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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이야기/산행(2020년~)

소백산

산행일 : 2020년 5월 31일

산행지 : 소백산

산행코스 : 죽령-연화봉-비로봉-천동계곡

산행이야기:해마다 이맘때면 찾아가는 곳,안가면 뭔가 찜찜하다.부드러운 초록능선 위에 피어있을 분홍빛 철쭉이 아른거려 올해도 어김없이 소백산을 간다.

 

연화봉에 올라 아침해를 보겠다는 야무진 꿈은 물거품이 되었다.

도무지 눈이 떠지지 않아 뭉그적거리다 3시가 넘어서야 출발해 죽령에 도착하니 5시 반이나 되었다.

아쉬움은 잠시뿐 ,이렇게 이른 시간에 깊은 산속에서 하루를 연다는 사실만으로도 더없이 행복하다.

 

 

조금씩 고도를 높이며 걷다보면 연화봉 대피소가 나오고,

다시 또 연화봉까지 오르막 내리막이 반복된다.

길 옆으로 들꽃들 반기고,온갖 새들이 노래하고,

초록으로 변하기 직전의 숲길은 더없이 분위기 있고,아침공기는 뭐 두말할 필요도 없이 맑고 깨끗하다.

 

 

두시간만에 연화봉에 올라선다.

분홍빛 철쭉 새파란 하늘과 어우러지니 더없이 황홀한데,

여기에 시원한 바람까지 더해지니 그야말로 삼박자 고루 갖춘 최상의 조건이다.

 

 

연화봉을 내려서면 숲속 보물들을 만나야한다.

큰앵초,연영초,두루미풀,풀솜대,그리고 금강애기나리...

이 중 으뜸은 뭐니뭐니해도 금강애기나리인데,샛노란 꽃밥에 자주색 반점이 압권이다.

꽃이 작아 눈에 잘 안띄는데,앞서가는 몽몽님은 오늘도 사명감(?)을 갖고 여기저기서 귀신같이 잘도 찾아내준다. 

 

 

눈부신 아침햇살에 눈부시게 아름다운 꽃길속으로 들어간다.

코로나 때문인지 휴일인데도 예전과 달리 인적이 무척 드물어 둘이 호젓하게 걷는다.

 

 

제2연화봉 오르는 계단 주변은 온통 꽃밭이다.

연둣빛 산에 콕콕 박힌 철쭉이 그림같이 펼쳐졌다.

언제나 이런 황홀한 풍경은 더욱 선명히 뇌리에 깊이 아로새겨져 다시 그 계절이 돌아오면 안가고는 못배기게 만든다.

 

 

산은 무조건 옳다.

여전히 `산`보다 더 좋은건 못찾았고,여전히 몸과 마음 뉘일 유일한 안식처다.

`그냥` 좋은게 아니라 `무조건` 좋다.

세상사 변화무쌍하지만,산은 변함이 없다.

 

  

연화봉을 한눈에 넣을 수 있는 전망대에 올라섰다.

흘러내리는 초록능선이 유려하기 그지없다.

거침이 없고 미끈한 소백의 능선이야말로 소백의 가장 큰 매력이다.

 

 

숲속으로 은방울꽃도 이쁘게 피었다.

마치 딸랑딸랑 방울소리가 들리는듯..

 

  

산꼭대기에 올라서서 산을 조용히 바라본다.

산에서의 일은 오로지 걷고 바라보는것뿐이다.

걸어온 길,참 아름답다.걸어갈 길,또한 아름답다.

 

 

제2연화봉을 지나 비로봉으로 향한다.

적막한 산길위로 꺽꺽거리는 멧돼지 울음소리 요란하고,등로 여기저기 멧돼지 파헤친 흔적까지 자주 눈에 띈다.

스틱소리를 크게 내며 걸음을 재빨리 움직이며 어두운 숲길을 통과한다.

멧돼지는 그 울음소리만으로도 정말 위협적이다.

호들갑 떠는 나와는 달리 몽몽님은 언제나 침착한데,내 앞에서 괜히 센척 하는게 아닐까 싶다. 

 

 

분홍빛 꽃 못지 않게 연둣빛 잎사귀가 꽃처럼 예쁜 길,

파스텔 빛의 5월의 산은 이게 매력이다.

 

 

비로봉까지 이어지는 부드러운 능선이 한눈에 들어오고,

얼마안가 분홍빛으로 물든 산을 또한번 마주한다.

 

 

기분좋은 바람과 따사로운 햇살이 온몸을 훑는다.

그 어느때보다 평화롭고 조용한 산길이다.

소백을 다 가진듯 마음이 풍만해진다.

 

 

지리산의 연하선경 분위기 물씬 나는 구간..

구절초와 산오이풀 가득했던 그 해 가을의 지리가 그리운데,언제 또 가보려나~~

예전엔 거리가 아무리 멀어도 `열정`하나로 전국을 누비곤 했는데,이젠 그 열정도 많이 식었다.

 

 

유독 색감 짙은 철쭉이 바위에 한다발 걸려있다.

 

 

마주오는 산객이 아는척을 한다.

죽령에서부터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걸었던 어르신인데,벌써 비로봉까지 갔다가 뒤돌아가시는 길이다.

체력도 좋으셔라~~

우리도 왕복할까? 했더니만,돌아오는 대답은 뻔의 뻔자..

 

 

비로봉이 점점 가까워온다.

오늘같이 눈부신 날은 걸음을 최대한 아껴걸어야한다.

바람 딱 적당히 불어주지,하늘색 곱지,햇살도 부드럽지....

그야말로 더도 덜도 오늘만 같아라~하는 환상의 날씨다.

 

 

초록빛,연둣빛,분홍빛 어우러진 5월의 소백이 찬란하다.

어쩜 이토록 아름다운 색을 내는지...

 

 

천동삼거리를 지나자 산객이 많아졌다.

무척 답답할텐데 마스크 쓰고 오른 사람도 적잖다.

 

 

미나리아재비
노랑무늬붓꽃

비로봉 철쭉은 일주일 정도는 더 지나야 만개할거 같다.

멀리서봐도 분홍빛이 얼마 보이지 않는다.

 

 

드디어 비로봉 도착!

역시나 소백의 바람은 명불허전..

 

 

국망봉까지 이르는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마음은 욕심부려 국망봉까지 걷고 싶지만, 몸뚱아리는 딱 지금이 적당하다 말한다.

아고..나두 이제 나이를 먹었는갑다.

죽령에서 국망봉지나 고치령까지 내달렸던 그 시절이 그립다.

 

 

그냥 가기 아쉬워 배낭 내려놓고 삼거리까지 내려가본다.

 

 

김밥엔 환타가 딱~~!

햇살 좋은 곳에 밥자리를 잡았더니,찜질방이 따로없다.

 

 

연영초
홀아비바람꽃
모데미풀

주목군락지 부근에서 소백의 깃대종인 모데미풀을 만났다.

모데미풀은 청태산이 최곤데,코로나 때문에 휴양림을 막아놓는 바람에 올핸 건너뛸 수 밖에 없었다.

 

 

물소리 새소리에 홀려 걷다가 그만 나도제비난 군락지를 놓치고 말았다.

할 수 없지..내년에 보자.

 

 

죽령까지 가는 3시 버스를 기다리자니 너무 시간이 널널해 택시를 탔더니 30분도 안되어 금세 죽령에 도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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