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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이야기/산행(2009~2019)

설악산(한계령~장수대)


산행일 : 2018년 6월 13일

산행지 : 설악산 서북능선

산행코스 : 한계령-귀때기청봉-대승령-장수대

산행이야기:덤으로 얻은 공휴일,투표도 미리 했겠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일찌감치 설악으로 나선다.이 시기 서북능선에는 귀한 꽃들이 은근히 많다.오늘은 꼭 장백제비꽃을 만날 작정이다.


한계령의 안개와 바람은 오늘도 변함이 없다.

서둘러 산행준비를 하고는 계단을 올라 탐방센타를 통과한다.

작년에 봤던 그  자리엔 여전히 회목나무꽃이 예쁘게 피어있다.

노란색 꽃술이 참 인상적이다.




쉼없이 한계삼거리를 향해 오르고...


나뭇가지 너머로 운해가 그림같이 펼쳐졌다.

행여나 신기루처럼 사라질까 탁 트인 조망처를 찾아 부지런히 걸음을 옮긴다.


드디어 끝청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이 한눈에 들어오고 시원하게 조망 터진 바위에 올라선다.

발아래로 운해가 두껍게 깔렸다.

욕심같아선 조금만 옅었으면 좋겠는데,그래도 이게 어디야..






가는길마다 함박꽃 활짝 피어 인사한다.지금 한창이다.

북한의 국화가 `산목련`이라고도 불리는 바로 이 함박꽃이기도 하다.



점점 산등성은 안개로 휩싸이고,산봉우리들은 점점 구름속으로 사라져버린다.


 

한시간 반만에 한계삼거리에 다다른다.



귀때기청봉으로 가는길엔 붉은 인가목이 초록숲속을 환하게 밝히고 있다.



너덜지대에 서니 바람 한번 참 좋다.

시야는 좁아도 햇살이 없어 산행하기엔 아주 좋은 날이다.



가야할 길은 점점 안개가 몰려와 산을 휘감는다.


공룡과 용아도 선명하게 보이다 점점 안개에 휩싸인다.

역동적인 설악의 풍광에 한시도 눈을 못떼고,안개가 그려내는 풍경은 시시각각 변한다.




산행 시작할때부터 코끝에 머물며 기분좋게 만들어준 산라일락 향기는 귀때기청봉을 가까이 두고 절정을 이룬다.

오죽하면 언니랑 나는 이 향기를 집으로 가져갔음 좋겠다 그러고..

솔맨님은 새들의 노랫소리에 반해 녹음까지 하신다.



가장 밀집도 높은 구간을 지날땐 황홀하기 그지없다.

그래서 6월이 되면 항상 이곳의 꽃향기가 그립다.

이렇게 와서 맘껏 느낄 수 있으니 참 감사한 일이다.


 지난번 공룡길 걸으며 설악이 무섭다던 언니,그동안 와신상담 하셨는지 오늘은 아주 가뿐하시다.

공룡을 무심히 바라보시고는 다음주에 공룡을 또 가자신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인게 정말 확실해..ㅎㅎ



귀때기청봉을 내려오자마자 참기생꽃을 만났다.

참하고 단정한 꽃이 왜 `기생`이란 꽃이름이 붙었는지 볼때마다 의아하다.


붉은 인가목에 이어 흰인가목도 만나고..분홍색 인가목도 가끔 보인다.


세잎종덩굴



짙은 안개속으로 들어가는 우리..

맑은 날은 맑은 날대로,안개 낀 날은 안개 낀 대로 설악을 밟고 있다는것만으도 좋다.

갈증나지 않아 좋고,선선해서 좋고...




꽃내음은 계속 따라다닌다.

군데군데 피어 지날때마다 코끝을 강하게 자극한다.

참 좋은 자연의 향이다.




백당나무



뒤돌아 본 귀때기청봉은 여전히 안개속이고..

안개비까지 조금씩 내리니 걸음이 저절로 빨라진다.

하지만,마음뿐이고 발걸음은 점점 무거워지기 시작한다. 



참기생꽃이 예년만 못하다며 궁시렁거리던 찰라,군락지가 눈에 들어온다.

어느 곳은 하얀 가루 뿌려놓은듯 새하얗다.

갈 길 걱정만 없다면 죽치고 앉아 차분히 담을텐데,몇장 찍다 꽁무니도 안보이는 두 분을 똥빠지게 따라간다.





드디어 귀하신 꽃,노랑만병초가 눈에 들어왔다.

나뭇가지를 헤치고 들어가 요리보고 조리보고...

그리고는 또 두 분을 쫓아 냅다 달렸다.

아,두가지를 동시에 하는건 정말 힘들어..





너덜지대를 만나 또다시 꽃향기에 흠뻑 취한다.




철계단 사이로 설악조팝나무며 아구장나무가 하얗게 존재감을 드러낸다.


두메솜나물이라고도 불린다는 바위솜나물도 고산의 바위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귀한 꽃이다.




구불구불 한계령 고갯길이 지척으로 내려다보인다.

하지만 가야할길은 아직도 멀었다.

매번 올적마다 느끼는거지만,가도가도 거리가 참 줄지 않는 지루한 코스다.

역시 설악은 어느 한곳 쉬운 코스는 없다고 입을 모으며 열심히 걷는다.


솔맨님은 꽃을 참 잘 찾아내신다.

후다닥 점심을 다 먹고나서는 산솜다리 군락지를 찾아 훌륭한 모델을 섭외하고 대기중이시다.

산솜다리는 설악 어느곳이든 사람발길을 피해 아슬아슬한 바위틈이나 절벽에 숨어 지내는것 같다.

그들이 살아남기 위한 방법이겠지..






범꼬리는 늘 그 자리 그대로다.



아니..이게 뭡니까요~~??

나도 모르게 탄성을 지르며 폴짝폴짝 뛰었다.

바로 `장백제비꽃`을 본 것이다.

사진에서만 봤지,직접 눈으로 본 건 처음인데 느낌상으로 장백제비꽃임을 단박에 알아챘다.

희귀식물의 멸종위기로 관리되고 있는 이 꽃은 장백산 즉 백두산이 고향인데,우리나라에서는 바로 이 곳 설악에서만 서식하고 있단다.





하트모양의 잎사귀는 정말 작고,꽃잎 또한 참 특이하다.

마치 혀를 쭉 내민듯한 꽃부리에는 갈색의 맥줄이 선명하게 그려져있다.



오늘의 미션을 완벽하게 성공시키고,기분좋게 다시 길을 잇는다.




어디서나 성질급한 것은 있는 법..

바위틈에 자리잡은 이 바람꽃은 언제나 성질이 급하다.

작년과 똑같이 벌써 꽃을 피워내고 있다.


자주솜대


바윗길 끝나고 숲길로 들어서며 걸음을 재촉한다.

한참을 걸어왔는데도 이정표에 씌여있는 거리는 크게 줄어있지 않다는게 설악 서북능선의 함정이다. 







관중의 호위속에 예쁘게 피어있는 앵초아가씨..


숲은 점점 안개가 몰려와 어두워진다.

길이 편안해지니 걸음은 한결 편안해지고 속도가 난다.



엄청나게 가파른 이 계단을 만나면 대승령이 가까웠다는 증거..

계단이 출렁거려 줄을 잡고 조심스레 내려선다.



드디어 대승령이닷~~!


허벌나게 대승령을 내려와 장수대에 도착하니,한계령을 출발한지 여덟시간 반이 걸렸다.

몽기사님,장수대 주차장에 떡~하니 기다리고 있으니,집까지 두다리 쭈욱 펴고 편하게 갈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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