즈넉한 분위기의 길이다.





숲그늘 아래로는 동자꽃,가는장구채,긴산꼬리풀,말나리등이 사방으로 피어있는데,특히나 오늘 필 제대로 받은 꽃은 동자꽃이다.

어두침침한 숲길을 화사하게 밝히고 있는데다,꽃의 배치는 마치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듯 가지런하다.

 




다 진줄 알았던 원추리가 군데군데 피어 아쉬운 마음을 달래준다.

역시나 원추리는 무더기로 있어야 예쁜데..

과연 무룡산 원추리는 다 졌을까? 아님 아직도 피어있을까??

궁금증이 폭발하기 시작하니 없던 힘이 생기며 걸음이 빨라진다. 




참취꽃과 동자꽃의 화려한 콜라보에 또다시 멈춰서고..

이럴때마다 꽁무니도 안보이는 몽몽님을 따라잡느라 씩씩대며 걷는데,언제나 적당한 지점에서 기다리고 있다.







뜨겁긴 꽤 뜨거운 날이다.

동엽령에 도착하니 진이 빠질 정도다.

바람마저 없었더라면 더위먹고 헬기로 이송됐을지도 모른다.

물과 과일을 넉넉하게 챙겨온건 정말 다행이다.




바위틈으로 참바위취가 별처럼 쏟아지고..

내얼굴로는 땀방울이 물처럼 흘러내린다.






힘겹게 무룡산에 올라 물500m를 단숨에 들이킨다.

기상청예보대로 3시부터 비가 오려는지 파랬던 하늘은 점점 먹구름이 몰려오기 시작하고,

잠자리들이 떼지어 날아다닌다.

몽몽님은 차라리 소낙비 한번 시원하게 맞았음 좋겠다고 하지만,

땀으로 흠뻑 젖은 몸에 비까지 맞은 몸뚱아리생각하면 끔찍스럽다.



날씨 참 변덕스럽다.

구름이 몰려와 노심초사하게 만들더니 어느새 파란하늘로 바뀌고,

또 어느 순간 구름이 앞이 안보일정도로 하얗게 몰려오곤 한다.

변화무쌍한 날씨에 적당한 긴장감이 생기니 재밌기도하다..  



원추리 꽃밭에 다다르니 또다시 하얀 구름이 몰려온다.




다행히 구름은 산을 넘지 못하고 머물러있고..

원추리화원은 그야말로 분위기 좋은 천상의 화원이 되었다.

몽몽님이 기분좋게 30분의 시간을 준다.

꽃밭에서 맘껏 사진찍고 놀라고...   

너무 짧은뎅.. 






이토록 아름다운 원추리 물결이라니...

조금 시기가 늦어 지기는 했지만,충분히 감동적인 풍광이다.

먼길,땀 뻘뻘 흘리며 걸어온 보람은 이 풍경하나에 충분히 보상받았다.

 



또다시 갖게 되는 감사의 마음..

건강 허락되어 감사하고,언제든 콜해주는 든든한 산친구 있어 감사하고.. 

산에 대한 열정,식지 않음에 감사하고..

이런 선물을 주심에 감사하고...








몽몽님이 준 30분은 금새 흘러가고..

그렇다고 얼른 가자 보채지도 않고 느긋하게 앉아 기다려준다.

사람맘 다 같으니 저도 좋겠지 뭐...ㅎ





겨울덕유야 말할것도 없겠지만,여름덕유 또한 이토록 눈부시고 아름다운것을..

내년이 되면 또다시 이 노란물결이 그리워질터..

두고가려니 차마 발걸음이 안떨어진다. 




또다시 먹구름이 산정을 뒤덮는다.

이번엔 진짜 비올 기세라 배낭을 맨다.






황홀한 원추리 물결의 여운은 삿갓재까지의 걸음마저 가볍게 만들어준다.


곤돌라에서 내려 설천봉을 출발한지 여섯시간이 흐른 후에야 도착한 오늘의 최종 목적지..삿갓재..

말끔하게 정비한 후로 처음으로 묵게 된 셈인데,개인침상이 정말 맘에 든다.

샘터로 내려가 식수를 보충하고,가볍게 땀을 씻어내고나니 좀 살것같다.

걷는동안 갈증만나고 배고픈것도 모르겠더니만,좀 살만해지니 순식간에 허기가 진다.


마당에 마련되어 있는 식탁에 마주앉아 제육볶음에 이슬이 한잔씩..

산에서 먹는 음식 is 뭔들..ㅎ

저녁기온 싸늘해지니 이곳이야말로 최고의 피서지라는 생각이 든다.

일찌감치 저녁상 물리고 뒤늦게 도착하는 산객들한테 식탁을 내어주고는 마당한켠에 돗자리를 편다.

밤하늘 올려다보는것도 좋고..살갗에 닿는 바람결도 좋은 이 밤..

이쯤에서 시간이 멈췄음 좋겠다.. 

 

안개로 휩싸인 삿갓재의 하얀아침..

옆집아저씨 에어매트 바람빼는 소리만 아니었음 더 잤을텐데...

일어난김에 몽몽님을 깨워 아침 먹고 떠날 채비를 한다.

오늘은 어제보다 더 덥다하니 될 수 있으면 오전중으로 하산을 마치는게 상책이다.

황점으로 곧장 내려가 계곡에서 발담그고 놀고 싶은 유혹도 조금 있었지만,걸음은 자동으로 남덕유로 향한다.




아침부터 땀깨나 흘리며 삿갓봉에 도착한다.

안개가 조금 걷히지 않을까 했지만,남덕유산은 완전 구름으로 뒤덮혔다.




거의 도닦는 수준으로 땅만보고 올라야하는 길..

이또한 수양이려니..ㅎ




어제부터 참 많이도 걸어왔다.

뒤돌아보면 뿌듯한 길..

먼훗날,나의 인생길을 뒤돌아봤을때도 이렇게 뿌듯해야 하는데...


정글수준으로 울창한 수풀을 헤친 끝에 월성치에 도착한다.

토옥동계곡이 이곳에서 시작된다는걸 이번에 처음 알았다.


오늘의 산길위에도 어제와 같이 동자꽃이 반긴다.




남덕유산 정상에 다다르니 숨이 턱까지 차오른다.

어제오늘 통털어 가장 힘들었던 마의 300m구간..

참외하나씩 물고 널브러져 앉아 열받은 발을 식힌다.




언제봐도 현기증 일으키게 만드는 철계단..



 돌길로 된 내림길이 이어지고..

계곡물은 드문드문 물소리가 날뿐 거의 말라있는 수준이다.

다행히 탐방센타를 1킬로 정도 남겨놓은 지점에 작은 폭포가 흐르는 소가 있다.

발이 시릴만큼 정신 번쩍나는 물에 몸을 담그고,어제오늘 흘린 땀을 씻어내고는 말끔한 차림으로 택시에 올라탄다.


무더위도 잊을만큼 황홀했던 한여름날 덕유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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