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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이야기/산행(2009~2019)

백두산 종주(서파~북파)

산행일 : 2010년 7월 23일~26일

산행지 : 백두산 2750m

산행코스 : 백두산 서파~북파 종주트레킹

               (5호경계비-마천루-청석봉-한허계곡-백운봉-녹명봉-차일봉-옥백폭포-천문봉)

산행이야기:백두산등반의 꿈이 이루어지는날..어리버리하게 촌티를 팍팍내면서 우여곡절끝에 장춘공항에 도착한다.백두산인근으로 이동하는동안 끝없이 펼쳐지는 옥수수밭은 역시 대륙이라는걸 실감케하고,그 옛날 만주벌판을 달렸던 우리민족의 기상을 잠시 느껴보기도한다.송강하에서 하루묵고 드디어 백두산으로 향한다.

 

금강대협곡에 들렀다가 서파5호경계비로 향한다.

얼마쯤 올랐을까.. 웅성웅성하는 인파들을 뚫고 올라가보니,드디어 내 눈앞에 천지가 나타난다.

간절히 기도해서였을까..일년중 천지를 볼 수 있는 날은 단 50일도 안된다던데,참으로 행운이다.

그것도 이렇게 맑고 푸른 하늘아래 감상할 수 있다니..감동이다.

순간순간을 놓치지않으려고 눈으로 가슴으로 네모세상안으로 꼭꼭 담고 또 담아둔다..

 

 

 

 

 신비에 쌓인 천지와의 첫만남의 감동이 채 가시기도전에 청석봉에서 만난 천지는 또다른 모습으로 다가와준다.척박하게 보이는 땅에서 고산야생화들은 더 강하고 고고한 자태로 피어 천지를 더 아름답고 신비스럽게 만든다.어느분이 누누히 말씀하셨던 `찰라`의 순간,바로 그 순간을 놓치지않기 위해 애써본다.

한순간도 정지됨없이 매순간 다른 그림이다.먹구름이 천지를 확 휘감는듯 하다가도 어느순간 확 걷히고,

그러다 또 뿌옇게 안개로 휩쌓이고를 수없이 반복한다.

 

 

 

 

 

 

 

 

 지금 한창인 두메양귀비의 고고함에 마음을 뺏겨버린다.바람한줄기 불때마다 내몸하나 가누기도 힘든 그 상황에서도 가느다란 꽃대를 올리고 꿋꿋하게 서있는 모습에 절로 자세가 낮아진다.

그 키만큼 나도 몸을 한껏 낮추고 천지와함께 담아본다.그리고 언제나 낮아지라는 가르침을 깊이 새겨둔다..

 

 

 

 

 

 

 

 

 

 

 

 바람살살불고 햇살 적당한 최상의 날씨다.

아이돌스타처럼 예쁘장하게 생긴 가이드말에 의하면 99%의 완벽한 날씨란다.

하늘과 맞닿아있는 푸른초원위를 걷고있자니 머릿속이 텅 비는것처럼 맑고 개운해진다.

그리고 마음한켠에 자리잡고있었던 오골오골한 생각들을 다 떨쳐버린다.

그러자 어느분말씀처럼 가장 원초적이고 본능적인 상태가 되는듯한 느낌이 든다.

이상도하지..왜 하필이면 이 때 뱃속에서 우르릉쾅쾅하면서 뒤에서 신호가??

 어차피 본능에 충실하자 마음먹었으니,이 영험한 백두산에 확실한 흔적하나 남기고갈까나..

밀어내기한판에 온몸이 날아갈듯 가볍고 행복해진다.. 

 

 

 

 백운봉을 향하는길,약간의 힘든구간이 나타난다.밟으면 부서지는 돌길을 지나 끝없는 오르막을 걷는다.

땀이 채 흐르기도전에 가슴까지 후벼파는 통쾌한 바람이 땀을 쏙 들어가게하고,

광활하게 펼쳐진 초원과 야생화들을 위안삼아 열심히 걷고 또걷는다.

그저 내몸을 이곳에 맡기고 지금 이 힘든 순간조차 느껴보기로한다..

 

 

 신비한 백두산의 만년설..

 

 

 

 

 

 

 

 트레킹중 천지를 볼 수 있는곳에선 단 한곳도 빠짐없이 다 보나보다. 

앞서가는 산님들의 환호에 냅다 달려가보면 또다른 모습의 아름다운 천지가 기다리고있다.

천지를 가리고있던 구름조차도 내가 오기를 기다렸듯 싹 걷힌다.

하늘까지 맑고푸르니,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시원하게 밀어내기도 한판했는데,춤까지 한판 춰볼까?

 

 

 

 

 

 장백폭포

 

그 악명높은 백두산의 바람과 눈도 못뜰정도의 빗줄기를 경험해보라는 하늘의 뜻이었을까?

천지감상이 끝나고 하산을 2시간 남겨두고 갑자기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미처 준비도 하기전에 쏟아지는 비바람에 신발은 꿀럭꿀럭 소리를 내며 옴팡 젖었고,

우의를 입기전에 잠깐맞은 비에 온몸도 젖어버린다.

단 20분정도 내리고 금새 하늘이 맑아진다.

그리고 말로만 듣던 장백폭포의 장쾌한 물소리와 함께 그 위용이 저 앞에 보인다..

신비하고 아름다운 모습에 또 감동...   

 

 

 

 

 옥백폭포지나 북파로 하산하는길,흐르는 온천물에 등산화 싹싹 닦으며 종일고생한 내 등산화가 호강한다..

북파주차장에 도착하며 오늘의 판타스틱했던 산행을 마무리한다..

 

이도백하로 이동해 저녁먹고 난 다음,남자가 전신마사지해준다는말에 혹(惑)해,피로도풀겸 마사지받으러간다.

예전에 결혼하기 바로 전날, 동네목욕탕에서 우악스런 아줌마한테 마사지 받아본게 다였던지라,

홀딱 다 벗는건지 어떤건지.. 어느수위까지 벗어야하는지 난감해하면서 남자마사지사를 기다리는데..

왠 실습생 아가씨가 얌전히 들어온다..우째 이런일이..

나중에 들어보니,내 방에만 여자였고,다른방엔 다 쭉쭉빠진 미끈한 남자들이었단다..아깝다...

 

백두산의 아름다움과 천지속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꿈을 꾸며 아주 행복한 잠을 잔다...

 

 

 <백두산 트래킹 둘째날>

 

오늘은 천지물에 발담그러간다.가까이서 천지를 보고싶고 느끼고싶어 등반팀과 합류해

천문봉주차장으로 이동한다.

10킬로가 넘는 길을 짚차타고 아슬아슬하게 돌고돌아 꼬불꼬불한길을 가는 스릴이 끝내준다.

안개끼고 비바람부는 날씨속에 트래킹을 시작한다.

 

안개속에 감추어진 세상에 야생화 천국이 있는데,하늘은 내게 이만큼만 허락하는가보다.

어제 만끽한걸로도 조금도 부족함이 없으니,천지를 가까이서 보는걸로 만족하기로한다.. 

 

 

 

 

비바람에 채 느껴볼 새도없이 후다닥 진행을한다.

천지물에 끓였다는 커피한잔으로 마음을 달래고,천문봉으로 향한다.

 

 

 

 

 

 

 

 

`천지`라 씌여져있는 이 돌맹이 하나 접수하려고,다른일행들몰래 발길돌렸다가 하마터면 백두산 미아될뻔한다.

다들 집합했는데,우리셋만없으니,대장님들 둘이 왔다리갔다리 한바탕 난리가 벌어졌다고...

단체가 움직이면 일탈행동하는 사람이 꼭 있다던데,그게 바로 내가될줄이야... 

아무튼 무사히 도착해 5시간넘게 장춘으로 이동해 하루묵고,짧았던 3박4일간의 백두산일정을 마무리한다...  

 

 

장춘공항에서 서울행비행기를 타기 직전..또한번 잊지못할 추억꺼리가 생긴다.

기상악화로 무려 5시간이나 딜레이되자,웅성웅성 승객들이 한바탕 난리가나고,

와중에 우리일행들은 탑승거부하는 사태까지..

우리나라에선 목소리 큰 사람이 장땡인데,여기선 그마저도 안통하고,

우르르하는 군중심리에 자체분열,내부갈등...집단에서 볼 수 있는 온갖모습을 다 겪고나서,

결국 8시간만에 가까스로  협상타결(?)한 후,서울행비행기를 타게된다.

 

 달콤한휴가가 끝났다.

백두산의 기(氣)와 아름다움,천지의 위용은 언제까지나 머릿속을 떠나지 않을것이고,

첫발을 내딛었을때의 그 감동과 환희또한 각인되어 언제까지나 내삶의 활력소가 되어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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