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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이야기/산행(2020년~)

북한산 종주(불광동~우이동)

산행일 : 2023년 5월 3일

산행지 : 북한산

산행코스 : 불광역-족두리봉-비봉-사모바위-문수봉-산성길-백운동암문-하루재-영봉-우이동

산행이야기:빡센 산길 걸을땐 힘이 들어 다음부턴 살살 다녀야지 했다가도 어느 날 불현듯 그 거친 숨결과 흐르는 땀방울과 뿌듯한 산길 흔적이 그립다.사람은 망각의 동물임이 틀림없음을 다시금 깨닫는다. 

 

곽튜브 보다가 그만 한정거장을 더 가 종각역에서 다시 종로3가로 되돌아와 3호선을 잡아탄다.

불광역 9번출구로 나오니 다행히 솔맨형과의 약속시간인 9시 30분을 안넘겼다.

역에서 등산로 입구까지는 언제나처럼 진이 빠지고,본격적으로 산길에 들어서도 온통 암릉뿐이라 초장부터 온 힘을 다 쏟아낸다.

허나 얼마 지나지않아 등 뒤로는 시티뷰가 멋드러지게 펼쳐지니 몸은 무거워도 에너지가 충전된다.

 

  

 

족두리봉을 에둘러 지나 향로봉을 바라보며 진행한다.

 

 

 

연이어 바윗길의 연속이다.

바위맛 보겠다고 자청하여 왔으니 묵묵히 받아들이며 즐거운 마음으로 기어오른다.

 

 

 

소나무 그늘아래서 사과 한쪽씩 나눠먹으며 잠시 땀을 식히고.

 

 

 

향로봉 우회길을 힘겹게 올라선다.

숨이 얼마나 가뿐지 쉬고 또 쉬고..

예전 몸뚱아리가 아니라며 자책도 하고..

 

 

 

고전끝에 보상의 시간이 왔다.

북한산의 주봉우리들을 한 눈에 넣을 수 있는 최고의 뷰앞에서 감탄사를 쉴새없이 쏟아낸다.

의상능선 너머로 원효봉,염초봉,백운대,만경대,노적봉,그리고 문수봉까지 정말이지 볼때마다 가슴 두근거린다.

 

 

 

오늘은 조력자도 있으니 저어기 비봉을 올라봐야겠다.

 

 

 

야심차게 비봉을 향해 돌진했지만..

 

 

 

아쉽게도 이 구간을 올라서지 못하고 다시 되돌아 내려온다.

예전같음 어떻게든 바둥거렸을테지만,이젠 몸생각을 할 나이라~

코뿔소바위가 있는 반대편으로 오르는 전략을 쓴다.

 

 

 

코뿔소바위를 지나 비봉으로 거침없이 오른다.

 

 

 

쫄긴 했지만,그래도 진흥왕순수비가 있는 비봉에 무사히 도착한다.

향로봉을 발아래 두고,저멀리 진행해야 할 문수봉이 두근거림으로 다가온다.

이게 바로 북한산의 묘미다.

웅장함과 두려움이 공존하며 압도당하는 그런 느낌이랄까? 

 

 

 

그런대로 올라가긴 했는데,다시 내려오려니 심장이 쫄깃쫄깃하다.

 

 

 

솔맨형은 폼나게 코뿔소에 올라탔는데,난 무서워서 코뿔소 아래서 소심하게 인증샷.

 

 

 

사모바위를 지나며 승가봉으로 향한다.

숲길과 바윗길을 번갈아가며 통과하는데,숲길로는 분홍빛 철쭉이 한창이다.

 

 

 

승가사에서 들려오는 점심예불 소리를 들으며 방금 지나온 비봉과 사모바위를 뿌듯하게 바라본다.

출출하지만 이왕이면 폼나게 문수봉에 올라 먹는걸로.

 

 

 

문수봉에 도착할때까지는 줄곧 의상능선과 그 뒤로 백운대와 만경대 그리고 인수봉을 눈앞에 둔다.

골마다 흘러내리는 초록빛 또한 장관이다.

 

 

 

통천문을 지나 문수봉 갈림길에서 오른편으로 나있는 힘든길을 선택한다.

 

 

 

한여름같이 뜨거운 날에 후끈 달아오른 바윗덩어리를 오르자니 여간 힘든게 아니다.

얼굴엔 소금기가 허옇고,양말까지 땀으로 젖었다.

 

 

 

어머나,넌 누구냐?

건너편 바위에 강아지 한마리가 아슬아슬하게 서있다.

분명 누군가 키우다 버린 강아지가 틀림없을텐데.

세상엔 별의별 사람들이 다 있다.

행동하지 않는 이상 거슬려도 애써 외면하는 수 밖에.

그저 이렇게 산에 들어 자연과 가까이 하는게 정신건강에 좋다.

 

 

 

이제 의상능선이 아주 가깝게 다가온다.

어느덧 추억으로 남은 지난 가을날이 새롭다.

계절마다 다른 모습 보여주니 자꾸만 찾을 수 밖에.

 

 

 

누가 만든 조각품인지 참,기막히다.

다양한 모양을 내어 차곡차곡 올려놓아 기똥찬 걸작이 되었다.

모름지기 밥터는 이런 곳이 제격이라~

등산화를 벗으니 양말이 다 젖었다.그야말로 발바닥에 땀나도록 걸었다는 증거다.

김밥 한줄씩 까먹고,커피도 마시고,과일 먹으며 에너지를 보충한다.

  

 

 

지나가던 산객이 두꺼비바위라 그런다.

 

 

 

문수사를 품에 안은 문수봉에 올라 지나온 길을 짚어보고,

진행할 방향에 우뚝 선 보현봉도 바라본다.

햇살 따가워도 바람이 시원하여 땀 좀 식힌다.

 

 

 

문수봉 이후로 산성길이 시작되고,이제 길은 한결 수월해지고 등로도 폭신해진다.

일부는 산성길을 따르고,일부는 우회로를 택해 대남문,대성문,대동문을 차례로 통과한다.

산성길은 성곽따르는 재미가 있어 좋고,우회길은 철쭉과 병꽃나무 화사하게 피어 좋다.

 

 

 

도선사로 이어지는 용암문에 도착한다.

북한산의 14성문은 서울성곽처럼 4대문이 있고,그 외는 모두 암문(暗門)형태인데,유일하게 용암문만 용암봉 아래 있다하여 암문(岩門)으로 표기한다.

14성문 종주도 꽤 여러번 했었고..

태극모양으로 그려진 산길을 걸을땐 정말 산에 단단히 미쳤을 때였다.

불광동에서 문수봉,다시 거기서 의상능선 지나 산성매표소까지 가면 1구간이 끝나고,다시 거기서 원효봉,염초봉,형제봉까지 10시간에 걸쳐 총 25킬로를 걸었던 그 때 그 시절.

그리고 두번이나 걸었던 불수사도북은 정말 생각할수록 후덜덜이다.

참 추억 많은 북한산이다.

 

 

 

백운대가 가까워오자 산객이 많아진다.

특히 오늘은 국적도 다양한 외국인들이 많이 눈에 띈다.

깜놀한것은,반바지에 끈나시옷 입고 샌달신고 걷는 어느 외국인의 모습이다.

 

 

 

원효봉과 염초봉

 

 

 

바로 눈앞으로 보이는 백운대의 위용에 압도당한다.

언제봐도 심장 벌렁거리게 만드는 카리스마가 있다.

 

 

 

계단길은 헥헥거려도 이제 막 연둣빛으로 물든 산이 더없이 싱그러워 눈은 즐겁다.

 

 

 

드디어 도착한 백운봉암문.

백운대를 갈까,말까? 

기분좋게 태극기 휘날리는 백운대에 올라서야 깔끔할거라는 마음도 잠시,패쓰하고 하루재로 내려선다.

 

 

 

인수암 위에 자리잡은 인수봉.

도봉에서 수락에서 바라보기만 했던 인수봉을 오늘은 경외감을 갖고 올려다본다.

 

하루재에서 곧장 도선사로 내려서면 수월할테지만.종주가 목적이니 영봉으로 향한다.

빠짝 곧추 선 오르막을 정말이지 없는 힘 쥐어짜며 기어오른다.

 

 

 

마침내 도착한 마지막 봉우리 영광의 영봉.

백운대와 인수봉을 가장 가깝게 눈에 넣을 수 있는 최고의 뷰포인트다.

모자가 날아갈 만큼 바람까지 시원하게 불어주어 땀 식히며 한참을 머물다 일어선다.  

 

 

 

이제 시선은 내가 자주 찾는 도봉산으로 쏠린다.

오봉과 자운봉이 손에 닿을듯 가깝다.

힘겹게 걸어온 보상으로 철쭉 한다발 선물로 받으니 희한하게도 새로운 에너지가 뿜뿜 솟는다.

정신이 육체를 지배한다는 말이 꼭 맞다.

그케 힘들다가도 꽃한다발에 정신이 기분좋게 채워지니 힘들었던 생각이 일순간에 사라지고 말았다.

그러니까 결론은 정신건강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말씀!

그러니까 결론은 정신건강을 위해 산을 자주 찾아 심신을 단련해야 한다는 말씀!

 

 

 

 

육모정고개를 내려와 용덕사를 지나 육모정 탐방센터를 통과하며 드디어 산행 끝!

 

5월의 봄날,북한산의 매력에 푹 빠졌던 기분좋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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