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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이야기/산행(2009~2019)

명지산(경기 가평)

산행일 : 2010년 2월 16일

산행지 : 명지산 1267m

산행코스 : 익근리-명지산주봉-명지2봉-명지3봉-귀목고개-상판리

산행이야기:열심히 일한당신,떠나라~~명절동안 지지고볶고 일하느라 손에 물마를날 없었던 여인네 셋이,명지산으로 떠난다..날라리로 일했던 나는,큰소리치고 떠나야할 명목이 없어 더 야무지게 챙겨놓고 나서는 길이다.. 동서울에서 가평까지 가서, 택시로 익근리까지 이동한다..

 

 9시쯤 들머리에 도착해 산행을 시작하는데,저멀리 희끗희끗하게 보이는

정상의 설경이 신기루처럼 보이고,우리를 설레게 만든다. 

하늘은 파랗고 햇살까지 강해,

정상도착할때까지 과연 저 눈들이그대로 남아있을까 걱정이된다.

다른분들은 여유있게 느긋하신데,나만 안달복달한다.

케이블카라도 있으면 타고가고싶은 심정이다.

여유있게 산 전체를 즐기라고 조언하시는데,

일단은 눈이 즐거워야 산행의 맛이나는걸보면 완전 초보산행인이다.

산을 진정으로 바라보기엔 난 아직 멀고도 멀었다..

 

명지폭포를 지나 삼거리까지 긴 워밍업을 마치고,가파른 경사로로 들어선다..

 

 

 

 이거 큰일이다.얼른올라 설경을 봐야하는데,도저히 속도가 나지 않는다..

헐떡거리며 걸어도 걸어도 끝이없다.

계속되는 오르막에 땀범벅이되고,눈길이라 속도도 안난다.

비장의 무기인 발동기를 달아도 신형터보엔진을 달아도 별 방도가 없다.

마음은 벌써 열두번도 더 정상에 가있는데,몸이 안따라주니 비극이다.

저만치 능선이 보이고 저만치 눈꽃도 보이는데,

올라도 또 올라도 자꾸만 멀어진다.

하긴,경기 제2봉이고 1200m가 넘는 고지를 쉽게 내어줄리 만무하다..

하필 오늘따라 햇살은 왜이리 강한지,

아무래도 명지산 설경을 보기는 글렀다고 생각하기에 이른다..

 

 

 

 이 무슨 하늘의 뜻인가,정상이 다가오자 신통하게도 눈이 남아있다.

하늘은 더 파랗다.서서히 녹기시작하며 그 강한햇살에도 끝까지 남아

대롱대롱 매달려있는 눈꽃이 이뻐죽겠다.

비극이 희극으로 바뀌는 순간,그제서야 좋아서 헤벌짝 웃는다.

 

 

 

 

 명지산 정상 1267m

 

3시간이 넘게 올라 정상에 도착한다.

그 어느때보다도 맘졸이며 힘들게 올라온 정상이다.

이 부근일대의 산들이 한눈에 들어오고 사방이 훤하니,날아갈듯 신난다.

좋다며 통통튀며 호들갑을 떤다.

오를땐 죽을맛이더니,이렇게 오르고나니,꿀맛같이 달다.

 

정상바로아래서,따뜻한햇살받으며 점심을 먹는다.

빨간술,걸쭉한술,말간술이 척척나오고,홀짝홀짝 짬뽕으로 술술 잘들어간다. 

여수갓김치를 안주로 삼키자,코와입에서 화한향이 톡톡쏜다.

내 기분도 톡톡쏠만큼 유쾌상쾌통쾌해진다..

 

 

 

 

 

 2봉으로 가는 길도 설경이 환상이다..

눈이 녹을듯말듯 마지막발악을하며,우리가 통과하기를 기다려주는것같다..

겨울속명지산을 행복하게 만끽한다.  

 

 

 

 

 

 

 

 명지산 2봉

 

더이상 안되겠다싶어 스패치를 꺼낸다.무릎까지 눈이 푹푹 들어간다.

복분자먹고 남아도는 힘을 주체못했는데,오히려 잘됐다.

씩씩하게 눈을 헤치며 눈밭을 걷는다. 

 

 

 

명지산 3봉

 

 

 

3봉부터는 계속되는 내리막이다.눈은 푹푹 빠지고 계단도 구분이 안된다.

두 분은 내가 심심해할까봐 자꾸만 재주를 부리신다.

한분은 큰절하는 자세로 꼬꾸라지기도 하고,만세자세로 미끄러지기도 하신다.

또 한분은 방아를 찧더니 아예 썰매를 타고 내려오신다.

워낙 가파르니,굳이 기교를 안부려도 넘어지는 자세가 다 묘기수준이다..

재주꾼도 구경꾼도 다 배꼽잡고 웃는다..

난..워낙 민첩하고 평형감각이 뛰어나니,한번도 자빠지지않고 용케 잘도 내려온다..

 

귀목고개지나,상판리로 내려와 산행을 마무리한다.

마침 현리로 나가는 버스도 도착하고,현리에서 저녁먹고 청량리행 버스를 탄다. 

집에오니,우리몽몽이님이 한말씀 걸쭉하게 내뱉으신다.

`산에다니는 그 열성으로 공부를했으면 S대는 갔겠다,고시도 패스했겠다`고..

 

겨울속 명지산을 신바람나게 다녀왔다.

생각지도않았던 눈꽃은 산행의 즐거움을 더해주었고,

그 속에서 공감하고 교감한 산벗들이 있었음에 더 행복한 하루였다.

녹음이 짙은 한여름,계곡물소리들으며 한번더 찾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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