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이야기/여행이야기

프랑스 - 콜마르,스트라스부르



손윗형님과 12일동안 유럽여행을 다녀왔다.

프랑스와 발칸2개국,그리고 동유럽5개국이었는데,그 짧은 기간동안 가능할까? 싶을 정도로 빡센 일정이었다.

언제나 주어진 시간내에 부지런히 움직이며 여행지 스팟찍기에 바빴고,버스 이동 시간도 장난아니었다.

심지어는 세끼를 각각 다른 나라에서 먹는 날도 있었고,또 어느날은 잠만자고 다른 나라로 이동하기도 했다.

거의 점만 찍고 다녔던지라 여행지를 떠날때면 언제나 아쉬움이 컸지만,그 곳의 여운은 짧고 강하게 그리고 아주 진한 여운으로 남아 집으로 돌아와서도 마음은 한동안 유럽에 가있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비엔나의 하늘이 아른거렸고,설거지를 하면서도 아름다운 할슈타트 마을을 떠올리며 흥얼거렸다.그리고 밤이 되면 프라하의 야경이 머릿속을 가득 메웠고,봉지커피를 마시는데도 이상하게도 프랑스의 동화같은 마을에서 마셨던 그 커피향이 났다.빵집앞을 지날때면 굴뚝빵 냄새가 코를 찌르기도 했다.


(2018년 11월20일~12월1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국경을 넘어 프랑스로 들어섰다.

거의 3시간쯤 걸렸는데,이동하는동안 쭉쭉빵빵 미끈하게 빠진 가이드가 쉴새없이 주의사항들을 나열했다.

뼛속까지 파고드는 유럽의 악명높은 추위에 단단히 대비할 것,물인심이 고약한 동네니 절대 물값을 아끼지 말것,특히 곳곳에 포진해있는 소매치기들의 활약상을 적나라하게 설명하며 각별히 조심하라 당부하는데,본인의 셀카사진에 소매치기 당하는 순간이 찍혔던 황당한 사건까지 있었단다..

혹시나 일어날 수도 있는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라는 뜻인걸 알면서도 어찌나도 겁을 주던지,괜스레 가슴까지 막 콩닥거리고, 얼굴에서는 열까지 막 났다.

화장실 이용하다가 멍청하게 비상벨을 잘못 누를까 걱정,샤워하다 물이 넘쳐 카페트가 젖어 500유로 벌금을 낼까 걱정,사진 찍겠다고 이리저리 돌아치다 길을 잃지는 않을까,딴 데 정신팔다 여권을 잃어버릴까 걱정..하튼가 오만가지 쓸데없는 걱정을 다 하며 첫날밤을 거의 꼴딱 세웠다.

그나마 잠깐 잠이 들었을땐 산더미같이 쌓인 짐을 정리하느라 헤매는 꿈을 꾸었다.

7시 반,해뜨기 전,어둑어둑한 시간에 호텔을 나와 본격적인 유럽투어를 시작했다. 

첫 일정은 프랑스의 작은 베니스라 불리는 `꼴마르`였다.

스트라스부르의 남쪽에 있는 콜마르는 독일과 국경지대지만,

전쟁의 피해를 거의 입지 않아서 중세 그대로의 모습이 남아있는 작은 마을이었다. 

알퐁스 도데의 단편소설,`마지막 수업`에 나오는 바로 그 알자스 지방이다.


버스에서 내리니,차가운 기운과 함께 가장 먼저 로슈강이 반겼다.

`쁘띠 베니스`라 불리는 만큼 실제로 배를 타고 도시를 둘러보는 코스도 있다.


그야말로 동화책에서나 봄직한 건물들이 눈 앞에 나타나자 나도모르게 탄성이 나왔다.

거기에 이곳저곳으로 크리스마스의 따뜻한 분위기를 잔뜩 내어 차가운 날씨마저 잊게 만들었다.


도시 깊숙이 들어갈수록 고풍스러운 건물들과 화려한 장식들이 눈길을 끌며 걸음을 멈추게 만들었다.



사암을 재료로 한 노란벽돌 건물이 인상적인 생마르탱 성당앞에 서니, 그 웅장함에 한없이 작아지며 경건해졌다.

조심스레 내부로 들어가보니,멋드러진 오르간과 스테인드 글라스아래 최후의 만찬을 조각해놓은 조각품이 있었다.



성당에서 나와 바로 앞에서 또한번 걸음을 멈추었다.

바로 `메종 피스테르`라는 중후한 느낌이 나는 목조건물 이었는데,애니메이선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모티브가 되었고,콜마르에서 가장 처음으로 건축된 르네상스 양식의 건축물이었다. 



그냥 거리를 걷는 사람들만 봐도 한폭의 그림같았고,내가 그 곳에 서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콜마르 출신의 유명한 조각가,`피레데릭 오귀스트 바로톨디`박물관 앞에서..

대표작으로 `자유의 여신상`이 있다.



부지런히 골목길을 이곳저곳 누비다보니 집합시간은 어김없이 다가왔고,다시 2시간을 이동해 두번째 목적지인 스트라스부르에 도착했다.

프랑스와 독일의 국경을 이루는 라인강의 지류인 `이르 강`이 마을을 따라 흐르는데,뭐니뭐니해도 `쁘띠 프랑스`가 최고의 스팟이었다.

노트르담 대성당과 중세의 옛 모습을 간직한 건물들이 많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지정되었다.



`이르 강`을 따라 중세풍의 집들이 너무나도 아름답게 늘어져 있었다. 

관광용 배도 운행하는데,물길이 좁은 수로를 지나야해서 사람이 다니는 다리도 각을 틀어 배가 지나갈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다.



마치 그림그려 오려 붙인것처럼 비현실적인 전통 목조가옥은 봐도 또 봐도 예쁘기만했다.

동화속 주인공들이 툭 튀어 나올것만 같은 느낌이랄까?

 

쁘띠프랑스를 빠져나와 시가지를 걷다보니 엄청나게 큰 건물이 눈앞에 딱!나타났다.

그 유명한 노트르담 대성당!!

규모가 어찌나도 압도적이었는지 온몸에 소름이 돋으며 전율이 흘렀다.

건물 외벽의 섬세한 조각들은 하나하나 다 의미가 있었고,밀이삭으로 만들어졌다는 창문은 특히 인상적이었다. 


내부에서 바라보는 스테인드 글라스의 무늬는 화려함의 극치였다.

눈이 휘둥그레졌고,저절로 입이 떡 벌어질 정도였다.



16세기에 만들어졌다는 성당의 유명한 천문시계는 보수공사중이어서 아쉽게도 온전히 보기가 힘들었다.


단상 또한 엄청나게 웅장했다.

규모가 얼마나 큰지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는데,성당이 주는 경건함에 목소리 발소리까지 숨죽여야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도시를 더 깊이있게 둘러보기 전,와인 한잔 곁들여 점심식사를 했다.

감자도 맛있었고,고기도 맛있었고..

한접시를 다 비워내고는 역시 난 유럽 식성이라며 뿌듯해했다.


자유시간이 주어져 성 주변을 여유있게 한바퀴 했다.

성당앞으로 걸어나오니 너른 광장이 있었는데,바로 금속활자를 발명한 구텐베르크 동상이 우뚝 서있었다.

학창시절,세계사 시간에 배웠던 인물들이며 건물들이 눈앞에 나타날때마다 신기했는데,그 앞에 내가 서있다는게 믿기지 않을때가 많았다.



성당주변으로는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려 볼꺼리를 더욱 풍부하게 해주었는데,

크리스마스마켓은 유럽의 가장 큰 명절로 크리스마스 방학이 있을 정도라 그런다. 

유럽의 도시들은 크리스마스 마켓을 열어 축제의 분위기를 고조시키곤 하는데, 유럽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크리스마스 마켓으로 유명한 도시가 바로 스트라스부르다.

스트라스부르의 크리스마스 마켓은 400년이 넘는 전통을 가지고 있다.

마침 이번에 시즌에 찾은 덕에 가는곳마다 먹거리 볼거리 풍부한 유럽의 낭만적인 크리스마스 문화를 느껴 볼 기회가 되어 여행의  즐거움이었다.


 

약속시간이 다 되어가도록 성당 주변을 맴돌았다.

높이 솟은 첨탑까지 한 눈에 다 넣기에는 역부족었다.





성당앞으로 한참을 걸어나와서야 주변상점들과 성당의 첨탑을 카메라안에 다 넣을 수 있었다.


하룻만에 프랑스 여행은 그걸로 끝이었고,라인강을 건너 독일 아우구스부르크에서 하룻밤 묵었다.

그 날 저녁은 닭고기에 감자튀김이었는데,감자는 그 후로도 매일같이 본식요리에 곁들여 나왔다.

밀로 만든 독일맥주를 따로 주문했는데,맛이 완전 일품이었다.


그 날 호텔방 조명은 유난히 어두웠다.

그 덕(?)에 우리는 아주 황당한 에피소드 하나를 만들게 되었다.

캐리어 가방을 여는데,비밀번호를 아무리 돌려도 열리지 않았다.

 너무나 당황한 나머지,나중엔 등짝에서 땀까지 막 났다.

6을 9로 잘못 눌렀나 싶어 요리조리 방향을 바꿔보지만,여전히 가방은 열리지 않았고,여차하면 집으로 전화걸어 비밀번호로 지정한 몽몽님 생일을 물어볼 참이었는데,옆을 보니 우리 형님도 비밀번호가 안맞는다며 안절부절..

한 10분쯤 흘렀나?

형님이 순간적으로 캐리어 가방이 서로 바뀐걸 알아채셨다.헐~~~


여행이란,편견을 바꿔주는거라더니 그 말이 꼭 맞았다.

우리 형님도 나랑 똑같이 빈틈이 많은 사람이었다는걸 결혼하고 가족이 된지 20년만에야 알게 되었고,

우리 형님 또한 내가 생각보다 아주 맹탕이란걸 그 날 저녁에서야 눈치채셨다.

우리의 편견깨기는 그 후로도 계속 되었다.

'여행이야기 > 여행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슬로베니아 - 블레드  (0) 2018.12.04
오스트리아 - 짤츠부르크,짤츠캄머굿,할슈타트  (0) 2018.12.04
제주여행 (2)  (0) 2017.08.20
제주여행 (1)  (0) 2017.08.20
미국 요세미티국립공원  (0) 2016.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