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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이야기/산행(2020년~)

소백산(죽령~국망봉)

산행일 : 2023년 5월 27일

산행지 : 소백산

산행코스 : 죽령-연화봉-비로봉-국망봉-어의곡

산행이야기:드디어 소백산 철쭉철이다.몇해째 이어져 오던 연례행사,올해도 거를 수 없다.

 

밤 12시에 용인에서 언니네 모녀 픽업하여 죽령에 도착하니 1시 반!

1시간쯤 눈을 붙이고 일어나 컵라면과 김밥으로 요기하고 3시 출발!

우리야 야간산행이 별스러울거 하나 없지만,이 모든 과정이 완전 신기한 언니네 모녀다.

잠 한숨 안자고 밤 12시에 집에서 나오는것도 기함할 일인데,쉴 새없이 들어오는 차들과 새벽 3시에 산을 올라가는 산객들을 보고는 혀를 내두른다.

산에 미친 미친 사람들이 참 많구나~

 

`내 차를 부탁해`사물함에 대리비 47,000원과 차키를 넣어두고 연화봉으로 향한다.

어의곡으로 하산하면 우리차는 그곳에 딱! 있을것이다.

비소식이 있지만,아직까지는 밤하늘에 별이 총총하다.

형부가 사오셨다는 5천원짜리 랜턴빛이 얼마나 짱짱한지 불빛 하나로도 충분하다.

연화봉까지 족히 1시간 40분 가까이 걸어올라야 하는 길,너른 임도길이긴하나 새벽부터 땀범벅이 되어 용쓰며 오른다.

언니는 힘이 남아돌고,상미는 걸으면서도 잠이 쏟아진다 하고,퇴근하자마자 운전해서 달려온 몽몽님은 고전중이다. 

 

제2연화봉 지나 전망대쯤 닿으니 동이 트기 시작하고,상쾌한 새벽공기와 온갖 새들의 노랫소리에 심취한다.

가까이서 얼마나 많은 새들이 노래하는지,알람으로 쓰기 위해 녹음을 하고,혹여나 방해될까 스틱을 들고 말소리마저 한껏 낮추며 숲길을 걷는다.

날이 흐려 시야는 좋지 않다.

허나 동녘하늘엔 조금의 붉은빛이 감돈다.

연화봉에 올라 일출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속도를 바짝 올린다.

 

 

 

 

드라마틱하진 않지만,참 오랜만에 분위기 있는 아침을 산정에서 맞이한다.

수고스럽지만,그 수고를 감수하면 이 멋진 풍경들이 내것이 되어 내 삶을 풍성하게 만들어 준다. 

 

 

 

 

연화봉에서 한껏 흥이 오른 언니와 상미에게 소백산 철쭉은 지금부터가 찐이라며 미리 언지를 해둔다.

행여나 기절해서 119에 실려갈지도 모르니 정신 단단히 붙들어 매라는 말까지 덧붙인다. 

 

 

 

 

드디어 기대하시라,개봉박두!

어서와,이런 풍경은 처음이지.

제1연화봉으로 오르는 구간의 철쭉이 아주 제대로다.

다행이다.

큰소리가 헛소리가 되지 않았다.

그 사이로 난 데크길 또한 완전 그림이다.

바라만봐도 가슴이 두근두근 요동친다.

 

 

 

 

아침빛으로 물든 연둣빛 능선이 아름답기 그지없다.

어쩜,신은 참 조화롭기도 하지,연둣빛과 분홍빛을 참 예쁘게도 버무려 놓으셨다.

공기는 말할것도 없다.

 

 

 

거의 거르지않고 5월의 소백을 만나왔지만,올해 철쭉이 역대급이다.

산능선은 물론이고 숲까지도 온통 분홍빛 철쭉 천지다.

꽃도 얼마나 생기있고,색이 고운지 봐도봐도 그저 감탄만 나온다.

그동안 봐왔던 소백의 철쭉과는 완전 차원이 다른 규모의 대군락이다.

 

 

 

 

얼마 지나지않아 또 환상의 꽃밭이 펼쳐진다.

도무지 걸음을 떼려야 뗄 수 없게 만드는 풍광이다.

 

 

 

 

언니랑 상미는 복도 많지.

생애 첫 소백산행에서 이런 풍경을 마주하는 행운을 얻다니.

날씨 도와줘 걷기 좋지,꽃상태는 최상이지,일찍 올라온 덕에 산길은 한갓지지.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산행을 하고 있는 언니 모녀.

그냥 별천지가 따로 없단다.

지난번 계방산도 그렇더니 여기는 더 별천지라고.

 

 

 

 

가도가도 끝없이 꽃길이 이어진다.

시선 두는 곳마다 온통 꽃물결을 이루다보니 걸음이 가벼울 수 밖에 없다.

눈부신 초록능선에 연분홍 철쭉에 땅가까이로는 은방울꽃이 숲속 가득 피었다.

잠한숨 못자도 이토록 개운하고 머리가 맑을 수 있다는걸 산길 위에서 깨닫는다.

 

 

 

 

그냥 천상의 화원이라는 말밖에 떠오르지 않는 숨막히는 풍경이 또 나타났다.

장관이다.

도무지 한 눈에 담기지 않는 풍경에 완전 압도당해 그만 가슴이 막 벅차오른다.

 

 

 

 

몽몽님이 지목한 오늘의 요주인물,황씨자매.

아니나다를까,직진본능이 폭발하여 무심코 가다보면 우리 둘만 앞에서 내달리고 있다.

울엄마 아부지가 비록 재산은 못물려 주셨지만,이 튼튼한 두다리를 주셨으니 감사할 뿐이다.

 

 

 

 

연화선경이라는 비공식적인 별칭이 붙을만하다.

이 길을 걷노라니 소백산이 더 좋아졌다.

칼바람 세차게 몰아칠때도,구절초 쑥부쟁이 피는 가을날에 와도 언제나 좋은 소백산이다.

명불허전 명산임을 다시금 확인시켜주는 5월의 눈부신 소백을 품에 안으니 소백예찬은 몇날 며칠을 해도 끝이 없을거 같다.

 

 

 

오늘도 옷차림에 실패한 두 모녀.

눈꽃보러 갔을땐 흰색옷을 입더니,이번엔 분홍꽃 보러오는데 분홍색 옷이다.

분홍꽃 앞에서 분홍색 옷이 왠말이냐며 하루종일 놀려댄다.

 

 

 

이쁜 구간은 두고 가기 아까우니까 뒤돌아 가면서도 연신 봐줘야한다.

아무리봐도 올해 철쭉은 단연코 최고다.

올해 꽃피기 전에 비가 많이 와서 꽃상태가 최상이라고.

어쩜 이렇게 택일을 잘했냐고 언니가 거듭해서 치켜세워주고,

우리는 그 어느때보다도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간다.

 

 

 

 

하하호호 어울리니 더 기분좋은 산행길이다.

더없이 편한 사람들끼리 같은 취미를 가진것도 복이다.

다음엔 또 어느 별천지를 모셔가야 고객들이 만족을 하시려나?

너무 눈높이를 올려놓아서 이젠 성에도 안찰텐데.

 

 

 

 

두 사람 컨디션을 보니 국망봉까지도 너끈히 갈 수 있겠다.

오늘같이 좋은 날,두번 다시 오지 않을 수도 있으니 걷는김에 오늘은 무조건 국망봉까지 고고씽이다.

 

 

 

 

키낮은 아담한 철쭉이 있는가하면,수령이 꽤 되었을 키 큰 철쭉나무도 참 많다.

그러다보니 철쭉터널 지날때면 황홀하여 엔돌핀이 샘솟는다.

 

 

 

 

비로봉으로 이어지는 능선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풍경이다.

주목이며 아담한 대피소,그리고 목가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데 한몫하는 초록능선과 데크길은 언제와도 그림이다.

그리고 중요한건 아직 아침 8시 정도밖도 안됐다는 사실.

꽃길에 취하다보니 예상시간을 조금 넘겼지만,아침을 일찍 시작하니 하루가 여유롭다.

 

 

 

 

천동삼거리에 도착한다.

 소백의 주봉우리,비로봉을 앞두고 산객들이 조금씩 많아지기 시작한다.

 

 

 

전망좋은 명당자리에 돗자리를 펼친다.

등산화를 벗으니 양말이 젖어있다.

산여인표 샌드위치에 달달한 커피도 마시고,과일 먹으며 배를 채운다.

이제 반쯤 온거나 진배없으니 샌드위치를 하나씩 더 욱여넣는다.

 

 

 

 

언니는 먹자마자 배낭을 둘러메고 한시라도 빨리 비로봉을 오르고 싶어 안달이 나고,

나역시 꽃구경할 생각에 카메라들고 설쳐대고,

밤새 운전하고 온 몽몽님은 곧바로 기절모드로 돌입하며 코까지 곯며 떨어졌다.

착한 상미만 이모부 옆에서 자리를 지키다 지도 곤했는지 코까지 곯기 시작한다.

그렇게 한시간을 놀다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해 자리를 털고 일어선다.

 

 

 

 

순식간에 비로봉 위로 비구름이 몰려오며 비로봉은 안개에 휩싸인다.

다행히 한두방울 떨어지던 빗방울은 멈췄지만 시야는 좁아졌다.

우리가 하산할때까지 제발 좀 참아주길 바라며 서둘러 비로봉으로 올라간다.

 

 

 

 

그림같은 소백의 아름다운 능선이다.

그 어느곳과도 비교할 수 없을만큼 평화롭고 서정적인 풍경은 마음의 평화까지 가져다준다.

5월의 소백을 보면 알프스란 별칭이 붙을만도하다.

 

 

 

 

비로봉 도착!

비소식도 있고 갈길이 먼데,언제 또 올지 모르니 돌덩이 앞에서 인증샷은 꼭 하고 가야한다는 우리 유과장님.

인증샷 줄이 꽤 길어 족히 40분이상은 걸릴텐데도 기어이 두 모녀가 꼬리를 문다.

다음에 구절초 필 때 데리고 올테니까 오늘은 패쓰하자 아무리 꼬셔봐도 인증 의지가 확고하다. 

시간이 아깝지만,기꺼이 기다려준다.

예전에 우리도 그랬으니까.

 

 

 

 

거의 한시간 정도가 지나서야 복잡한 비로봉을 벗어난다.

목책 너머 어딘가에 노랑무늬붓꽃이 있을텐데,잘 안보이고,

미나리아재비와 쥐오줌풀만 드문드문 보일뿐이다.

 

 

 

 

어의곡삼거리에서 안개덮인 국망봉을 향해 우측으로 꺾는다.

 

 

 

길은 마주오는 사람과 교행하기 불편할 정도로 급격하게 좁아지고,

등로도 오늘 걸었던 코스와는 다르게 조금 거칠어졌다.

 

 

 

 

연영초

안개는 점점 가득 차오르고,습도도 아주 높아져 축축하다.

곧 비가 올 듯 먹구름이 몰려오기도 하지만,아직까진 잘 참아주고 있다.

 

 

 

 

여전히 꽃터널은 끝도 없이 이어지고,감탄사 또한 연신 내뱉다보니 목소리가 다 쉴 정도다.

이쯤되니 이제 좀 그만 나타나 걸음에 집중하고 싶을 정도다.

아,쫌,집에 좀 가자며 제발 내 발목좀 잡지 마라며 행복한 투정을 한다. 

정말 꽃멀미가 날 정도로 온 산이 다 어마어마한 꽃천지를 이루고 있다.

 

 

 

 

숲속에 드니 또 들꽃들이 발목을 잡는다.

큰앵초,금강애기나리,벌깨덩굴,미나리냉이,풀솜대,두루미꽃 그리고 연영초까지 없는게 없는 소백이다.

특히 큰앵초는 군락을 이루며 화사하게 피어있다.

 

 

 

 

마침내 마지막 봉우리,국망봉이 코앞이다.

그리고 우리 눈앞에 나타난건,입이 떡 벌어지는 황홀한 꽃밭이다.

여러번 와 봤던 국망봉이지만,철쭉철엔 처음이라 너무 아름다워 소름이 돋을 정도다.

오늘 본 몇군데의 군락지 중에 밀집도로서는 단연 일등이다.

안개가 낀게 좀 흠이긴 하지만,안개때문에 분위기는 참 좋다. 

 

 

 

 

이건 뭐,국망봉 오르는 길이 천상으로 향하는 꽃길이다.

너무 이쁜것을 보면 기막히고 코막혀서 아무말도 안나온다더니 지금이 딱 그짝이다.

그냥 서로 얼굴만보며 실실 웃는다.

 

 

 

 

안개 넘나드는 풍경을 한동안 멍하니 바라본다.

어쩌다 꽃밭이 모습을 드러내면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터져나온다.

 

 

 

상월봉으로 가는 길은 더 좁아졌다.누군가 마주오면 한켠에 바짝 붙어 길을 내어줘야 한다.

상대적으로 산객의 발길이 드물다보니 철쭉나무들은 한껏 가지를 뻗쳐 등로를 점령했다.

사람키를 훌쩍 넘을 정도로 키가 커 완전 꽃속에 묻힌 채 걸음을 이어간다.

 

 

 

 

마음이 조금 급해진다.

비구름은 더 짙어지고 우중충하다.

비가 쏟아지기 일보직전이다.

그러나 안개와 어우러진 꽃길속의 산책이 더없이 좋아서 걸음을 늦추지도 않는다.

앞서가는 사람 붙들어 꽃속에 서보라 그러고,여기봐라 저기봐라 그러고,호들갑 떨긴 매한가지다.

 

 

 

 

이제 꽃길 끝나고 계곡으로 하산 할 시간이다.

붕~떴던 마음 가라앉히고,주의를 기울이며 걸음을 내딛는다.

잔뜩 젖은 돌길이 아주 미끄럽다.

 

 

 

늦은맥이재에 이르니 기어이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비에 젖으나 땀에 젖으나 젖기는 매한가지,레인커버만 씌우고 찬찬히 내려선다.

울창한 수목들이 우산역할을 해주니 이또한 산이 주는 고마움이다.

후둑후둑 나뭇잎에 부딪치는 빗소리,참 오랜만에 듣는다.

안개 낀 몽환적인 숲길 트래킹,또한 오랜만이다.

계곡물은 더 우렁차고 경쾌한 소리를 내고,비에 젖은 숲은 청량함의 끝판왕이다.

 

 

 

 

오르막은 따라올테면 따라와 봐~하며 날다람쥐처럼 날라다니더니,내리막은 완전 거북이 신세가 된 울언니.

유독 내리막에 약한데, 비는 오지,길은 미끄럽지,다리힘까지 떨어졌지,고전하며 내려간다.

꽃구경할땐 하나도 안힘들더니,계곡길은 너무 힘들어서 두번 다시는 안오고 싶단다.

불과 1시간전까지만 해도 설악산도 갈것 같다며 자신감 뿜뿜이더니만 아무래도 설악은 못갈거같다고 꼬리 싹 내린다.

 

 

 

 

별천지 다녀온 댓가를 톡톡히 치르며 기나 긴 계곡을 내려와 드디어 어의곡에 도착하며 산행을 마친다.

우리차는 과연 어의곡 주차장에 잘 옮겨다 놓은 상태다.

몽몽님이 아이디어를 참 잘 냈다.

공단직원이 차 키를 넘겨주며 올해처럼 화려한 철쭉은 8년만이라 그런다.  

 

우리들의 방앗간,향미식당에서 탕수육에 육개장 한그릇씩 해치우고,

용인 언니네집에 들러 내려주면서 반찬이며 이것저것 한바구니 챙겨 집으로 돌아오며 기나긴 하루를 마무리한다. 

 

꽃구경 한번 찐~하게 잘했다.

정말이지 역대 가장 판타스틱하고,스펙타클하고,매그니피센트하고,뷰리풀했던 5월의 잊지못할 소백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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