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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이야기/산행(2009~2019)

설악산(장수대~한계령)


산행일 : 2017년 10월 7일

산행지 : 설악산

산행코스 : 장수대-대승령-귀때기청봉-한계령

산행이야기:단풍산행 2탄은 또 설악이다.서석 내려온 김에 아예 눌러앉아 놀다가 설악으로 튄다.


한계령주차금지라 선택의 여지없이 장수대를 들머리로 해서 한계령까지 걷기로 했다.

촉촉한 산길,어느만큼 오르니 시야가 트이고..

눈앞에 펼쳐지는 산은 한폭의 산수화마냥 멋지다.




아침햇살과 함께 안개는 모락모락 피어오르고,시시각각 변하는 풍경에 잠시도 눈을 떼지 못한다.






점점 산은 안개로 인해 모습을 감추기 시작하더니,대승폭포를 지나자 햇살마저 쏙 들어가버리고 짙은 안개만이 산을 뒤덮고 만다.

오늘의 조망은 아쉽게도 딱 요기까지만 이었다는거...



숲으로 들어서자 알록달록 어여쁘게 피어난 단풍길이 이어지고...

더욱 깊어진 가을의 정취에 푹~빠진다.





햇살은 없지만,촉촉하게 젖은 단풍색은 진하기 이를데 없다.

바스락거리는 낙엽소리는 없지만,카펫밟듯 낙엽길이 푹신하다.




대승령이 가까울수록 안개는 점점 짙어지고..

오르막은 끝없이 이어지고..

습한 날씨에 땀은 눈을 못 뜰 정도로 사정없이 줄줄 흘러내린다.





드디어 대승령에 닿아 한숨 돌리고..

날이 궂으니 남교리로 가자는 몽몽님의 말을 귀담아 듣지도 않고 한계령으로 앞장선다.



마주오는 산객들 바짓가랑이가 죄다 흙투성이더니..

얼마안가 우리도 질퍽한 길로 인해 흙투성이가 된다.

미끄러운 길,자빠질세라 한걸음 한걸음이 무척 조심스럽다.

현란한 단풍색에 현혹되어 한눈 팔다가는 넘어지기 십상이다. 





날은 궂어도 단풍숲 분위기 하나는 끝내준다.

어차피 서북능선은 조망을 즐기기보다는 그저 묵묵히 걷는 길이라고 위안한다.


빨간 가을이 있는가하면 군데군데 노랗게 물든 가을이 반기기도 한다.




그래도 시간이 흐르면 안개가 걷히려니~했지만...

걷히기는 커녕 점점 짙어진다.

설상가상 이슬비까지 소리없이 내리기 시작하고...


솔체꽃


단풍든 가을숲길 걷는것만으로도 만족하자 했지만,

막상 조망터에 이르러 안개속에서 희미하게 보이는 산빛을 보니 날씨가 원망스럽다.

사람욕심은 이렇게 끝이 없으니..



단풍시즌인걸 감안하면 그나마 한적한 코스가 바로 이 코스가 아닐까 싶다.

아주 드물게 마주오는 산객들을 만날뿐이다.

올해만도 벌써 세번째로 찾을 정도로 좋아하는 코스이기도 하다.




소리없이 내리는 이슬비는 오다말다를 반복하고..

바위고 뭐고 다 축축하다보니 어디 한곳 쉬어갈만한 곳도 마땅찮다.

점심으로 준비해온 컵라면은 무용지물이 되어버렸다.

그만 보온물을 까먹고 그냥 와버렸으니...

뻑뻑한 소보루빵에 김치 얹어 먹으며 둘이 실없이 웃어제낀다.

이참에 뱃살 빼는거지 뭐...ㅎ 





절정의 가을을 만끽한다.

산은 온통 가을색으로 물들었다.



너덜길은 미끄러워서 두배로 더 신경 써서 통과해야한다.



점점 힘은 소진되고..

귀때기청봉은 안개속에서 보이지도 않고..

안개는 더 짙게 몰려온다.






귀때기청봉을 내려와 너덜지대를 두어번 통과하고 나서야 길이 좀 수월해지고,

긴장감이 어느 정도 해소된다.



한계령으로의 하산길은 완전 초절정으로 단풍물이 들었지만,

안개 또한 초절정으로 몰려와 한치앞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다.






산행 시작한지 여덟시간이 넘어 한계령에 도착하자,몽몽님이 오늘 산행을 한마디로 이렇게 요약한다.

`단풍 굿,조망 꽝!!`


속초에서 오는 4시 45분 버스는 5시 10분이나 되어서야 한계령에 멈춰서고,

10분 후에 우리를 장수대에 내려준다. 


오늘도 서석에서 머물기로 하니 맘이 편하다.

막히는 길,애태우며 뚫을 일도 없고..

집에 가서 밥할 일도 없고...

어제 지나가는 말로 김치만두 이야기를 했더니만,

집에 도착하니 만두 이쁘게 빚어 뜨끈하게 한그릇 내어오는 착한 올케언니..

하루종일 차가웠던 속이 정성어린 만두 한그릇에 싹 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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