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 : 2018년 5월23일
산행지 : 소백산
산행코스 : 천동리-비로봉-연화봉-희방사
산행이야기:치명적 유혹의 5월의 소백을 만나기 위해 아침일찍 단양으로 가는 기차를 탔다.
그동안 소백산으로 가는 교통편은 주로 버스를 이용했는데,이번엔 기차를 이용해 보기로 했다.
일단은 청량리역이 집에서 가까워 좋다.6시 40분 출발시간도 딱 좋다.
좌석도 버스에 비하면 훨씬 더 널찍하고 편하다.2천원을 더 주고 특실을 이용하니 일등석이 따로없다.
창밖 풍경을 내다보며 여행분위기 내기에도 아주 그만이다.
식당칸이 없는거 빼고는 다 좋은데 왜 그동안 기차를 이용할 생각을 못했을까...
다음부턴 무조건 기차를 이용하는걸로..
비내린 끝이라 계곡물은 넘쳐나고 물소리는 우렁차다못해 굉음을 낸다.
계곡을 옆에 끼고 걷는 기분이 너무나도 상쾌해 한달음에 비로봉까지 오를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신록 우거진 길은 한층 더 깨끗하고 생기있다.
이 아름다운 5월의 색이 오래 갔음 좋겠지만..자연의 섭리대로 곧 녹음이 우거질 터..
상류로 오를수록 계곡은 더욱 원시의 멋을 자아낸다.
이끼계곡이 뭐 따로 없다.
숲으로 들어가 나도제비난을 찾아냈다.
처음엔 눈에 잘 안띄여 장소를 잘못 찾았나 했지만,잘 살펴보니 한 두송이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가녀린 꽃대에 수줍은듯 피어난 보랏빛 꽃색이 과연 숲속의 요정이라 불릴만하다.
큰앵초
나도제비난 피어있는 숲을 빠져나와 다시 길을 잇는다.
길은 한없이 유순하지만,조금씩 숨이 가빠오기 시작한다.
천동쉼터에 이르니 허기가 몰려온다.
왜 이렇게 유난히 힘든가 했더니만,아침을 굶은게 원인이었다.
아침은 분위기있게 기내식(?)으로 먹을라 했었는데...
식당칸이라 이름 걸어놓고 덜렁 자판기 한대만 있을줄이야~~~
점심으로 준비했던 샌드위치를 하나씩 축낸다.
드디어 능선에 다다른다.
우와~~
이 맑고 깨끗한 하늘 좀 보소~~~
연둣빛 융단 부드럽게 깔린 능선따라 비로봉을 오른다.
여러번 봤던 5월의 소백산 풍경이지만,마치 처음 본듯 감탄사만 연발한다.
눈으로 보이는것 외에 바람과 햇살과 공기가 주는 느낌은 언제나 다르니 매번 처음이나 다름없다.
이보다 더 완벽한 색의 조화가 있을까..
눈까지 시원해지는 아름다운 풍경이 사방으로 펼쳐진다.
비로봉에서 바라보는 국망봉 능선은 더 황홀하다.
흘러내리는 연둣빛 물결은 지금 이 시기가 아니면 볼 수 없다.
짧아서 더 아쉬운 신록의 계절이다.
철쭉마저 만개했다면 비로봉 정상에 껌딱지가 되어 한없이 앉아있었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가야할 연화봉이 아주 가깝게 조망된다.
연화봉 아래에 위치한 천문대가 확실한 이정표가 되어준다.
비로봉의 바람을 더 오래 만끽하고 싶지만,기차시간 맞추려면 마냥 눌러 앉아 있을 수 없다.
슬슬 연화봉으로 걸음을 옮긴다.
오늘따라 유난히 흐르는 시간이 야속할 뿐이고...
슬슬 배도 고파올 뿐이고..
우리에게 남은 식량은 딸랑 빵조각 몇개일 뿐이고...
등로 양켠 금줄 너머로 노랑무늬붓꽃이 더러 보이지만,
지난번 선자령에서 여한없이 보고 온 터라 쿨하게 패쓰~~~
쪼그려 앉았다 일어서는것도 보통 일이 아닌지라....
고개들어 하늘을 보면 파란색,연두색,분홍색이 한데 어우러져 완전 그림이다.
요며칠 잿빛하늘만 보다 이토록 맑고 청명한 하늘을 보니,마음까지 말끔해진다.
이 깨끗한 마음,저 아랫세상까지 이어져야하는데..
갈길은 바쁜데,금강애기나리가 자꾸만 발목을 잡고..
야속한 바람으로 초점 잡기가 쉽지가 않아 애간장만 태운다.
바람과 씨름만하다 20여분가량을 허비해버린다.
다음주 정도면 절정에 이를 철쭉이 몽글몽글 막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소백의 철쭉은 수수해서 저 좋다.
연화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중에 가장 예쁜 구간으로 점찍어놓은 길..
지리에 `연하선경`이 있다면 소백에는 `연화선경`이 있다는것..
눈에 보여도 못본척 그냥 지나치기로 해놓고는 기어이 다시 걸음을 멈추게 만드는 주범..금강애기나리..
은방울꽃 군락지에서는 아예 배낭까지 벗어던진다.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항상 이 구간의 꽃들이 가장 풍성했었는데,올해역시 풍성함을 자랑하는 꽃길...
서서히 연화봉이 가까워오고..
사랑스러운 두루미풀이며 풀솜대 벌깨덩굴은 지천으로 널려있다.
연화봉을 코앞에 두고 큰앵초가 풀섶에서 유난히 짙은 색으로 유혹한다.
드디어 연화봉에 올라선다.
다행히 계획했던 시간에 도착했다.
쥐오줌풀
언니와 함께 또 이렇게 추억을 남긴다.
희방사로의 하산은 정말 오랜만이다.
적어도 6,7년이상은 된거 같다.
길도 거칠고 꽤 가팔랐던 기억이 있는데,계단을 설치해놓아 좀 수월하게 내려선다.
희방폭포
폭포가 볼만할 거라는 택시기사분의 예상대로 과연 희방폭포가 장관이다.
물줄기가 어찌나도 센지,가까이 다가서니 물보라가 친다.
기차시간 여유있게 희방사 날머리에 도착하고..
때마침 들어오는 택시를 잡아타고 희방사역으로 이동한다.
하루 2번,등산객들을 위해 정차한다는 희방사역..
6시 12분 기차는 딱 우리 둘만 태우고 청량리역으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