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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이야기/산행(2009~2019)

지리산(백무동~중산리)


산행일 : 2017년 8월 27일

산행지 : 지리산

산행코스 : 백무동-한신계곡-세석-장터목-천왕봉-중산리

산행이야기:지리산을 가고싶은 마음이야 늘 굴뚝같지만,맘먹고 나서는건 쉽지않다.오가는 시간에 긴 산행거리까지 이겨내야만 하니,큰맘 먹지않으면 선뜻 걸음하기 힘들다.이번주는 구절초를 보고싶은 마음에 혼자 산악회버스를 타는 용기를 냈다. 


신사역에서 10시 반에 출발한 버스는 성삼재에서 당일종주를 하는 몇사람을 내려놓고 3시 반쯤되어 백무동에 도착했다.

당연히 한신계곡으로 오르는 산객들이 많을줄 알았지만,다들 하동바위로 향하고..

나랑 버스짝꿍,이렇게 둘만 한신계곡길을 택한다.

두 아줌마,랜턴불 들고 산행을 시작하는데..걸음이 영 맞지 않는다.

한참 걷다 뒤돌아보면 불빛이 안보이고..혼자 앞장서 걸으려니 밤길 무섭기만하고..

오늘따라 걸음맞춰 걸어주던 몽몽님의 부재가 아쉽다.

얼른 날이 새기만을 기다리며 보폭을 조절해 천천히 걷는다.


산행 시작한지 두시간쯤 되어서야 서서히 날이 밝아오고,

먼저 가시란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지금부터 신나게 내달려야지~했지만,

달리기는커녕 걷기도 힘든 죽음의 막판 오르막이 떡하니 기다리고 있다.

진을 다 빼고나서야 세석대피소에 닿으니 7시가 다되었다. 


지금부턴 꽃길과 마주할 시간..

세석대피소를 뒤로하고 촛대봉에 오르니,산오이풀 가득한 산상정원이 펼쳐지고,

화원위로 아침햇살이 눈부시게 쏟아진다. 



산좋아하는 사람은 결국은 산에서 조우하게 되어있나보다.

지난번 도봉산에 이어 또 상록님을 만났다.

심심찮게 천왕봉까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산동무가 되어주셨다.






오늘 촛대봉의 주인공은 한아름의 쑥부쟁이 되시겠다.

품에 다 안지 못할만큼의 커다란 꽃다발을 보고는 마치 내가 누군가에게 선물받은듯 황홀했다.


연하선경위로 햇살이 강하게 쏟아져내린다.

햇살에 반사되는 수많은 빛망울들이 구절초인줄 알았는데..

가까이 가보니,예전에 그많았던 구절초는 몇개체 안보이고,그대신 산오이풀이 한가득이다.



산오이풀의 상큼한 향기에 취해 시간가는줄 모르고..

급할것 하나 없는 산행이라 여유만만하다.

힘들게 올라왔으니 맘껏 놀다 가야지...

 





어딜 둘러봐도 온통 산오이풀 천지삐까리다.

구절초 보러왔다가 산오이풀만 맘껏 구경하게 되는 셈이다.





오랜만에 찾는 장터목 대피소가 정겹다.

마당에 신발벗고 앉아 숨좀 돌리고..



제석봉 오르는 길역시 산오이풀이 지천이다.

산사면이 완전 붉게 물들었을 정도다.






바람은 한점 없고,햇살은 눈부시게 쏟아지고,자꾸 갈증은 나고..

하지만,눈에 들어오는 풍경이 마음의 위로를 넘치도록 해준다.

고사목과 어우러진 꽃들이 걸음을 자꾸만 멈추게 만든다.





제석봉 주변을 어슬렁거리다 다시 천왕봉으로 옮기는 걸음이 무겁다.

정상까지 거리는 얼마되지 않지만,꽤나 진빠지게 하는 길이기도하다.

천왕봉 주변의 꽃밭을 기대하며 힘겹게 오른다.






통천문을 통과하고..




드디어 천상의 화원에 도착한다.

산오이풀에 쑥부쟁이에 구절초가 빼곡하게 채워진 꽃밭이 너무 황홀하다.

시간도 많으니,실컷 놀다 가야지...






어마어마한 밀집도를 자랑하는 꽃밭이다.

몇해전에 찾았을때보다 더 빼곡해졌다.

꽃보러오는 길이 힘들어 다신 안오겠다 했지만,내년 이맘때면 또다시 이 꽃밭이 아른거릴것이 분명하다. 

 










상록님과 함께 천왕봉 바위 아래 앉아 쉬고 있는데,바로옆에서 기상천외한 모습이 펼쳐진다. 

능숙한 솜씨로 초밥을 쓱싹쓱싹~

산에 다니며 별의별요리를 다봤지만,즉석에서 초밥을 만들어내는걸 보게 될 줄이야..

이건 뭐..꽃구경보다 더 재밌다..ㅎ

진귀한 풍경에 눈을 못떼고 있으니,간장과 생강까지 곁들여 초밥 몇점을 나눠준다.


다시 꽃놀이 시간..

다섯시까지만 내려가면 되는데,아직 한시도 안되었으니..

그 사이 하늘은 아주 쾌청해졌다.







그늘찾아 이제 그만 숲길로 내려서야지~하면서도 발을 떼지 못하고,

천왕봉 주변을 어슬렁 어슬렁거리다,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후에야 천왕봉을 내려선다.









꽃구경 끝,지루한 길 시작되고..

중산리로의 내림길은 역시나 지루하고 힘들다.

좋은거 구경했으니 이만한 고통쯤은 참아내야지...


다섯시쯤 되어 버스는 출발하고...

그러지 않아도 비좁은데 앞좌석에 앉은 아저씨까지 매너없게도 등받이를 뒤로 젖히다보니 아주 죽을맛이다.

잠은 안오고 가만앉아 네시간넘게 버틸 생각을 하니,막막해진다..

꽃구경 잘하고 왔으니 이또한 견뎌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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