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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이야기/산행(2009~2019)

북한산(서울/경기 고양)

산행일 : 2010년 1월 30일

산행지 : 북한산 836m

산행코스:우이동종점-지장능선-영봉-전망대능선-잠수함능선-백운산장-용암문-우이동종점

산행이야기:한번도 빠짐없이 몇달째 주말마다 산으로 쏘다니다보니,당연히 가족모임은 뒷전이었다.여러번 경고를 받았음에도 주말마다 산으로 내빼기만 했고,그 결과,아주 심각한 왕따단계에 들어섰다..그리고,이번주,또 한번의 가족모임이 있고,그럼에도 산으로 내뺄궁리만 하는데..가족수장으로부터 최후통첩을 받는다..`이번에도 빠지면,가족구성원으로부터 제외한다`는...할 수 없이 꼬리 싹~내리고,가까운 삼각산에서 하루를보내고,그 다음날은 모임에 참석하기로 한다..

 

 주말이라 북적거리는 등로를 벗어나,조용한 지장능선을 들머리로 잡는다..

아무도없는 능선길을 아리님과 둘만이 호젓하게 걷는다..

조망은 시원치않아도 주말삼각산행에서 이렇게 조용하게 걷는것만으로도 참 다행이다.

지장능선 전망대에서 보는 인수봉은 더 영적분위기를 내고 더 신비롭다..

 

 

 

 

 

영봉지나,잠수함바위쪽으로 향한다..

호젓한등로를 택하다보니,정규탐방로를 벗어난산행이 이어진다..

눈이 어느정도 녹았을거라는 예상은 보기좋게 어긋나고,

전망대능선과 잠수함능선 계곡길을 이리저리 왔다갔다하며,

그야말로 뜻하지않게 간땡이부은 산행을 감행한다..

이미 어느정도 올랐을땐,후진도 어려운상황..

살짝덮힌 눈아래 반질반질하게 얼어있는 슬랩을 몇번이나 통과하고,

홀더도 제대로 확보되지않은 상태에서 대담하게 발을차고 오르기를 여러번...

머리쭈뼛해질정도로 공포를 경험한다..

자칫 잘못하다간,이 세상과 `bye`하며 작별을 고해야할지도 모르는 상황..

내가 쓸 수 있는 힘을 120% 발휘한다..

아리님과 서로 의지가되어 붙들고,잡아주고,끌어주고..

결국..2시간에걸친 사투(?)끝에 인수봉하강지점에 이른다..

하도 어이가없어 둘이 한참을 키득거리며 웃어댄다..

  

 

 가장 위험했던 구간..

 

 

 백운산장에서 또다시 비정규탐방로를 택해 용암문까지 가기로한다..

참 이상도하지..못된짓도 자꾸하면 는다더니,바로 오늘이 그 상황이다.

양심? 오늘만은 그런거 멀리하기로한다.

벌써 오늘만하더라도 공단직원한테 걸리면 50만원씩 내야할 구간을 두번이나 통과했으니까..

이미,간땡이는 부을만큼 부어있으니,끝까지 초지일관하는 자세로 가야지..

 

 

 

 용암문

 

도선사를 지나,우이동종점으로 원점회귀한다..

내일 가족모임이있어 조신하게 일찍 귀가하려고 했는데,

오늘은 도저히 그냥 못들어가겠다..

`처음처럼`이 입에서 목구멍을거쳐 식도를타고 알싸~하게 넘어가는 순간,

그제서야 온몸에 긴장이 스르르 풀리며,

언제 부딪혔는지 무릎을 만져보니,시퍼렇게 멍이 들어있다..

아리님과 둘이 얼굴보며,그냥..또한바탕 마구 웃어제낀다..

 

가지말아야할 길을 가고싶을때가 간혹 있다.

그 유혹의 길이 고통을 수반할꺼라는 길인줄 뻔히 알면서도,

그 유혹의 손길을 쉽게 뿌리치지 못한다.

오늘..북한산이 내게내민 손을, 잡지말았어야 했다..

그럼에도 덥썩 좋아라 잡고,가슴철렁했던 경험을 하고 왔으니...

오늘의 북한산행은,그저 단순하게 잊지못할 추억으로만 남길 수는 없을거같다..

내인생 최대의 대형사건으로 기억될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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