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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이야기/산행(2020년~)

태백산

산행일 : 2022년 3월 20일

산행지 : 태백산

산행코스 : 유일사 탐방센터-사길령 갈림길-유일사-장군봉-유일사 탐방센터

산행이야기:어제 오늘 눈소식이다.변산바람꽃 보러 가려던 계획은 다음으로 미루고 겨울채비를 단단히 하고 배낭을 꾸린다.휴일의 달콤한 휴식을 뺏어 새벽잠 깨워 끌고 나가,오며가며 최소한 7시간이나 되는 고된 운전을 시켜야 하니 조금은 망설여지지만 봄눈 산행의 유혹 또한 쉽게 물리칠 수 없다.  

 

봄눈이 참 많이도 내렸다.

온 세상이 새하얗다.

산으로 들어가기도 전부터 마음이 설레 미칠 지경이다.

 

 

 

사길령 갈림길에서 지루한 임도길를 버리고 우측으로 빠진다.

눈깊이가 엄청나서 둘이 러셀하며 오르는건 부담스러웠는데,다행히 발자국이 나 있다. 

잘 다져지진 않았지만,그런대로 걸을만 하다.

 

 

 

우와~

감탄사 연발하며 또 호들갑 떨기 시작한다.

새벽 3시에 일어나 3시간을 쉼없이 달려와서는 차안에서 불편하게 컵라면으로 아침을 때울때까지만 해도 몸뚱아리가 그토록 무겁더니만,새하얀 눈밭에 있으니 완전 날아갈것 같다.   

뽀드득 뽀드득 새하얀 눈밟는 쾌감이 꽤나 좋아 일부러 무릎까지 푹푹 빠지면서도 등로를 잠깐씩 벗어나 걷기도 한다.

 

 

 

이쯤이 한계령풀 군락지인데..

추운 겨울 이겨내고 슬슬 마실 나올 준비하고 있었을텐데,그만 놀래자빠져 쏘옥 들어갔겠다. 

 

 

 

등짝이 땀으로 흥건해진 상태에서 사길령 갈림길에 올라서니,골바람이 장난아니다.

땀은 금세 식어 손끝까지 막 아려오며 추워지기 시작하고,안개는 점점 짙어져 시야가 뿌옇다.

아무래도 오늘은 조망을 포기하고 눈밭을 걷는것만으로 만족해야 할것같다.

 

 

 

유일사로 이어지는 능선또한 눈깊이가 어마어마하다.

눈을 못 뜰 정도로 눈바람이 날려 얼굴을 때려도,손끝이 아려도 눈밭에서 뒹구니 신난다.

이게 바로 힐링이지..

 

 

   

참기생꽃 피는 지점에 정상부근을 조망할 수 있는 바위포인트가 두어군데 있어 혹시나싶어 접근을 시도해 보지만,눈이 너무 쌓여있어 감히 얼씬도 못하겠다.

 

 

 

눈무게로 축 늘어진 곳을 통과하느라 애먹는 우리집 양반.

쓸데없이 키가 커 오늘은 특히 쪼그려 앉기,허리 운동 아주 제대로 하고 있다.

 

 

 

유일사에 당도하며 임도길과 만나니,산객이 좀 많아졌다.

불편해도 마스크를 꺼내쓰는데,얼마안가 흠뻑 젖어버린다.

아,이넘의 코로나는 대체 언제쯤 사라지려나?

산에 와서도 맑은 공기를 맘껏 들이 마실 수 없으니 참 답답할 노릇이다.

 

 

 

싸락눈이 내리다말다를 반복한다.

나무을 감싸고 있는 흰옷은 점점 두터워지며 장관을 이룬다.

 

 

 

작은 새 여러마리가 이리저리 날아다니며 봄을 노래하는데,이렇게 다시 한겨울이라~

 

 

 

점점 연무는 가득 차오른다.

감동의 눈꽃터널 지나며 바로 눈앞에 가까이 펼쳐진 설경을 만끽한다.

 

 

 

천천히 오랜시간 걸쳐 단단하게 자란 주목은 추위에도 끄덕없이 고고한 자태로 서있다.

두터운 눈옷 입은 주목이 아주 포근해보인다.

 

 

 

이게 뭐야?

장군봉에서 천제단에 이르는 길이야말로 태백산 눈꽃길의 백미인데,한치앞도 안보인다.

예상에서 벗어나길 바랬는데..

안개 너머의 겹겹의 산줄기들은 상상만 하는걸로.

 

 

 

잠시 추위를 피해 요기할 곳을 찾다 내친김에 단종비각까지 내려간다.

 

 

 

처마 아래 죽치고 앉아 빵한쪽 먹으며 날이 쾌청해지기를 기다려본다.

1시간정도 기다려보겠다고 호언장담했지만,채 30분도 안 돼 자리를 털고만다.

움직일땐 몰랐는데,가만 앉아 있으니 얼마나 추운지..

호들갑 떨며 오돌오돌 떨다 꼬리 싹 내리고는 다시 천제단을 기어오른다.

 

 

     

깔딱길 다시 오르려니 다리가 막 후달거린다.

언제나 이 끝없는 욕심이 몸을 고달프게 만드는데도 좀체 사그라들지를 않으니.

 

 

 

유일사 갈림길까지는 미끄러지며 코박고 내리 꽂는다.

 

 

 

유일사

발아래 펼쳐진 유일사의 풍경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가파른 계단을 내려선다.

 

 

 

마당에 서서 산정을 올려다보니 안개가 조금씩 걷히는것 같기도한데..

 

 

 

참 아름답구나.

눈덮인 산사의 풍경은 언제나 옳다.

삼성각이며 무량수전,그리고 지장전까지 눈속에 파묻히니 그림이 따로없다.

때마침 풍경소리까지 은은하게 울려퍼지니 속세의 티끌만한 죄까지 전부 다 씻겨나갈것 같은 기분마저 든다.

 

 

 

이제 넓은 임도길 따라 신나게 내려갈 일만 남았는데,

조금씩 하늘이 맑아지는건 뭐지?

햇님이 고개를 빼꼼 내밀듯말듯, 파란하늘도 간간이 보일락말락하고..

옆에서는 설마 올라가겠어? 하는 얼굴로 다시 올라갔다 오라고 바람을 넣는데,맘같아서는 큰소리 치며 기어오르고 싶지만 도저히 죽어도 난 못가요~

 

  

 

시원한 조망은 없었지만,눈꽃 원없이 보고,눈길 원없이 밟고 온 태백산행!

이제 만항재로 향한다. 

시간 넉넉하니 거기서 함백산을 한탕 더 뛰고 가겠다는 꿍꿍이속을 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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