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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이야기/산행(2009~2019)

가리왕산(강원 정선/평창)

산행일 : 2010년 3월 6일

산행지 : 가리왕산 1561m

산행코스 : 숙암리-장구목이골 입구-장구목이 임도-정상-중봉-숙암분교

산행이야기:그 동안 벼뤄왔던 가리왕산을 간다.같은뜻을 가진 동지들 넷과 환상의 5인조드림팀을 이뤄,즐거운산행길에 동참하기로 한다.아침 6시가되니,바로 집앞에 우리를 태워갈 전용리무진이 도착하고,에헴하며 편안하게 뒷좌석에 앉아 가리왕산으로 향한다.

 

 강원도로 접어들자,도로옆으로 보이는 설경이 환상이다.

올겨울 내집같이 들락거렸던 설국속으로 또 들어간다..

아름다운 설경속에서,정신못차리고 해롱거리느라,들머리인 장구목이골을 휙 지나치고,

다시 빠꾸한 후에야 들머리에 도착한다.

워낙 빡세다고 소문이 자자한 산이라 잔뜩 긴장하며 오르는데,

오르면 오를수록 점점 아름다워지는 경치에 넋이빠져 힘든줄도 모른다.

바다속 산호초세계같다는둥 사과꽃 흩날리는 과수원같다는둥

다들 평소 이미지답지않게 감성적인 언어들을 마구 내뱉는다.

난.. 요놈들이 진짜 녹용으로 바뀌어 큰 부자될 상상을 하는데..

 

 

 

 어느새 장구목이 임도에 도착한다.오늘도 장쾌한 능선을 보는건 글렀다.

오를수록 심해지는 운무로 조망은 일치감치 접는다.

이제 1.2km밖에 안남았다.엄청 빡세다더니 별거 아니라며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을 뛰어난 산행력에 다들 뿌듯해한다..

근데,요기부터 정상까지의 구간이 사람 환장하게 만들줄이야..

 

 

 

 

 

 

 장구목이 임도부터 삼거리까지가 마의 구간이었다.

빨딱 선 경사로인데다가 푹푹빠지는 눈때문에 한걸음떼기가 쉽지않았다.

그 와중에도 수백년된 주목들에 눈에 휘둥그레지고,솜털같은 눈꽃에 마음을 빼앗기고,

헥헥거리면서도 눈과 마음은 황홀경에 빠진다.

정상까지의 200m구간은 그야말로 흰색과 검정만 존재하는 꿈같은세계다.

 

 

 

 

 

 

 

 

 

 가리왕산 정상 1561m

 

드디어 100대명산하나를 또 접수하는 감격적인 순간이다. 빵빠밤 빵빠바밤~~~

고산임에도 칼바람없는 비교적 온순한 날씨다.

급할거없이 슬렁슬렁 할짓다하고 오르다보니 4시간을 훌쩍 넘겼다..

 

중봉으로가는 길목에서 점심을 먹는다.산에서먹는 음식중에 최고인 라면..

코킁킁거리면서 머리쑤셔박고 후룩후룩 꿀맛으로 먹는다..

 강선수님께서 몸에좋은 더덕주도 꺼내신다.한모금 마시자,

온몸에서 열이 확 오르면서 한기가 싹 가신다.강력한 더덕주한방의 효력..완전킹왕짱... 

 

 

 

 

 

 

 

중봉으로가는길, 등로는 눈이 더 쌓여있다.

그 때까지도 스패치를 안하고 버티던 두 분이 그제서야 스패치를 꺼내신다.

함께가신 한분이 스패치를 챙기지 못해서 의리를 지키느라 차마 못하셨다는데,

결국엔 의리고뭐고 당장 내 살길이 더 급한터라 부랴부랴 착용하신다..

하긴..얼어죽을 의리 찾다가, 발꽁꽁얼어서 얼어죽을 수도 있을터..

 

 

 중봉 1443m

 

 

 

 중봉에서부터는 쭉쭉 미끄러져 붕붕 날아 내려온다.

얼마나 신나고 스릴있는지,비료푸대하나만 있었다면 정말 더 끝내줬을거다..

그렇게 임도에 도착하고,아무생각없이 앞서간 산님들 발자국만 따라 가다가

산길로된 등로를 놓치고만다.

그 덕(?)에 영화속에서나 나올법한 그런 아름다운 길을 걷게되고,

3킬로도 훨씬넘게 산행거리를 늘리게된다.  

 

 바로 이 때,강선수님께서 먼저 하산하셔서

들머리에있는 차를 날머리까지 가져오신단다.

아니,다른분도 아니고,강선수님이?

정상에서 하산길이 너무 멀다며 도로 장구목이골로 내려가자고 하셨던 강선수님이?

오를땐 그륵그륵 호흡소리조차 불규칙했던 강선수님이?

삶은호박에 이도 안들어갈 말씀..

밑져야본전이니,먼저 내려가시라고 말은했지만,

그 뒷모습을 보고 차를 가져오리라고 믿는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영화속길을 걸어내려와 드디어 숙암분교에 도착한다.무려 7시간 30분이나 걸렸다.

쫄쫄흐르는 또랑물에서 등산장비를 씻으며 정리하는데..오마이 갓!!

저어기..강선수님이 차를 턱 하니 세우고,멋있게 운전석문을 여시는게 아닌가?

그 순간..강선수님은 동계올림픽영웅 이승훈보다도,

더 멋지고 빛나는 우리들의 영웅이셨다...

 

산행하는 처음부터 끝까지 기쁨과 즐거움의 연속이었던 가리왕산 산행..

산에서 보고 느끼고 산벗들과 나눴던 하나하나가, 

내 생의 아름다운 순간으로 남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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