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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이야기/산행(2009~2019)

덕유산 육구종주

산행일 : 2010년 7월 16일~17일

산행지 : 덕유산 1614m

산행코스 : 첫째날 (육십령-할미봉-서봉-남덕유산-삿갓재-삿갓재대피소)

               둘째날 (삿갓재대피소-무룡산-동엽령-중봉-향적봉-백련사-무주구천동계곡-삼공리)

산행이야기:덕유산을 가야겠다.이미 마음에 딱 들어와 있는데,앞뒤잴 필요가 뭐가 있겠는가..그저 산중

                    에  든다는 그 즐거움하나만 생각하며 덕유로 향한다. 

 

2시간 40분만에 전주에 도착하고,다시 장계로 향한다음,택시로 육십령까지 이동한다.

산행준비 야무지게 마치고,드디어,꿈꿔왔던 덕유산의 품속으로 찬찬히 파고들어간다.

초반 오르막이 힘에 부칠때쯤,한숨돌리고 저아래를 내려다보니,운무가 장관이다.

순식간에 산전체를 하얗게 뒤덮으며 상상속에 머물게하는가하면,

어느샌가 선명하게 산능선을 그려내며 그 답을 주기도한다.  

 

 할미봉

 

 

 서봉

 

할미봉지나 서봉에 닿는다.꽤 긴 오르막임에도 내가 걷고있는 이 길과,

비바람조차 온전한 내것으로 만끽하며 걷다보니,어렵지않게 도착한다. 

비와 땀이 뒤섞이고,비바람에 옷이 말랐다 젖었다를 반복하고,

몸을 가눌 수 없는 세찬바람이 나의 오감을 자극시킨다.

그리고,빗방울이 내 이마에 뺨위에 톡톡 떨어지며 나를 깨운다..

 

 삿갓봉

 

 삿갓재 대피소

 

출발한지 6시간 30여분만에 삿갓재에 도착한다.

많은비로 산행취소한 산님들덕에 한갓진 저녁만찬을 즐긴다.

창문에 부딪치는 빗소리 들으며,삼겹살에 이슬이한잔,그리고 안주로 곁들여지는 사람사는 이야기..

소등시간이 끝났는데도 우리들의 만찬은 끝날줄을 모르고,점점 무르익는다..

 

몇시쯤 잠이 들었는지 모르겠다.

방향을 바꿀때마다 들큰한 냄새가 싫지않게 코를 자극하고,어느산님의 드릉거리는 코골이가 자장가로 들릴때쯤,스르륵 덕유의 품속에서 따뜻하게 잠이 든다..

 

후당거리는 소리에 잠이깬다.그칠줄 알았던 비가 더 세차게 쏟아붓는 아침이다..

`호우특보`가 내려졌다며,향적봉방향은 출입통제니 다들 황점으로 하산하란다.

이 무슨 개떡같은 말씀..

날씨를 좀 더 지켜보자는 심산으로 일단 느긋하게 아침식사부터 한 후,결정하기로한다.

누룽지끓여먹고 여장을 챙기니,다행히 비가 잦아든다.

워낙 산행의 달인들이시니,믿고 따라기기로하고.

공단직원의 눈을 피해 몰래 향적봉방향으로 뛰어든다...

 

 무룡산

 

 

 

몰래한 사랑이 더 짜릿하다고 했던가..

몰래 훔쳐먹는 떡이 더 맛있다고 했던가..

그래서인가,몰래 파고든 덕유의 품은 더 따뜻하고 더 아름답기만하다.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맛도 끝내주고,산허리에 걸쳐져있는 운무도 끝내준다.

바람에 이끌리고 비비추와 원추리의 아름다움에 이끌려 오다보니,벌써 동엽령이다.

향적봉이 4.3킬로밖에 안남았다니..비극이다..

마냥 걷고싶고 마냥 즐기다가고 싶은데..

이 기분으로는 지리산까지도 고고씽하고 싶은 마음인데..

한걸음씩 옮겨놓을때마다 점점 줄어드는 거리가 안타깝기 그지없다.

 

 

아쉬운 마음에 아예 돗자리를 편다.

배낭 내려놓고 주저앉아 한참을 머물며 구름위에 둥둥 떠본다.

그러다 바람이 구름을 몰고가면,초록의 화원위에 폭신하게 누워도본다.

 

 

 

 

 

 

 

원추리꽃이 가는곳마다 반긴다.

좀 이른시기라길래 기대도 안했는데,노랑의 원추리가 군락을 이뤄 환상의 산행길을 만들어준다. 

나도 모르게 점점 목소리를 낮추게되고,귀는 점점 쫑긋해진다. 

새소리에 귀기울이고,바람의 소리에 귀기울인다.

이 아름다움을 조용히 가슴으로 즐긴다..

 

 

 

 

 

 

 

 

벌써 중봉이다.

안되겠다.지금부턴 반보씩 천천히 걸어야겠다..

주목도 찬찬히 뜯어보고,바람에 흔들리는 범꼬리와 원추리를 더 사랑스럽게 어루만져봐야겠다..

저 운무가 다 걷힐때까지 기다려야겠다...

 

 

 

 

 

 

 

 

 향적봉 1614m

 

드디어 마지막정상석앞에 선다.

스스로 궁댕이 한번 톡톡 두드려주고,머리도 한번 쓰다듬어준다.

뿌듯한나머지 함께한 동지들과 찐하게 포옹이라도 하고 싶었지만,참는다.

 

 

시장이 반찬이라더니,대피소에서 끓여먹는 떡라면맛이 죽인다.

운무와 산허리를 굽어보며,후룩후룩 먹는 이 맛이란??

 

여기서 덕유운해를 보기위해 3일째 기다리고 있다는 어느 산님을 만난다.

종종거리며 살고있는내게,기다림에 대해 깊게 생각하게 한다.

3분의1쯤남은 소주가 다 떨어지는 날,하산할라나?

 

 

         

 

 백련사

 

구천동계곡지나,삼공리주차장에 도착하며 1박2일간의 꿈같은 산행을 마무리한다.

꽁꽁 비닐로 싸매놨던 휴대폰을 열어보니,여러통의 문자메세지가 댕댕거린다.

격려와 걱정의 문자들..그 힘으로 무사히 마쳤으니,서울가면 인원점검해서 한턱 쏴야겠다..

무주에서 대전을거쳐 서울로 온다..

 

종주길의 참맛을 느껴본,아름다웠던 산행이었고,

비바람조차 맘껏 즐기고,어느순간은 나를 내려놓고 왔던 행복했던 산행이었다.

동행해주신 이들에게 감사하다.... 

 

후에 내가 다시 덕유산을 찾는다면,

가슴까지 요동치게 만드는 덕유의 세찬비바람과,

그 날밤 창문을 타고 내리는 빗방울의 아름다움을 보기 위해서일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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