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 : 2010년 2월 11일
산행지 : 태백산 1567m
산행코스: 당골-망경사-단종비각-천제단-문수봉-당골
산행이야기:눈소식이 있다.그것도 대설주의보..봄이 저만치 오고있는데,그래도 눈산행에대한미련을 버리지못한 나에게,눈소식은 긴급뉴스특보감이나 다름없었다.긴급타전으로 후다닥 승용차한대인원 4명을 수배하고,다행히 나의 레이다망에 딱걸려든다..오호라~쾌재를 부르고,태백산으로 간다..갈때마다 사람에치여 제대로 못 본 산이니,이번엔 제대로 태백산을 만나고 와야겠다.
태백으로 가는내내 고속도로 양옆으로 보이는 설경이 환상인데,
도로상태가 무지 심각하다.차들이 거북이처럼 기어다닌다.
대체 오늘안으로 태백엔 갈 수 있을까 걱정이 될정도다.
다행히 `못먹어도 GO!`라는 무대뽀정신의 운전수 덕분(?)에 목적지로 내달리고,
서울을 출발한지 5시간이 넘어서야 들머리인 당골에 도착한다..
온세상이 눈세상이다.망아지처럼 또 날뛰기 시작한다..
눈은 그칠 기미가 안보인다.
앞서가는 산님들몇이 밟은 발자국이 금새 없어져 러셀을 하며 올라야한다.
지난번엔 앞사람뒤꽁무니만 쳐다보며 밀리고밀려 내려온 이길을,
오늘은 동화속주인공이 된 기분으로 룰루랄라 춤추며 오른다.
점점 바람이 거세진다.땀좀 흘렸더니,배도 슬슬 고파진다.
바람을 피할 수 있는곳을 물색하다가
망경사현관,신발장옆에 쭈구리고앉아 점심을 먹는다.
다 먹고살자고하는일인데,설마 내치기야하겠는가..
문하나를 사이에두고,스님들은 기도수양중이고,
우리는 캬아캬아~하며 한잔씩 걸치며 세상속에 푹 젖어있다.
든든하게 먹고,정상으로 향한다.
하산하던 산님들이 하나같이 입을 모은다.정상에서의 바람이 장난아니라고...
문수봉쪽은 길도없으니,절대 가지말라고...
이거 점점더 흥미진진해지는걸..
태백산 정상 1567m
산에서 맞은 바람중 최고의 바람을 맞는다.
학창시절 그 남자(?)한테서 맞은 바람이후,최고로 강렬한 바람을 산정상에서 맞는다.
눈도 못뜨고,몸이 휘청휘청할정도다..
계획대로 문수봉으로 향하려는데,의견이 분분하다.
왔던길로 하산하자는 소심파 2명,계획대로 문수봉으로 가자는 과감파 2명,
2:2의 팽팽한 상황..결국,당골에서 합류하기로하고,둘만 문수봉으로 향한다.
문수봉으로가는등로가 쌓인눈으로 분명치않다.
문수봉을 다섯번이나 왔다는 분만 철썩같이 믿고 따라나섰는데,자꾸 헷갈려하신다.
무릎까지 푹푹빠져 이리저리 왔다갔다를 반복하는데,정말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다..
그 흔한 리본도 눈에 띄지않는다.
눈바람을 고스란히맞고,얼마간을 헤매다 결국,빨간리본하나를 발견한다.
`경남 장수산악회`리본..우리의 구세주...그 산악회 정말 장수하시기를 빌어드린다..
이미 시간은 4시가훌쩍넘었고,무릎이상까지 눈이쌓여 러셀하며진행하기가 정말힘들다.
이러다 조난당하는건 아닌가 슬슬 걱정이된다.
가물에 콩나듯 한두개씩 붙어있는 색색의 리본만이 등로임을 확실히 알려준다.
천제단에서의 3km구간이 이렇게 멀 줄이야..
이쯤되니,눈꽃이고뭐고 설경이고뭐고 눈에 하나도 안들어온다.
오히려 쌓인눈이 징글징글해죽겠다...
열심히 눈을헤치고 문수봉으로 오른다..
문수봉 1517km
죽을똥살똥 오른끝에 드디어 문수봉정상에 도착한다..
허접한 문수봉정상목이 얼마나 이쁘고 반갑던지, 뽀뽀를 열번도 더 넘게 날려준다...
이제,내리막길만 남았다..이미 다섯시가 훌쩍넘었다.
넓적다리까지 푹푹 빠지며,또 러셀을 시작한다..
자빠지고 넘어지고 한바퀴 덤블링도하고,별의별 재롱을 다 떤다..
높낮이가 전혀 가늠이 안되는 등로를 미끄러지듯 내려간다..
또한번 죽을똥살똥 힘을 쏟아붓는다..
6시가 넘어서야 드디어 당골에 도착한다..
의지의 한국인 둘이서 눈속을 뚫고 무사히 하산을 완료한다..
함께가신분들은, 임원항에 있는 단골횟집으로 향하고,
나 혼자만 동서울행 버스를 탄다..
온몸에서 온갖 희한한 냄새가 짬뽕이되어,꿀꿀한 냄새가 폴폴난다.
하필,옆자리에 훤칠한 젊은남자가 앉는다.
생각나는건,종일 러셀한 기억밖에없다.
그 아름다운 눈꽃도,신비한태백의 주목도 찬찬히 감상할 겨를이없었다.
또한번 산에서 값진체험을 했고,
눈속에 원없이 파묻혀본 백설의 태백산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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