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 : 2017년 8월 22일~23일
산행지 : 설악산
산행코스 : 한계령-끝청-중청-대청-소청(1박)-희운각-소공원
산행이야기:비소식 없는 날을 잡아 미리 소청대피소를 예약해두고 설악으로 간다.더 늦추다가는 설악의 금강초롱을 놓칠거 같다.
정말이지 기상청 예보는 도통 믿을 수가 없다.
예보대로라면 구름 적당히 있고 햇살도 간간이 나와주는 날씨라야 하지만,산길은 온통 안개속이다.
시선 빼앗길곳 없으니 오로지 걷는데만 집중할 수 있는 장점도 있지만,그래도 설악의 울퉁불퉁한 준봉들을 눈에 넣어야 제맛인데...
한계삼거리를 지나도 날씨는 매한가지다.조금도 변함없는 참 지조있는 날씨다.
습기 많은 눅눅한 날씨라 딱히 쉬어갈곳도 마땅찮아 선 채로 숨고르기를 하며 걸음을 꾸준히 이어간다.
끝청에 올랐지만,가시거리는 완전 제로이고..
돌틈으로 새하얗게 핀 구절초만이 반갑게 인사한다.
드디어 구절초 피는 가을이 왔구나~~
둥근이질풀 길 양옆으로 도열해 있는 길..
설악을 걸으며 어디 멀리 보이는 조망만이 즐거움일까..
이렇게 야생화들을 보는 재미에 언니와의 이야기꽃이 더해져 한걸음 한걸음 걷다보니 어느덧 중청이 가까워온다.
산오이풀 가득한 중청의 산상정원에 닿는다.
안개비에 축축 늘어져 있어도 색감만은 유독 붉고 진하다.
이상하게도 설악의 산오이풀을 만날적엔 안개비와 바람을 늘 동반한다.
안개비는 소리없이 내리고..바람도 장난아니다.
그래도 대청봉은 찍고 가야지...
다행히도 늦둥이 금강초롱이 남아있다.
하지만,초점을 잡기위해서는 인내가 필요하다.
바람꽃 피었던 자리엔 새하얀 구절초가 대신하고 있고...
순백색의 말끔한 자태는 언제봐도 기분좋다.
산오이풀과 구절초는 한데 어우러져 아름다운 화원을 이루고 있지만,
오늘은 날씨가 영~아니네그려..
언니는 춥다고 이제 그만 내려가자 그러지만,차마 눈에 밟혀 발걸음이 안떨어진다.
취미한번 참 고약한걸 가졌다.
많고 많은 취미중에 어찌하여 이런 고산의 야생화를 좋아하게 됐는지 참..
언제나 몸의 고달픔이 수반된다.
물론 이런 극한상황을 즐기기는 하지만...
오늘중으로 안개가 걷힐거라고는 조금도 기대할 수 없어 대청봉을 내려와 곧장 소청으로 향한다.
이대로라면 곧 비라도 올 기세다.
공허한 풍경 바라보며 그저 머릿속으로만 설악의 모습을 그려본다.
용아장성 참 멋있다고 헛소리도 해가며..
무심했던 하늘은 소청이 가까워질 무렵,살짝 모습을 드러내보이기 시작한다.
하지만,이것도 잠시 곧 새하얗게 안개가 몰려온다.
소청마당에 도착하자마자 거짓말처럼 용아장성이 발아래로 펼쳐진다.
그리고 저멀리 울산바위도 선명하게 드러나고..
직원분이 나와 우리를 맞이하며 운이 참 좋으시다 그런다.
방금전까지만해도 아무것도 안보였단다.
잠깐동안 보여준 용아장성은 얼마안가 안개속으로 사라지고..
일찌감치 취사장 한켠에 자리를 편다.
오늘의 주메뉴는 호박부침개,제육볶음 그리고 번외메뉴로 꼬막무침 되시겠다.
부침개를 하기위해 필요한건 뭐?? 후!라!이!팬!!
근데,솔맨님이 그만 빼먹고 그냥 오셨다.
두 아줌마 원성이야 말할것도 없고,솔맨님은 마치 대역죄인마냥 어찌할바를 모르시고...
압력밥솥을 이용해 기름 두르고 부쳐보지만,다 눌러붙어 완전 떡이 되고만다.
그래도 죽으란법은 없나보다.
마침 우리옆에서 그럴듯한 후라이팬을 꺼내는 산객을 발견하고는 빌려주십사 했더니만,
다른 일행한분이 올때까지만 쓰는걸로 하고 선뜻 내어주시는데..
알고봤더니,얼마전에 새로 구입한 후라이팬을 본의아니게 우리가 개시를 했던거다..
암튼 우리는 윤이 반짝반짝나는 새후라이팬으로 여러사람의 부러움의 눈총을 받으며 부침개 여러장을 먹음직스럽게 부쳐냈다..
칸막이로 나뉘어진 대피소는 역시나 훌륭하다.
직원분이 담요까지 직접 배달해주고 심지어 따뜻한 커피까지 제공해주는 환상의 소청대피소다.
하지만,더워도 너무 더웠던 밤..
난방을 어찌나도 빵빵하게 틀어놓았는지..
자다깨다를 연신 반복하다 새날을 맞는다.
밤하늘을 가득 수놓을만큼 맑았던 하늘은 새벽이 되니 또다시 흐리멍텅해졌다.
아침도 생략하고 일어나자마자 대피소를 나선다.
공룡능선을 넘겠다는 야심찬 계획은 잔뜩 흐린 하늘을 보고 미련없이 접고,
희운각에서 아침먹으며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다 천불동계곡으로 내려선다.
비온 후라 계곡물이 맑고 풍성하다.
조금씩 수상하던 날씨는 급기야 비선대를 지나자마자 격하게 비를 뿌려댄다.
우의를 뒤집어쓰고 소공원으로 터벅터벅 내려가자니,말끔하게 씻었던 몸은 어느절에 땀으로 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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