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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이야기/산행(2009~2019)

가리왕산


산행일 : 2018년 6월 9일

산행지 : 가리왕산

산행코스 : 장구목이 입구-임도-가리왕산-장구목이

산행이야기:신록 가득한 6월의 숲을 만끽하기 위해 이번주도 산으로 튄다.


열시가 넘어 장구목이 입구에 도착하니 날씨 한번 참 좋다.

산행지를 이곳으로 우회하길 정말 잘했다.

오늘 산행의 원래 목적지는 선자령이었다.

대관령 휴게소에 도착하니 안개는 가득 차 한치 앞도 안보이고,6월의 날씨답지 않게 추운데다 심지어 땅이 흥건해질 정도로 안개비까지 내렸다.

난로불을 쬐며 모여앉아 따뜻한 커피 한잔씩 마시며 작당한 끝에 결정한 곳이 바로 가리왕산이었다.

선자령을 다녀간지 얼마되지 않은지라 나는 내심 쾌재를 불렀다.



우렁찬 폭포소리에 이끌려 계곡으로 들어서니 세갈래로 된 폭포가 장관이다.

그야말로 몸에 좋다는 음이온이 마구마구 뿜어져 나오는것 같다.

수량도 어쩜 이리도 풍부한지..



상류로 오를수록 숲은 깊이를 더해가고..

물소리 바람소리는 점점 커진다.

 


짙은 초록색 이끼로 뒤덮인 계곡으로 자연스레 시선이 가고..

가까이 다가가면 서늘한 기온이 온몸을 감싸온다.



숲은 그야말로 원시림이 따로없다.

자세를 낮춰 겸손하게 통과해야하는 구간이 여러군데 나온다.

향기로운 숲향기 코를 찌르고,다양한 식생들은 등로까지 세력을 뻗쳤다.

  


 


등로를 가로막은 나무를 스릴있게 타넘기도하고..


덩굴식물이 만들어놓은 터널을 통과하기도 한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리는 없지..

물만난듯 냉수마찰을 즐기시는 솔맨님..

손만 담가도 얼얼한데,입수를 하시다니..

그동안 강철체력 어디서 나오는가 했더니만 바로 이 냉수마찰의 효과가 아니었나 싶다.


이끼계곡은 신비스런 느낌마저 감돈다.

초록색 이끼로 뒤덮인 바위 사이로 흐르는 물소리는 산이 깊어 그런가 더욱 우렁차고 판타스틱하다.

얼마나 경외스러운지 그저 감탄사만 내뱉는다.




초행인 솔맨님,이 좋은곳을 왜 이제 왔는지 모르겠다며 완전 신나라 하시며 풍덩풍덩..

옷이며 신발이며 온통 빨갱이 색깔인데,글쎄 선글라스까지 빨강으로 깔맞춤 하셨다.

나이를 거꾸로 먹는게 분명하다.


청량감 넘치는 계곡으로 파고드는 시간은 점점 많아지고...

그럴때마다 마음은 한없이 맑고 개운해진다.



신록 짙은 6월의 숲은 나무꽃들 한가득이다.

여유있게 걸으며 찬찬히 살펴보는 재미가 꽤 솔솔하다.

특히나 함박꽃은 너무나도 고귀해보인다.숲속의 여왕같다.




크고작은 폭포들은 연이어 나타나고..

신비의 이끼계곡은 오를수록 깊고 황홀하다.

여기에 바람소리 새소리까지 더해지니 힘든줄 모르고 산행을 이어간다.




조금씩 고도를 높이며 걷다가 물소리에 이끌려 계곡으로 파고들고..

다시 또 걸음을 이어가고를 반복한다. 





설악 이 후 다시 뭉친 친구들..

`산`이라는 매개로 `연`을 맺은 지,어느덧 10년 가까이 되었다.

산욕심에 먹는 욕심까지 꼭 닮았다.ㅎ


물소리는 점점 잦아들고..

호흡소리는 점점 거칠어진다.

들머리에서 정상까지 4킬로 정도밖에 되지 않은 거리지만,결코 녹록지 않다는것..

오죽하면 `가리왕산!`하면 누구든 디지게 힘들었다는 기억이 강하게 자리잡고 있을까..

내 생각엔 오색에서 대청봉까지 걷는 품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장구목이 임도를 만난 한숨 돌리지만..

이내 `지금부터 죽었구나~`하는 생각이 자리잡는다.

이젠 무상무념으로 똥빠지게 오를일만 남았다.


정말 멋진 자연화분이다.

이렇게 고목이 되어서도 새로운 식물의 둥지가 되어주고 있으니..

`아낌없이 주는 나무`에 경외감까지 든다.




힘들어도 감자난초는 담고 가야지...


어마어마한 두께의 주목은 입을 떡 벌어지게 만든다.

검푸른 주목 숲의 장엄함을 만나면 정상도 가까워졌다는 증거다.



철지난 족도리풀이 숲속 한켠에 아직도 남아있다.


중봉과 하봉을 지나 숙암분교로 이어지는 삼거리에 도착하며 오르막이 거의 끝나간다.


햇살 한줌 들어올만한 공간없이 울창했던 숲을 지나 드디어 시야 탁 트인 정상에 도착한다.

나뭇가지 사이로 언뜻언뜻 보였던 조각하늘도 드디어 가슴 가득 다 들어온다.

올라온 품에 비하면 조망을 즐길 수 있는 거리가 턱없이 짧은지라 조금 아쉽긴하다. 



너른 정상에 돗자리 깔고 맛있는 점심시간...

처음엔 햇살 피해 그늘에 앉아야 하는게 아닌가 했었는데,자리 잡은지 얼마 되지 않아 겉옷을 꺼내입는다.

우연찮게 나두 공주님도 도토리묵을 준비해 온 바람에 본의아니게 묵파티를 했다는것..ㅎ



헐벗은 비탈진 산등성이 흉물스럽다.

알고보니 평창올림픽 활강스키 경기장이었다고..





어은골로 이어지는 길...

몇해전 7월에 왔을때는 어은골 자연휴양림으로 내려섰었는데,우거진 숲으로 박새가 끝도 없이 피어있었다.

우리는 다시 장구목이골로 내려서기로 했다.

차량회수의 문제도 있고해서..




신기하게도 오를때 눈에 띄이지 않던 꽃들이 나타난다.

`내려올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못 본 그 꽃`..

정말 공감되는 시 귀절이다.


홍괴불나무 꽃은 나뭇잎 아래 숨어 예쁘게도 피었다.





함박꽃 나무는 지금 한창이다.

하늘 향해 함지박처럼 크게 웃는 모습이 너무나도 사랑스럽다.





하산길은 한껏 여유롭다.

새들의 노랫소리도 더욱 그윽하게 들려온다.

나무꽃들과 놀며 찬찬히 내려와 어느새 계곡길과 맞닿는다.



다시봐도 멋진 이끼계곡..

감흥은 올라갈때나 다름이 없다.






느낌이란 참 묘하다.

미리 정보를 얻은것도 아닌데,왠지 회목나무를 만날 수 있을거같아 두리번거리며 걷는데 드디어 나의 레이더망에 딱 걸렸다.

꽃잎 위에 살포시 내려앉은 꽃은 모양이며 색감은 볼때마다 참 신기하다.




애기괭이밥도 오를땐 눈에 띄지 않았었다.

닫았던 꽃잎을 오후가 되어 활짝 연것인지도 모르겠다.



계곡물에 발담그며 발의 피로를 푸는걸로 산행을 마무리한다.


오는길에 운두령 송어횟집에 들렀다.

친정식구들 모여 여러번 왔던 곳이다.

역시 송어는 물맑고 공기좋은 강원도 계곡에서 먹어야 제맛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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