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 : 2018년 5월 19일
산행지 : 설악산 귀때기청봉
산행코스 : 한계령-한계삼거리-귀때기청봉-한계령
산행이야기:설악산 경방기간이 끝나자마자 가장 먼저 찾는 곳은 언제나 귀때기청봉이다.올해도 어김없다.
날이 맑는가 싶다가도 안개가 몰려오고,다시 또 햇살이 나올듯 하다가도 곧 흐려지기를 반복하는 날씨속에 고속도로를 달려 한계령에 도착했다.
예상대로,한계령은 온통 안개속이다.바람 또한 장난아니다.
그러고보니,기억 속 한계령은 언제나 안개속에 있었던거같다.
새벽까지 내리던 비가 그치고 난 후의 등로가 축축하다.
나무도 촉촉하고,철쭉도 꽃잎마다 이슬을 머금고 있어 생동감이 넘친다.
도무지 걷힐거같지 않던 안개는 한계삼거리가 가까워오며 이리저리 옮겨다니며 춤을 추기 시작한다.
안개가 걷히며 우리가 가야할 서북능선이 모습을 드러냈다.
삼거리에 도착하면 안개는 걷힐지니....
바램처럼 신기하게도 우리가 도착하자마자 하늘이 열리고...
누구의 복으로 이런 날을 선사받았는지에 대해 또 유치한 설전을 벌이는 우리...ㅎ
금강애기나리
곡백운으로 떨어지는 헬기장 옆엔 금강애기나리가 곱게 피어있다.
내가 좋아하는 꽃중의 하나..
너덜지대에 이르니,점봉산 방향으로 구름이 몰려다니며 장관을 연출한다.
구름의 움직임에 따라 풍경은 시시각각 변한다.
풍경도 풍경이거니와 이 알싸한 바람맛을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그 어떤 미사여구로도 표현할 자신이 없다.
그 어느때보다도 찬란한 5월의 색으로 우리를 반기는 설악..
부드러운 햇살에 적당히 부는 바람까지 더해져 설악을 만끽하기에 더없이 좋은 날이다.
시야가 좋아 대청봉이 손에 잡힐듯 가깝고,봉정암까지 선명하게 보일 정도다.
굵직굵직한 자태로 펼쳐져있는 공룡능선을 바라보고 있자니 저 속에 들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다.
지금쯤 산솜다리가 피었을텐데...
한시도 눈을 못뗀다.
구름이 요동치며 이리저리 몰려다닌다.
한폭의 수채화같다가도 어느 순간은 한폭의 수묵화를 연출한다.
올해 털진달래는 망했다.
능선을 붉게 물들여야할 시기이건만...
냉해를 입어 피다 만 상태로 시들어버렸고,어제그제 내린 비로 대부분 꽃잎이 떨어져버렸다.
하지만,하나를 잃으면 하나를 얻는법..
날씨하나만으로도 진달래에 대한 아쉬움을 풀고도 남음이다.너무나도 청명한 날이다.
나이들면 그저 같은 취미로 뭉친 사람들이 최고다.
공감해주고 공감하며 나누는 대화는 끝이 없으니..
오늘도 설악예찬은 끝이 없다.
공주님은 올해 목표가 설악산 열번에 200km달성하기란다.
경쟁하듯 나두 설악산 열번가기를 올해 목표로 내걸었다.
역동적인 풍경을 뒤로하며 귀때기청봉을 오른다.
너덜지대는 늘 걸음을 조심스럽게 만들지만,수많은 산객들이 밟고 또 밟았을텐데도 미끄럽지 않고 견고하게 박혀있는게 참 신기하다.
가칠봉이 보일락말락하고...
부드럽게 내려앉은 햇살은 골골이 스며들며 설악을 더 설악답게 만든다.
파란하늘이 눈부신 날..
자주 올 수 없어서..큰 맘 먹어야 올 수 있어서..큰 맘 먹었어도 날씨가 받춰줘야 올 수 있어서..
그래서 더욱 그리운 산인거 같다.
귀때기청봉
더이상 길을 잇자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모르면 모를까,대승령까지의 6킬로 남짓한 길이 얼마나 힘든지 이미 다 아니까..
나이가 들어 이젠 몸을 사려야 한다는데 다들 입을 모은다.ㅎ
하지만,사실 꿍꿍이는 따로있다.
땀도 어느만큼 흘렸겠다,얼른 내려가 바닷가 어느 횟집에 앉아 싱싱한 회한사라에 이슬이 한잔 쭉~들이키고 싶은 마음뿐이다.
미련없이 귀때기청봉을 내려오는 길,하늘은 점점 맑고 청명해진다.
올라갈때 못 본 꽃,내려갈때 보았네...
연둣빛에서 초록빛으로 물들기 바로 직전의 산색이 너무나도 찬란하다.
이제사 막 올라오기 시작한 새순들은 꽃처럼 피어 하늘거린다.
언제와도 멋진 설악..
곧 다시 만날것을 기약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